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부과에 쿠팡 “고객·국민께 사과”…부정적인 여론·적자 전환 등 영향 풀이

쿠팡의 대응 수위는 2024년 공정위 제재 때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당시 공정위는 PB상품 순위조작 문제로 쿠팡에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4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상품 추천을 금지하면 로켓배송 서비스 유지가 어렵다”는 취지로 반박했고, 3조 원 물류투자와 22조 원 상품 구매 투자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예정돼 있던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도 취소했다.
그러나 이번 개인정보위 제재에는 상대적으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쿠팡은 행정소송으로 과징금 처분을 다투겠다는 입장을 공시했지만 로켓배송 중단이나 투자 차질 같은 압박성 메시지는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법적 대응은 이어가되 공개 여론전의 수위는 낮춘 셈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부와 국회가 쿠팡을 강하게 압박해온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청문회에서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 불출석과 해럴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의 답변 태도, 사고 책임과 보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후 로저스 대표는 쿠팡의 자체 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청문회 위증 혐의까지 추가로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사안의 성격도 다르다. 2024년 공정위 제재 당시 쿠팡의 대응은 PB상품 진열과 추천 알고리즘을 둘러싼 비즈니스 모델 방어전 성격이 강했다. 로켓배송과 물류투자 차질을 거론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 제재가 사업 운영과 소비자 편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개인정보 유출 건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피해를 입었다. 쿠팡이 과징금 처분이 과도하다며 강하게 반발할 경우 고객 피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개인정보 유출 이후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SNS 등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쿠팡 탈퇴와 불매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쿠팡이 보상 방안으로 5만 원권 쿠폰 지급 방식을 택한 것을 두고도 피해 입은 소비자가 계속 쿠팡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 움직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소비자 반응”이라며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때는 미국 본사와 정용진 회장이 수차례 나서서 사과하고 선불상품권 환불 조치도 내놨지만 쿠팡의 대응은 그에 비해 미비했다”며 “물의를 일으켜 보상한다는 식으로 내놓은 것이 결국 쿠폰 지급 방식이었고, 소비자가 쿠폰을 쓰면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라 얄팍하게 비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이탈에 이은 부진한 실적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8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지만 영업손실 2억 4200만 달러, 순손실 2억 6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1억 5400만 달러, 1억 7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본업 성장세 또한 주춤한 모습이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 등으로 구성된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매출은 7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는 데 그쳤고 2026년 1분기 활성고객 증가율(2%)은 지난 분기(8%) 대비 둔화됐다.
이종우 교수는 “6246억 원은 쿠팡의 2025년 영업이익 수준으로 연간 영업이익을 반납해야 하는 규모라 부담이 크다”며 “지난번처럼 소비자가 쿠팡 편이면 강하게 나갈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마음의 등을 돌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액이 큰 만큼 행정소송을 안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개인정보 보호 프레임워크를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의지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다만, 작년 데이터 유출 사태와 관련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개인정보위원회의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개인정보위원회로부터 공식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