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출신…현지선 ‘몸짱 아줌마’로 통해
최태원 회장이 내연녀에게 제공했다는 한남동 제이하우스. 내연녀 A 씨는 미국 한인 커뮤니티 ‘미시유에스에이’에서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었다.
가장 먼저 내연녀 A 씨의 정체를 밝힌 곳은 재미교포 안치용 씨의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다. 블로그에 따르면 A 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1975년생이며 뉴저지 출신 미모의 이혼녀라는 것. 안치용 씨는 특히 A 씨와 최태원 회장의 석연찮은 부동산 거래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최 회장이 A 씨를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부촌에 위치한 ‘제이하우스’라는 빌라를 제공했다는 것. 또 A 씨가 보유했던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는 SK그룹의 해외 계열사를 통해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는 수법으로 A 씨에게 금전적 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안 씨는 블로그에 2008년경부터 이곳에서 최 회장과 A 씨가 자주 만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미 10년여 전부터 사실상 별거 상태였다는 최 회장 부부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최 회장이 구속된 2013년 1월 31일 이전까지는 이곳에서 A 씨를 몰래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의 편지가 공개된 당일 <일요신문>은 제이하우스를 직접 찾았다. 제이하우스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주거지역인 유엔빌리지 안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또 한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명당을 차지하고 있다. 5층짜리 빌라로 1, 2동을 합쳐 10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안 씨의 주장처럼 2008년경부터 이곳에서 두 사람이 만나온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제이하우스가 완공되어 사용승인이 난 날이 2010년 3월 9일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집 제이하우스 ×××호는 인기척이 없어 보였다. 바로 옆 건물에 수년째 살고 있다는 한 중년 여성에게 최 회장과 A 씨에 대해 물었지만 “최태원 회장이 여기에 살았다는 말도 들어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제이하우스 경비원은 “그 집은 이미 3년 넘게 빈집”이라고 말하면서도 3년 전에 누가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한 택배기사도 “그 집은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빌라에서 나온 쓰레기 속에서 어린 아이가 영어로 쓴 글 등이 발견됐지만 다른 세대의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이날 만난 한 제이하우스 거주자 부부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외출을 나가는 길이었다. 이 거주자는 “다른 세대에 누가 사는지는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거주자는 창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모여든 기자들에 호기심을 보이며 오히려 “여기엔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사생활이 철저히 보호되는 곳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제이하우스 ×××호는 등기부상 현재 최 회장의 소유로 돼있다. 최 회장이 옥살이를 하던 2013년 10월 16일에 45억 5000만 원에 매매했다. 이전 소유자는 최 회장과 고교동문으로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진 S 씨다. 그렇다면 S 씨가 소유자일 때 최 회장과 A 씨가 이곳에서 만났던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등기부의 ‘호수’와 실제로 제이하우스에서 사용하는 호수가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건물은 한강을 마주하는 정면에서 바라보면 5층이지만 뒤에서 보면 위쪽 세 개 층만 보인다. 그래서 1, 2층은 등기에 지층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최 회장과 A 씨의 만난 장소인 제이하우스 ×××호는 실제로는 높은 층이다. 거주민들도 지하 2층부터 1층으로 쳐서 101~501호로 부르고 있었다.
한편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A 씨의 신상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다. 눈길을 끄는 점은 A 씨의 학력과 그의 경력에 관한 것들이다. A 씨가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얘기도 있다. 한 누리꾼은 “(A 씨가) 서울 L 초등학교와 S 중학교를 졸업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S 중학교 출신이라는 또 다른 누리꾼도 “S 중학교 동문이 맞다”고 댓글을 달았다.
1975년생으로 알려진 A 씨가 만약 우리나이로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가정해 따져본 졸업기수엔 A 씨와 동명인 사람이 있었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L 초등학교와 S 중학교에 A 씨가 졸업생이 맞는지 문의했지만 “개인정보라 알려주기 곤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사실 A 씨는 최 회장의 내연녀로 밝혀지기 전부터 상당한 유명세를 치른 인물이다. 미니홈피 ‘싸이월드’와 미국거주 한인여성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유에스에이(Missy USA)’에서 일명 ‘뉴저지 싸이녀’나 ‘몸짱 아줌마’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A 씨는 지난 2012년 6월에 최 회장과의 사이를 언급한 글을 올렸다가 이후 모두 삭제한 일도 있었다. 사건 이후 미시유에스에이에는 “A 씨를 알고 지냈다”거나 “A 씨를 본 적이 있다”는 미국 뉴저지 거주자들의 글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