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농협은행과 A 씨의 조정을 성립시켰다. 서울고법은 “피고(농협은행)는 원고(A 씨)에게 명예퇴직금 및 퇴직위로금 합계 5억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2014년 1월 해직처분을 받은 A 씨는 농협은행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은 A 씨의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판결에 불복하며 즉각 항소했고, A 씨 역시 그에 맞서 항소해 사건은 2심에서 다투게 됐다.
그런데 2심 재판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농협 측은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지난 12월 7일 법원에서 조정 회부 결정이 내려졌으며 다음 날인 8일 조정은 성립됐다. 재판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판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농협 측이 조정신청을 제기했다. 2심 역시 A 씨 측이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A 씨의 ‘청구 원인’이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서울고법 해고무효확인 조정조서’에 따르면 A 씨가 농협 내부 비리를 어떻게 지적했는지, 어떤 비리 의혹을 제기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A 씨는 농협은행에서 20여년을 근무하며 주요 요직을 거쳤다. 지난 2010년 농협은행 서울심사센터의 센터장으로 발령 받았고, 2011년에는 농협은행 여신심사단장으로 근무했다. A 씨가 해당 보직에 재직할 당시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다.
지난 12월 8일 서울고법은 농협은행과 내부고발자에 대한 조정을 성립시켰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조정문건
A 씨가 2011년 농협은행 여신심사단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도 농협의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바로 ‘리솜리조트 특혜 대출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시 A 씨는 총 280억 원에 달하는 리솜리조트 추가 대출 건과 관련해 여신심사단장으로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대출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A 씨를 인사 조치했다. A 씨는 이에 반발해 신용부문 대표에게 항의성 메일을 보냈다. 또한 A 씨는 ‘농협은행의 한 팀장이 특정 사업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3억 원을 받았다’는 금품수수 사건까지 함께 제보했다.
A 씨는 ‘조정조서’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이 전 대통령 추심 전 매입 의혹, 리솜리조트 특혜 대출 의혹 등을 제기한 끝에 지난 2014년 1월 농협은행으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결국 해직처분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번 2심에서 조정을 거치며 5억 2000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받는 등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물론 A 씨와 농협은행의 조정 결과는 법적 판결과는 차이가 있다. 양 측의 조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A 씨가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 받게 된 조정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정조서에 명시된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은 원고가 주장하는 것으로서 법원이 모두 다 인정했다고 볼 순 없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럼에도 조정결과가 사실상 A 씨의 승소와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A 씨가 주장하는 내용이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농협은행 측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원 권고에 따라 조정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조정조서에 명시된 세부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