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돌보다 기초생활자로…완벽보상 약속 지켜라”
지난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2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작은 사진은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피해자 조문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4년 2월 17일 부산외국어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행사 도중 행사장 건물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내 체육관 건물이 붕괴돼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발생 9시간 만인 18일 오전 6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소유주인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회장이 붕괴 현장을 직접 찾아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와 가족에게도 엎드려 사죄한다.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발 빠른 공식 사죄 입장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완벽한 보상을 약속한 것.
사고 직후 코오롱 측은 사망자 유가족에게 1인당 5억 9000만 원을 배상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완벽한 보상 약속이 부상자에 대해선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오롱 측이 부상자들에게 지난 2년 동안 미온적인 보상 합의 태도를 보여 아직도 보상 합의가 다 이뤄지지 못한 것.
코오롱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에 따르면 2015년 12월 30일까지 보상 합의가 이뤄진 부상자는 180여 명이다. 그리고 나머지 20여 명의 부상자들과는 보상 합의가 진행 중이다. 부상자의 90%가량과는 보상 합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10%는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 아직 보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부상자의 대다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과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또한 아직 보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부상자 가운데 2명은 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부상자들 사이에서는 10%가 아닌 20%가량의 부상자가 아직 코오롱 측과 보상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현재 코오롱 측이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합의자 명단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90%가량과 보상 합의가 이뤄졌다는 코오롱 측의 발표에 부상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붕괴 사고로 인해 코비중격하비갑개절제수술, 턱관절내장증 및 통증으로 인한 스플린트·교정 치료, 두부 이상으로 인한 정신과 치료 등을 받고 있는 정 아무개 씨(여)는 지난해 9월 코오롱 보상담당자가 직접 찾아와 보상 합의금을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해주겠다는 합의를 제안했었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12월 29일 이뤄진 접촉에서 코오롱 측은 “2000만 원에서 7000만 원 사이에 합의를 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접촉에서 정 씨의 보호자인 모친 양 아무개 씨(50)가 제출한 손해액 사정금액에 대해 코오롱 측은 “과다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는 “사고 이후 딸이 공포증에 휩싸여 건물에도 못 들어가고 육교도 제대로 건너지 못한다”면서 “지인들과의 관계까지 모두 단절할 만큼 정신적 피해를 심하게 입은 딸은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꿈과 함께 미래까지 잃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언제까지 치료받게 될 지 기약도 없는 상황에서 지난 2년 동안 발생한 치료비 규모로 합의를 하자는 코오롱 측의 입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한 시라도 옆에서 지켜주지 않으면 안됐기에 운영 중이던 식당마저 접고 지난 2년간 딸을 보필하다보니 결국 기초생활수급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미 코오롱 측과 합의가 이뤄진 부상자들에 대한 보상금을 두고도 적절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관계자는 “코오롱이 터무니없이 적은 보상금으로 합의를 보려고 하며 이미 합의를 본 부상자 측의 불만도 높다”면서 “합의를 마친 부상자 측에서 아직 합의를 보지 않은 부상자들에게 ‘절대 합의보지 말라’는 당부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의 보상금 적절성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개개인별로 부상의 정도에 차이가 있어 합의금이 각기 달리 책정됐으며 위로금을 더해 적절하게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합의자 명단 및 합의금 규모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보상 합의 과정에서 코오롱 보상담당자가 막말까지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양 씨는 보상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하다 “시집이나 보내버려라” “차라리 소송을 제기하라” 등의 말을 직접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딸(정 씨)이 사고 전까지 건강하게 자랐다’는 양 씨의 발언에 대해 “안 아프고 컸을 것 같다”는 비꼬는 듯한 말투의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손해사정사와의 보상 합의 과정에서도 보상담당자는 정 씨의 심적·육체적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1억 원 이하라면 합의해줄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양 씨는 “피해를 본 건 우리인데 정작 목소리를 높이는 건 코오롱”이라며 “대학생활의 부푼 꿈을 안고 환영식을 향하던 딸의 밝은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보상담당자의 막말 발언에 대해 코오롱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보상 합의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대립되다보니 보상담당자가 좋은 의도로 한 발언을 부상자 가족이 오해해서 해석했다는 것. 코오롱 측의 주장에 따르면 양 씨가 “딸이 아파서 시집이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자 “시집 잘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해줬으며, 소송 제기 발언에 대해서도 합의 보상 방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주장했다. 또 ‘안 아프고 컸을 것 같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양 씨의 말에 대한 동의를 표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합의금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의 직접 언급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보상 합의금 언급이 없었다는 코오롱 측의 입장에 대해 다른 한 피해자 가족은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되도록 코오롱 측은 피해자 측이 먼저 하향 조정을 말하기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코오롱 측이 보상금을 아끼려고만 하니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피해자와 코오롱그룹이 바라는 보상금 수준의 차이가 커서 원만한 합의를 하고자 계속 노력 중”이라면서 “계속적인 치료비와 교통비 등의 실비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원만한 보상 합의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상자들의 치료”라면서 “한 학생의 경우 보상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비가 과다하게 지출된다는 점을 감안해 계속적으로 보상 지원을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양 씨가 손해사정사를 고용해 산정한 손해액 사정금액은 위자료 3526만 원, 일실수익 1억 6347만 원, 향후 성형치료비 740만 원, 향후 치아치료비 450만 원 등 총 합계 2억 1000만 원이다. 정 씨는 지난해 5월 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부산외국어대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