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정수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승엽이는 야구를 아는 선수예요. 홈런왕 자격이 있어요.”
얼마 전 초청선수 자격으로 플로리다 말린스(팀)에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경험한 두 강타자는 서로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하지만 지존의 자리가 둘일 수는 없는 법. 메이저리그를 향한 두 사람의 경쟁은 이미 시작된 느낌이다.
두 사람은 이번 캠프가 사실상 첫 만남이었다.
심정수는 “프로 들어와서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함께 밥을 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싹싹하고 성실한 선수”라고 이승엽을 치켜세웠다.
두 선수는 지난해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펼쳤었다. 시즌 막판까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숨막히는 접전 끝에 이승엽(47개)이 1개 차이로 심정수를 따돌리고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 초 플로리다 캠프는 두 사람이 메이저리거라는 또 다른 꿈을 걸고 자웅을 겨룬 자리였다. 보름간의 캠프 기간 동안 이승엽은 10타수 2안타 2홈런 3타점을, 심정수는 13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을 각각 기록했다. 장타력에선 이승엽이, 타율에선 심정수가 두각을 보인 것. 국내에서 연봉킹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승엽이었지만, 플로리다 캠프에서는 오히려 메이저리거급 체격의 ‘헤라클레스’ 심정수가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 두 사람의 메이저리거를 향한 열정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이승엽이 구단의 지원아래 지난해부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여하며 적응 과정을 거치는 것도 메이저리그로 향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승엽에 비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심정수는 더욱 치밀하게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두 사람의 노력은 영어공부에서도 빛을 발한다.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들이 현지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게 언어의 장벽이다.
심정수는 “신인시절이던 1994년 미국 교육리그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겨울이면 하루에 4∼5시간씩 영어회화학원을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정성 때문인지 이제는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한 수준이 됐다.
이승엽도 뒤지지 않는다. 이승엽은 지난해 시카고 컵스 스프링캠프를 다녀온 뒤 시즌중에도 꾸준히 영어공부를 해왔다.
“학원에는 다니지 못했지만 아내(이송정)와 틈틈이 영어회화 테이프를 듣고 따라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귀국과 동시에 곧바로 시범경기에 나선 두 선수는 연일 메이저리거급 방망이 솜씨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승엽은 배트 스피드의 향상, 심정수는 변화구 공략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이승엽은 테크닉이 뛰어난데 파워가 부족하고 심정수는 파워는 메이저리그급인데 변화구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두 선수도 서로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정수형 약점이요? 에이 없어요. 옛날에는 변화구에 좀 약한 것 같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승엽이는 체격이 좀 작지만 공에 모든 힘을 쏟는 능력이 천부적이에요.”
진정한 라이벌은 서로를 아끼게 되는 법. 두 사람의 칭찬은 끝이 없었다.
“꼭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그라운드에 서는 날이 오길 바란다.”
심정수와 이승엽이 꺼내놓은 한결같은 바람이다. 어쩌면 두 선수의 라이벌 열전은 메이저리그에서 새로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