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넘어산’ 가다보면 어느새 모텔방
지난 성탄절 밤 홍대 앞 인기 헌팅주점에 입장하기 위해 수백명이 눈보라를 맞으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금요일 밤 홍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특히 일대 일명 ‘헌팅 술집’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공공연하게 혹은 각각의 시스템으로 이성들이 합석을 할 수 있는 곳이 헌팅 술집이다. 헌팅 술집은 8시 무렵이면 만석이 되고 한두 시간씩 기다려야 할 때도 다반사일 만큼 폭발적인 인기다. 자정이 넘으면 술에 취한 청춘 남녀의 열기로 가득 찬다.
헌팅 술집의 열기가 가시며 남녀가 짝을 지어 나가는 새벽 시간부터는 ‘룸 술집’은 만석이 된다. 룸 술집은 대개 헌팅 술집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이 틀 무렵까지 영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헌팅 후 룸 술집으로 향하는 이유는 바로 ‘19금 술자리’를 향유하기 위해서다.
홍대의 한 룸 술집 관계자도 “8시가 넘으면 꾸준히 사람이 많다. 특히 자정이 넘으면 문 너머로 다소 민망한 장면이 연출된다”며 “키스는 예삿일.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야동’에서나 볼 법한 광경에 서빙하다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20대 초반 한 남성은 “일단 밀폐된 공간이기에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다. 룸 안은 비좁기 때문에 가까이 앉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며 “헌팅 술집은 예선일 뿐이다. 눈치 보지 않고 스킨십을 할 수 있어 합석 후엔 무조건 룸 술집을 찾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은 “보통은 최종 목적이 있기 때문에 합석을 한다. 룸 술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남들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라며 “특히 19금 게임은 최종 목적까지 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요샌 좋은 안주가 있는 곳을 가기도 한다. 안주가 좋아야 술도 잘 들어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새 유행하는 19금 술 게임을 물어보니 ‘뱀 사 안 사’게임이라고 주저 없이 답했다. 이 게임은 스킨십의 수위가 갈수록 점점 더 높아지는 게임이다. 예를 들자면 옆 자리 이성에게 “뱀 사?”라고 물어보고 상대방이 “안 사”라고 말하면 거부한 상대방은 술을 마시면 된다. 상대방이 “사”라고 말하면 손을 잡는 등의 스킨십을 하고 다음 차례로 넘기면 된다. 단 다음 차례가 된 사람은 앞선 사람보다 더 스킨십의 수위를 높여야만 한다. 그렇게 계속 뱀을 팔다보면 스킨십의 수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아진다. 이와 비슷한 종류의 게임으로는 ‘산 넘어 산’ ‘산타마리아’ ‘모텔에 가면’ 등이 있다.
더불어 여전히 인기 많은 게임은 아성의 ‘왕 게임’이다. 소품을 이용해 왕과 숫자를 추첨하고 왕은 특정 숫자 두 개를 호명하여 지령을 내리는 식이다. 지령은 대부분 다소 민망한 성인용 지령이다. 가령 왕이 “1번과 2번은 러브샷 3단계” 등의 왕명을 하사하는 것.
젊은 여성들이 ‘프리키스’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20대 중반의 한 여성은 “처음 보는 이성 혹은 호감 있는 이성과 아슬아슬하게 노는 재미가 있다. 스킨십이 들어가면 분위기가 후끈해져 게임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다르게 다른 여성은 “20대 초반 땐 어색하니 게임을 하면서 술을 마셨다. 하지만 요샌 굳이 게임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런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 게임은 다 어릴 때 이야기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 19금 게임에는 휴지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게임이 있다. 첫 번째 게임은 입에 휴지를 붙인 다음 옆에 이성한테 전달해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묘미는 얇은 휴지 조각 사이로 하는 입맞춤에 있다. 두 번째 게임은 입으로 휴지를 물고 있고 옆자리 이성은 그 휴지를 오직 입만 이용해 찢는 것이다. 그렇게 옆에서 옆으로 휴지가 찢어지며 이동하다보면 휴지는 점점 작게 찢어지고 분위기는 농염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게임은 ‘귓속말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동석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제외하고 옆 자리에 앉은 이성에게만 귓속말로 질문을 던진다. 질문과 답은 귓속말을 주고받은 당사자들만 안다. 비밀리에 주고받는 대화 내용도 야릇하지만 옆 자리 이성과 가볍게 몸을 밀착해 귓속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짜릿하다는 후문이다.
또한 이런 야릇한 술자리 문화가 종종 고소고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뜨거운 스킨십이 오가는 상황이지만 게임은 게임이며 정해진 규칙이 있다. 그렇지만 그 선을 넘어서는 이들이 있어 성추행이나 성폭행으로 고소가 이뤄지기도 하는 것. 때론 정해진 선을 넘지 않았음에도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무고가 이뤄지기도 한다.
게다가 일각에선 이러한 성인문화가 10대 청소년들에게도 답습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이런 게임은 다 어릴 때 하는 이야기라고 언급한 여성 역시 오히려 이런 19금 게임을 19세가 되기 전인 10대 시절에 더 자주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19금 게임이기 때문에 성인인 20대에겐 이것이 하나의 문화일 수 있지만 10대의 경우 문화가 아닌 비행과 탈선으로 이어지는 일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19금 놀이 문화가 성행하는 이유에 대해 비뇨기과 전문의인 한국성과학연구소 이윤수 소장은 “성적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 많았지만 요새는 환경이 바뀌었다. 따라서 젊은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행위로 이해된다”며 “과거에 비해 성 의식이 개방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