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끼다, 모리오카, 이나모토 등의 발을 밟으며 더 이상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그 중 모리오카는 최용수가 발을 밟아 넘어진 후 벌떡 일어나더니 최용수한테는 ‘감히’ 항의를 못하고 심판한테 쫓아가 최용수의 파울을 주장했지만 심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한다.
유상철도 ‘보이지 않는 파울’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특히 유상철은 지난번 상암에서 벌어진 한·일전에서 가슴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자신의 유니폼을 찢어놨던 아끼다를 집중 공격했다. 일본의 코너킥 상황중 문전 앞에서 양팀 선수들이 얽혀 있을 때 유상철은 일부러 아끼다 옆으로 가 공이 뜬 순간 강력한 바디체크로 전 게임의 ‘응징’을 했다고.
조병국은 전반전이 끝난 뒤 라커룸에서 일본 선수가 자신한테 침을 뱉고 도망갔다며 흥분했으나 선배들이 역대 한·일전에선 그보다 더한 일도 있었다는 말로 위로해 마음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일전의 무게감 때문인지 경기 전날엔 쿠엘류 감독과 한국 코치 3인방 사이에 약간의 불협화음이 일기도 했다. 마지막 연습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저녁 식사를 10시에 마친 선수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러나 다음날 예정된 아침 식사 시간이 오전 8시, 미팅은 11시로 잡혀 있었다.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읽은 박성화 코치가 쿠엘류 감독을 찾아가서는 ‘선수들이 너무 피곤한 상태이니 아침을 9시에 먹고 미팅은 오후에 하자’고 제안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했다는 후문. 쿠엘류 감독은 무조건 자신의 지시대로 따라줄 것을 요구하며 코치들의 의견을 무시해 버렸는데 그동안 이와 비슷한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만약 한·일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무승부나 패한 결과가 나왔더라면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을 쿠엘류 감독은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로 또 한 번 시련의 나날을 보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