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설 입찰 땐 논쟁 불씨
경복궁역의 부역명은 정부서울청사역이다. 서울시는 이처럼 10개 역의 부역명을 유상 판매한다고 밝혔다. 고성준 인턴기자
‘회기(경희대앞)역’처럼 대학이나 구청 등 기관명이 함께 표기된 역은 현재 서울 시내 307개 역 가운데 61개 역이다. 이처럼 이미 부역명이 있는 역은 이번 입찰 대상 기관·기업에서 제외된다. 또한 부역명 사용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기업은 역에서 500m 안에 있는 곳으로 제한되며 만약 적당한 곳이 없으면 최고 1㎞ 이내로 확대된다. 특히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역명심의위원회의 판단 하에 공공성을 훼손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관·기업은 배제키로 했다. 현재 서울 시내 지하철 1호선부터 4호선은 ‘서울메트로’가 운영하고 있으며 1호선·3호선·4호선의 일부 구간은 ‘코레일’이 운영하고 있다. 5호선부터 8호선까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관할인 서울메트로 운영 역사 가운데 5개 역과 도시철도공사 운영 역사 중 5개 역을 선정해 10개를 시범 판매한다.
지하철 역 이름 판매는 서울시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08년부터 부산교통공사는 지하철 역 이름을 판매하여 현재 매년 약 6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레일·인천교통공사·대구지하철공사 등도 부역명 유상 판매로 한 역사 당 연 평균 2000만 원가량의 수익을 얻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1월 서울시 지하철 9개의 노선 중 8개의 노선이 매년 적자에 시달린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입원을 창출해야 하는 것은 맞는 이치다. 아직 논의 단계에 있지만 세부지침 사항에 있어 허점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기존 부역명은 사용료가 없다.
한편 종교 단체가 부역명 입찰에 참여할지도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4년 당시 개통 예정이었던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도 한때 논란이 일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지하철 ‘봉은사역’ 명칭 결정은 행정 원칙과 시민 질서를 무시한 잘못된 결정”이라며 역명 철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은사 측은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오래된 한국 사찰”이라며 봉은사는 단순 종교 시설 성격보단 문화재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강남구청에서 실시한 역명 선호도 조사에서도 후보에 올라와있던 다른 역명인 ‘코엑스역’ ‘아셈역’보다 ‘봉은사역’이 우세해 확정됐다. 지하철 역명 자문기관인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지하철역 명칭은 ‘옛 지명’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며 고적이나 사적 등 문화재, 고유명사화 된 공공시설 명칭 순”으로 그 기준을 정하고 있다. 앞으로 실시될 정책에서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종교 시설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세워질지 또한 관심사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1개 역 1개 병기 3년 계약’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3년 단위 계약이라 후에 부역명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역명 사용권을 얻은 기관·기업은 3년 후 계약 연장에 대한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3년 후 부역명이 바뀐다면 그 불편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이에 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세부사항은 아직 논의 단계에 있다”며 “계약 기간이 끝난 후 기존 기관에게 재계약 우선순위를 줄지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기관에게 기회를 줄지 각각 장단점이 있기에 시범 운영 후 내년 12월쯤 재논의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