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에도 고액연봉‘큰 믿음’ 사라진다
대신증권은 2년 전 양홍석 사장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며 사장에 올랐지만 오너 일가 고액연봉 논란, 노사 갈등으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에 위치한 대신증권 본사 건물. 일요신문DB
‘큰 대(大) 믿을 신(信)!’
이름을 앞세운 대신증권은 한때 대기업 계열사들을 제치고 여의도 증권가를 호령하는 증권업계 강자 중 하나였다. 특히 대형 증권사 가운데 외환위기를 겪은 후에도 주인이 바뀌지 않은 유일한 증권사로 명성을 얻었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대형 증권사 못지않았고, 인력 구조조정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끈끈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10년 전만 해도 증권사 이익 순위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던 대신증권은 요즘은 10위권을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오너 일가가 고액 연봉 논란에 휩싸이며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양 사장과 그의 모친 이어룡 회장 등 오너 일가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2013년 이후 수십억 원대의 연봉과 성과급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3년 4월부터 지난 3분기까지 각각 20억~50억 원대의 보수 및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증권은 2013년 회계연도에 11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이에 따른 조치로 직원들은 월급과 성과급을 삭감하며 고통분담에 나섰다. 하지만 이 와중에 오너 일가는 업계 선두권 증권사들보다 많은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룡 회장을 비롯한 대신증권 등기이사는 2013 회계연도에 평균 11억 7600만 원을 보수 및 성과급으로 받아갔다. 비상경영이 선언된 지 1년 뒤인 2014년, 이 회장은 전년도의 두 배에 가까운 20억 1000만 원을, 양홍석 사장은 9억 7900만 원을 각각 보수로 받았다.
올해는 연봉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이어룡 회장은 올해 3분기까지 총 19억 29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에만 급여 3억 3800만 원, 일회성 상여금 1억 8100만 원, 성과급 주식 3억 8100만 원 등 9억 100만 원을 받았고, 2분기에는 3억 3900만 원, 3분기에는 6억 8900만 원을 챙겼다. 양홍석 사장은 올해 3분기까지 총 8억 9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 6억 3500만 원과 상여금 1억 7300만 원, 기타 근로소득 100만 원을 합친 금액이다.
금융권에서는 증권업계 1위인 대우증권 홍성국 사장이 3분기까지 총 5억 820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는 점을 들어 “과도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오너이기 때문에 전문경영인과는 급이 다르다는 측면을 감안한다 해도 다소 많은 금액”이라면서 “특히 비상경영체제가 선언된 후 직원들의 월급을 삭감했다는 점에서 적정성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신증권 직원들은 월급과 상여금 삭감 등으로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이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평균 근속연수 10년 8개월 기준 1인당 한 달 급여액은 667만 원이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경쟁사인 신한금융투자 844만 원, 하나대투증권 800만 원 등과 비교하면 100만 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한때 무려 1000%를 넘었던 주주배당도 크게 줄었다. 대신증권 연결현금배당성향은 2012년 회계연도까지는 1141%에 달했지만, 2014 회계연도에는 44%로 급락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배당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측은 “2012년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전기 대비 96.4%나 감소했지만 보통주 500원, 우선주 5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등 주주 이익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하지만 2013년부터는 자기자본을 늘려야 할 필요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배당성향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회사 경영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직원과 주주에게는 인색한 대신증권이 유독 오너 일가의 주머니는 두둑하게 채우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노사 갈등까지 일어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창립 후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생겨났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뒤따르며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300명의 인원을 감축한 뒤 대신증권 노사는 극심한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 측은 대신증권이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으로 사실상 대규모 직원을 퇴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은 대신증권이 성과가 낮은 직원들의 관리를 위해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지난 4월 공개된 창조컨설팅의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관리 목적 대신 사실상 ‘퇴출 프로그램’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복수노조 차별 문제도 여전히 잠복하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2013년까지 노조가 없었던 대신증권은 지난해 1월 첫 노조가 출범했다. 하지만 당시 사측은 노조와 대화를 철저히 거부했다. 단체협약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자 ‘제2노조’가 생겨났고, 나재철 당시 대신증권 사장은 기존 노조를 배제하고 제2노조와 대화에 치중했다. 결국 기존 노조와 의무 협상기간이 지난 직후 제2노조 위원장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해당 노조원들에게만 격려금 명목으로 1인당 300만 원을 지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영복 언론인
양홍석 사장은 누구? ‘금융권 최연소 CEO’과속 승진 이유가… 양 사장이 승진 가도를 질주하기 시작한 것은 입사 2년차를 맞은 2007년부터다. 당시 대신투자신탁운용 상무로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양 부사장은 그해 10월 전무에 올랐고 이듬해 2월에는 부사장 직함을 달았다. 공채 1기로 대신증권에 들어와 임원이 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렸던 부친 고 양회문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물론 여타 재벌 후계자들과 비교해도 파격적이었다. 특히 2010년 5월에는 대신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르며 금융권 최연소 CEO(최고경영자)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던 양 사장의 승진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것은 그의 가족사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부친인 양회문 회장이 2004년 9월 폐암으로 작고한 데 이어 2007년 1월에는 동생인 양홍준 씨마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당시 80대 고령이었던 고 양재봉 창업주가 후계 구도 정립을 앞당겼다는 해석이다. [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