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판사 강성훈)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배 아무개 전 알리바바닷컴 한국 대표(여·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계약 해지 3개월 전 관련 사실을 통보하는 등 알리바바닷컴과 협력업체 이상글로벌 사이의 계약 해지 자체는 절차상 위법은 없다”며 “쟁점은 피고인들의 공모사실 행위로 인해 알리바바닷컴이 계약을 해지한 것인가라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원들에 새로운 회사로 함께 이직하자고 권유하거나, 회사 설립과 관련해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은 계약 해지 통보 이후 일들”이라며 “당시 이상글로벌은 알리바바닷컴과의 계약 내용을 수차례 위반해 회사로부터 상당한 항의를 받던 상황이었다. 피고인의 행위로 알리바바닷컴이 계약 해지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배 씨의 ‘회사 이익을 위해 행동한 것’이라는 말은 공감하지만 공명이 되지는 않는다. 글로벌 리더 회사로서 위신을 갖추기 위해서는 매출뿐 아니라 도덕성 부분에서도 글로벌 리딩을 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부분이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배 씨 등은 알리바바닷컴과 이상글로벌 사이의 계약을 해지시킨 뒤 다른 회사를 내세워 업무를 가로채고, 영업자산을 유출해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2012년 6월에서 8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이상글로벌과 알리바바닷컴의 파트너십 계약해지를 유도한 뒤 같은해 12월 새로운 회사를 설립, 이상글로벌이 담당해 온 업무를 가로채고 영업자산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자신들이 설립한 회사가 알리바바닷컴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상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던 고객통계분석이나 고객데이터 등 영업 비밀까지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상글로벌은 지난 2012년 9월 알리바바닷컴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뒤 이듬해 3월 사실상 폐업했다.
한편 배 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당시 이상글로벌 전 직원 안 아무개 씨(49) 등 전직 직원 4명에 대해서는 회사 영업용 자산을 반출한 혐의가 인정돼, 각각 벌금 100만~300만 원을 선고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