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서점, 음식점, 예술인가옥 등 서울의 다양한 이야기 담긴 유‧무형 유산
▲ 2015년 선정 미래유산 사진
서울시는 시민, 자치구, 전문가 등이 추천한 후보 147건 가운데 미래유산보존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44건이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미래유산보존위원회에 상정된 147건 가운데 60건이 미래유산보존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이 중 소유자의 동의를 얻은 44건이 2015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이로써 ‘서울 미래유산’은 ’13년 281개, ’14년 53개를 포함 총 378개가 됐다.
‘서울 미래유산’은 각종 개발 등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서울 시민의 삶을 담고 있는 근현대 유산이 제대로 평가받기도 전에 멸실‧훼손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세대에 전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선정해 시민들과 그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13년부터 선정하고 있다.
근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건이나 인물, 또는 이야기가 담긴 유무형의 자산 가운데 국가 또는 서울시 지정문화재,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서울의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미래유산은 기억과 감성이 담긴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시민이 스스로 발굴하고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보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령에 의거하여 보존이 의무화된 문화재와는 차별된다.
선정과정은 ① ‘서울 미래유산’ 홈페이지를 통한 시민·서울시·자치구·전문가 제안 접수→②사실 검증과 자료 수집을 위한 기초 현황조사→③미래유산보존위원회 심의→④소유자 동의를 거친다.
선정된 ‘서울 미래유산’에 대해서는 서울 미래유산 인증서를 교부하고 소유자 동의가 있는 경우 동판형태의 표식을 부착해 대외적으로 서울미래유산임을 표시한다. 이를 통해 소유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자발적 보전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올해 선정대상 중에는 성북동 국시집, 포린북스토어, 을지로 노가리골목, 김태길 가옥, 우정총국 회화나무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유산들이 포함됐다.
성북동 국시집: 1969년 개업해 같은 장소에서 2대째 이어오고 있는 칼국수 전문식당이다. 국시집은 故김영삼 전 대통령 등의 단골 식당으로 유명하다. 국시집은 원래 분식집이었으나 1968년 우연히 가게를 방문한 당시 서울시장이 칼국수가 맛있다며, 정식으로 개업할 것을 제안해 1969년 국시집으로 개업했다. 1990년대 故김영삼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서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겠다는 일환으로 청와대 오찬에 칼국수가 자주 등장했는데, 성북동 국시집에서 청와대 오찬을 대접하기도 했다.
포린북스토어: 1973년 개업하여 이태원에서 계속 운영하고 있는 외국책 중고서점이다. 포린북스토어의 사장님은 미군부대 근처 고물상에서 헌책을 수집하여 노점상에서부터 헌책장사를 시작해 명동 종로 등에서 장사를 하다가 1973년에 이태원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영어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이 많이 찾았는데 도올 김용옥선생, 이팔호 전 경찰청장 등 유명 인사들도 그 중 하나다. 지금도 서점을 찾는 200명이 넘는 단골이 사장님의 보물 1호라고 한다.
을지로 노가리골목: 1980년대 형성된 노가리 전문 골목으로, IMF부터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중년층뿐만 아니라 20-70대 까지 남녀노소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다. 노가리는 한 마리에 단돈 천원으로 싸고 맛있어서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매년 5월에는 을지로 노가리 축제를 개최하고 축제의 수익은 모두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기증하고 있다.
김태길 가옥: 철학자이자 수필가였던 故 김태길 선생이 1975년까지 거주하였던 한옥으로, 현재는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여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故김태길 선생은 1962년부터 1986년까지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1987년에는 현대수필문학대상을 수상하였다. 선생의 주요 작품으로는 「웃는 갈대」,「윤리학」등이 있다.
우정총국 회화나무: 종로구 견지동에 있으며 3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만하다. 1884년, 우정총국 완공 축하연회 때 벌어진 갑신정변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으며 우리나라의 태극기가 처음 게양됐던 곳도 이 나무의 옆 국기게양대였다.
서울 곳곳에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유산 가운데 미래세대에 전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시민 누구나 ‘서울 미래유산’ 홈페이지를 통해 제안 가능하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SNS를 활용한 미래유산 보전 캠페인 전개, 미래유산 관광코스 및 시민체험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을 통해 시민 홍보를 강화하는 등 미래유산 가치를 확산·공유할 계획이다.
이창학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고 있는 근현대 서울의 추억과 발자취가 담긴 유‧무형 유산들이 미래세대에게는 지금의 시대상을 알려주는 소중한 보물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서울시의 미래유산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보존해 문화공간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