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닮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성국이 이천수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 축구선수로서의 이천수는 최성국한테 ‘모델’이나 다름없다. 가끔 언론에서 최성국의 ‘천수 따라하기’를 놓고 흥미로운 관점으로 화제를 삼지만 최성국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
이런 가운데 이천수와 최성국은 지난 25일 울산 홈경기 후 숙소에서 <일요신문>의 지면을 통해 평소 서로에 대해 궁금했던 부분을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들의 질문과는 또 다른 내용과 느낌을 전한 두 사람의 ‘Q&A’를 지상 중계한다.
▲ 울산 현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천수(오른쪽)와 최성국은 약 간 작은 체격부터 플레이스타일, 헤어스타일까지 너무나 닮은꼴이 다. 사진은 6월29일 안양과의 원정경기 직전에 포즈를 취한 두 선 수.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천수(이):고맙다. 팬들한테 볼거리 차원의 서비스를 위해 언더셔츠에다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넣었는데 많이들 좋게 봐주시네. 관심이 크다는 것도 느끼고 있고. 벌써부터 다음 경기 땐 무슨 멘트를 집어넣을지 고민이야.
최:요즘 형이나 나나 헤어스타일 때문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형도 내가 형의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생각해?
이:기자들이 그렇게 보는 거지 난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염색은 나말고도 많은 선수들이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넌 머리를 어디서 하냐?
최:울산에 내려온 이후에는 줄곧 이곳의 미용실을 이용하고 있어. 딱히 정한 곳은 없어. 형은 어디서 하는데?
이: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박은경 미용실이야. 원장님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에 계속 이용하고 있는데 헤어스타일의 컨셉트 잡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어. 그런데 염색을 자주 해서 그런지 어떨 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두통이 생기기도 해. 사실 난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기를 받거든. 여자가 실연당하면 머리카락을 자르잖아. 변화를 위해서지. 나도 마찬가지야. 변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이 연출되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든. 참, 너와 난 좀 특별한 인연이지?
최:중·고등학교 때 같은 학교는 아니었지만 난 항상 형 주변에서 맴돌았어. 그러다 형과 같은 대학을 다니고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할 기회가 생겼지. 형 기억나? 지난번 부산아시안게임 때 형은 오른쪽, 난 왼쪽 사이드를 맡았잖아. 그때 같은 색깔, 같은 메이커의 축구화를 신고 뛰었었거든. 물론 형이 255mm, 난 265mm로 신발 사이즈는 달랐지만 형과 똑같은 축구화를 신고 뛰는 사실이 정말 기분 좋았어.
이:그랬구나. 난 몰랐네. 나도 널 중학교 시절부터 지켜봤어. 당시 네 플레이를 보면서 앞으로 ‘물건’이 탄생하는구나 싶었지.
최:형이나 나나 체격이 왜소하다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 월드컵 이후 형이 하는 경기를 보면 체격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해서도 결코 끌려다니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정신없이 움직이면서 공간 선점을 정말 잘해. 그 비결이 뭔지 정말 궁금해.
이:예전엔 1 대 1 맨투맨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축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숱한 A매치를 치른 이후 나의 축구는 ‘화합’과 ‘리드’야. 11명의 선수들이 똘똘 뭉쳐야만 이길 수 있는 축구지. 하지만 나도 아직은 멀었어.
최:그런데 형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은 만큼 ‘안티’ 팬도 적지 않은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생각해?
이:타협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습이 때론 건방지거나 싸가지 없게 보일 때도 있겠지. 월드컵 끝나고 낸 책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지만 난 언론에 의해 좌우되거나 흔들리지 않아. 물론 신경은 쓰이지. 사람이니까. 그래서 내린 결론이 있어. 언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거나 그게 안되면 아예 얘기를 하지 말자는 주의야. 요즘 우리팀에서 제일 인기 있는 선수가 누군지 아니? 성국이 너야.
최:형이 아니고? 이거 영광인데. 사실 날 좋아해 주고 사인을 부탁해오시는 분들 보면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어. ‘난 너무나 평범한 사람인데, 그들과 똑같은 사람인데, 내가 뭐라고 사인을 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 여전히 쑥스러워.
이:네 별명이 ‘옥동자’라며. 듣기엔 네가 이 별명을 무지 싫어한다고 하던데.
최:처음엔 정말 싫었어. 외모를 비하하는 말 같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지대. 그리고 그 개그맨(정종철)이 훌륭해 보이더라고. 기분 나빠할 게 아니었어.
이:이런 자리를 통해 한번 물어보자. 혹시 내가 너한테 상처를 줬거나 나 때문에 네가 힘들었던 적이 있었니?
최:글쎄, 너무 많아서 무슨 말부터 해야하는지 고민이네. (웃으며) 이건 농담이야.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 형도 나 때문에 속 끓였던 적 있었을 거 아니야. 한 가지 바라는 걸 이야기할게. 형은 자신감과 자기 표현 잘하기로 유명하잖아. 그런데 그게 보는 사람에 따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거든. 유명해졌다고 해서 너무 그 자리에 물들지 말고 한번이라도 밑(후배들)을 배려할 줄 아는 형이었으면 좋겠어.
참, 형도 어느덧 ‘선배’라는 호칭을 듣잖아. 선배가 되고 나니까 예전 후배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
이:야, 그거 좋은 질문이다. 후배 시절 선배 형들한테 진짜 싸가지 없다고 욕을 많이 먹었거든. 그땐 형들을 이해 못했어. 날 괴롭히려고만 하는 것 같아서. 그런데 지금은 이해가 돼. 내 잘못이 컸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고. 하지만 내가 선배라고 해서 후배들을 터치하고 싶진 않아. 서로의 개성대로 갈 길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