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떠나자” 목소리…더 이상 갈채는 없다
지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모습.(일요신문 DB)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범시민대책위(대책위)는 지난 16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시를 향해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검찰고발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날 “이번 부산시의 고발조치는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명백한 보복”이라며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밀어내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부산시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전·현직 사무국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은 ‘협찬금 중개 수수료 편법 지급’과 관련된 것이란 시의 설명과 함께 이뤄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밝힌 회계 상의 실수이지 부정한 지급은 아니라는 해명도 부산시의 고발을 막지는 못했다.
부산시의 검찰고발에 대한 반발은 16일 이뤄진 대책위의 기자회견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서울에서도 영화단체 등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부산시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범시민대책위는 지난 16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시에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검찰고발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역정가도 같은 날 함께 거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 BIFF 독립성수호특별위원회(위원회)는 이날 오후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의 집행위원장 검찰 고발은 영화제 길들이기”라며 “영화제 지원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정치적인 이유로 세계적인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또한 위원회는 “부산시는 영화제를 길들이기 위한 BIFF 집행위원회에 대한 검찰 고발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면서 “검찰은 의도를 갖지 않고 타 문화단체에 대한 감사원 조치결과를 감안해 공정하고 사심 없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논란이 일자 부산시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부산시는 17일 배포된 ‘부산국제영화제를 고발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검찰고발은 영화제 집행부 길들이기도 아니고, 이용관 밀어내기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검찰고발이 감사원의 통보에 따른 것이란 게 부산시가 이날 밝힌 해명의 요지였다. 시는 감사원이 올해 실시한 ‘국고보조금 등 정부지원금 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근거로 부산국제영화제의 협찬금 중개수수료의 회계집행을 허위로 한 이용관 집행위원장 외 2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라고 통보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감사원의 처분요구에 대한 조치기한 2개월을 넘기면서까지 영화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의견을 모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감사원의 통보대로 이용관 집행위원장 외 2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들의 행위에 대한 고발사항이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이나 사무국에 대한 것은 아니다”라고 특히 강조했다.
부산시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 이번 논란을 지켜보는 이들의 대다수는 이를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영화제 당시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서병수 부산시장과 영화제조직위 간에 빚어진 마찰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산시가 <다이빙벨>과 관련한 논란 이후 이용관 위원장에 대한 사퇴압력을 가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한 이번 사안이 부산시와 부산영화제 측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란 시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요소가 담긴 <다이빙벨>을 상영한 영화제 집행부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배경이 바로 감사원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국고 15억 원에 부산시 보조금 60억 원 정도를 합쳐 약 75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 이 돈에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었다. 감사원이 부산시에 고발하라고 통보한 항목은 2011년과 2012년에 중개수수료로 지급된 3350만원이다.
문제는 이 금액이 국가보조금이나 정부지원금이 아닌 기업후원금으로 감사원이 감사할 대상이 아니란 점이다. 감사원이 민간협찬금을 직접 조치할 수가 없으니 부산시에다가 검찰에 고발하라고 통보를 한 것이다. 특히 이는 감사원이 직접 조치할 수 없는 부분까지 감사를 진행했다는 의미도 된다. 영화계에서 말하고 있는 ‘표적 감사’란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화제 내부에서 부산국제영화제를 포기하고 장소를 옮기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영화계 배우와 감독 등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앞을 다퉈가며 이와 같은 의견을 올리고 있다. 배우 윤동환 씨는 “부산영화제의 문제는 서울로 옮기면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영화계 일부 인사들은 올해 초 부산시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를 압박할 때 최악의 경우 영화제를 옮겨서 치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었다. 영화계가 갖고 있던 누적된 불만의 불씨에다가 결국 부산시가 기름을 들이붓고 만 꼴이 된 것이다.
영화계가 부산시와의 갈등을 이유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보이콧할 경우 최근 벌어진 대종상영화제와 같은 사태가 내년에 부산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 모 교수는 “지금 분위기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장래를 낙관하기 힘들다. 김빠진 영화제도 각오해야 한다”며 “결국 이번 일은 부산시가 20년 이상 고이 키운 장성한 자식의 가슴에다가 비수를 꽂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