“천·안 말고 우리도 있소” 너도나도 깃발 든다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허경영 전 총재(사진)를 대신해 그의 측근이 최근 “내년 4월 총선에서 의미 있는 의석수를 확보하겠다”며 ‘친허연대’ 창당을 선언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한 박주선 의원도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지난 10월 탈당한 뒤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통합신당 창당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는 단순히 창당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정치연합의 탈당파와 천 의원의 국민신당 등과 통합 작업을 주도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의원은 지난 12월 17일 황주홍 유성엽 문병호 의원이 안 의원을 따라 동반 탈당하는 기자회견장에 방문해 직접 격려했다. 다음날인 18일 박 의원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제3지대 원샷 통합 창당으로 국민의 여망을 실현하는 수권대안 정당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의 제안은 안 의원, 천 의원과 새정치연합의 탈당파 등이 함께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언론의 주목을 받는 ‘탈당파’가 있는 반면 관심은 덜하지만 제3지대에서 새롭게 세력을 모으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지지한다며 만들어진 당들이 있다. 지난 11월 6일 반 사무총장을 지지하는 ‘친반연대’의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친반연대 지도부는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해 반 총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 총장 측에서는 반 총장과 무관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반 총장 외에도 익숙한 이름이 신당 창당과 관련해 들려오고 있다. 바로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다. 지난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허 전 총재는 UN본부 판문점으로 이전, 결혼 시 1억 원 무상 지원, 출산 시 3000만 원 지급, 노인에게 매달 70만 원 지급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기존 정치에 냉소를 보이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샀다.
허 전 총재는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정책이라는 지적에 대해 “예산이 없는 게 아니다. 나라에 도둑놈이 많은 것이다”는 말로 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17대 대선에서 허 전 총재의 득표율은 0.4%로 이인제 전 민주당 대선후보에 이어 7위를 기록했다. 나름 선전했지만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 만찬에서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이 인정돼 지난 200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최근 허 전 총재의 측근이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허 전 총재를 대신해 내년 4월 총선에서 의미 있는 의석수를 확보하겠다며 ‘친허연대’ 창당을 선언했다. 박경자 친허연대 창당준비위원회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12월 21일 선관위에 창당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고질적인 양당제와 답답한 정치 상황 때문에 기존 정당과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표방한 군소정당이 나타나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가 14석을 확보한 만큼의 성공은 있을 수 없다”며 “친박연대는 단순히 대권주자급 이름 하나 올린 것 때문이 아니라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의 부당함을 국민들이 느꼈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