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남스타 안정환은 밤업소 여인들에게도 인기 ‘짱’이다. | ||
그러나 이렇게 ‘틀’에 박힌 생활을 하다가도 큰 경기가 끝났거나 휴식 시간이 주어졌을 때는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인지상정. 그런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소품’이 바로 술이다. 선수들에게 ‘적군’이자 때로는 ‘아군’이기도 한 술을 마시다보면 으레 여러 가지 뒷얘기가 쏟아지게 마련. 대표팀 선수들이 직접 털어놓은 술과 관련된 해프닝을 모아본다.
술자리에서 선수들로부터 가장 인기 있는 선수는 누굴까? 카리스마의 대가 홍명보? 아니면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은 황선홍? 그것도 아니면 음주가무가 뛰어난 유상철일까. 모두 아니다. 바로 ‘테리우스’ 안정환이다.
선수들이 술자리 최고의 파트너로 안정환을 지목한 것은 유흥업소 인기 넘버 원이 안정환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잘 생긴 외모에다 CF를 통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안정환을 직접 만나보려는 마담이나 여종업원들이 안정환의 등장 여부에 따라 서비스를 달리하는 탓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선수들은 안정환을 데려가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고.
그러나 안정환은 선수들과의 술자리보다 개인적으로 친한 지인들과의 만남을 선호하는 편. 얼굴이 널리 알려진 탓에 대중들이 몰려 있는 곳은 기피 1순위. 룸과 같이 분리된 공간을 선호하는데 한번 룸에 들어가면 술자리가 파할 때까지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고 한다.
대표팀의 C선수는 술값 때문에 한동안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그를 둘러싸고 ‘술값을 뒤집어씌운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
지난해 월드컵을 앞두고 벌어진 한 A매치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대표팀에선 선수들에게 하루 동안의 휴식 시간을 주었다.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C는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을 단골 술집으로 불러내 술을 마셨다. 그러다 갑자기 선배 H선수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고 H는 후배의 간절한 부름에 마지못해 C의 일행이 있는 곳에 뒤늦게 합류했다.
거나하게 술을 마신 뒤 술자리에서 일어난 H는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C를 포함해서 일행 모두가 계산대를 그냥 지나쳐 밖으로 나가버린 것. 어쩔 수 없이 1백만원이 훨씬 넘는 술값을 떠안게 된 H는 카드를 긁으면서도 C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다. 처음부터 술을 사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고 나와서 술이나 한잔하고 들어가라며 초대했던 배경에 자신을 ‘물주’로 삼으려는 C의 ‘음모’가 있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 미남스타 안정환은 밤업소 여인들에게도 인기 ‘짱’이다. | ||
미국에서 활약중인 홍명보는 ‘카리스마’의 대가다. 그의 개성은 그라운드에서뿐만 아니라 술자리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월드컵을 치르고 쏟아지는 행사 속에 정신없었던 어느날, 홍명보는 선수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집합장소가 숙소나 운동장이 아닌 룸살롱이라는데 시선이 모아졌다. 일명 ‘룸살롱으로의 초대’. 대표팀 최고참인 홍명보의 부름을 누구 하나 마다할 선수가 없었다.
그러나 단 한 선수만 선배의 부름을 외면한 채 사회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배짱을 튕겼다. 그가 초대를 거절한 이유는 술자리에서까지 선후배간의 위계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 때문. 어렵게 술을 마실 바엔 차라리 아는 사람들과 마음 편히 마시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처음엔 몇몇 선수들도 호기롭게 그의 ‘자유로운’ 생각을 추종했다. 하지만 결국 나중엔 모두 슬그머니 홍명보가 마련한 ‘무대’로 이동했다는 후문. 밤에도 잠들지 않는 홍명보의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4월16일 한·일전이 끝난 뒤 대표팀 고참 선수들은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전·현직 대표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술자리가 여기저기서 벌어졌기 때문. 하이라이트는 이날 은퇴식을 가진 ‘오야붕’ 하석주를 위한 조촐한 기념 파티였다. ‘사회 체육인’ 고정운, 황선홍, 노정윤 등이 주축이 됐고 새벽녘에 유상철 등이 합세하면서 술자리가 무르익었다.
분위기 메이커로 나선 이는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던 유상철. 그들 사이에선 제일 어린 ‘막내’ 취급을 받는 터라 애교와 갖가지 장기자랑을 도맡아야 했다. 유상철은 그 자리에서만큼은 대표팀 주장의 위치를 애써 망각하고 선배들의 ‘기쁨조’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오야붕’의 하산을 아쉬워하며 뭉친 그 파티는 새벽 6시께 포장마차에서 장렬히 ‘전사’한 선수들로 인해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다. 당시 ‘현장’에서 허리 꼿꼿이 세우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유일한 사람은 다름 아닌 ‘오야붕’ 하석주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