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 앞두고 정 대표 연임 논란·당정 갈등 부각…국민의힘, 장 대표 선거 책임론·재선거론 충돌 격화

정청래 대표를 향한 사퇴론은 민주당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제기된 점에서 복합적 성격을 띤다.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16곳 중 1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과 대구시장, 그리고 경남지사 선거에서 패했다. 전국 14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최대 관심 지역으로 꼽힌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구갑에서 패하며 당 지도부 책임론의 빌미가 생겼다. 당내에서는 “숫자로는 이겼지만 정치적으로는 아쉬운 선거”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정 대표를 향한 사퇴론은 선거 책임론을 넘어 전당대회 관리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정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에서 현직 대표가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도 사퇴론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장철민 의원과 임미애 의원 등이 당 의원총회에서 정 대표 사퇴론을 언급한 배경에도 전당대회 공정성 문제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다시 당권에 도전할 경우 당내 경쟁 구도 자체가 불공정하게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한 정 대표의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 후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정 대표는 해당 발언에 이어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깊이 국민의 마음을 새기는 자세를 항상 취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인 바 있다. 그런데 당내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발언이 마치 집권 여당과 정부 사이 거리를 두는 듯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내 사퇴론은 정 대표의 즉각 퇴진을 관철하려는 움직임이라기보다, 차기 전당대회를 앞둔 견제 성격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 대표 사퇴론은 선거 책임론만으로 보기 어렵다”며 “당 대표 연임에 대한 불만과 당정 관계를 둘러싼 불편한 기류가 함께 터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동혁 대표를 향한 당내 사퇴론은 민주당보다 더 직접적인 패배 책임론에서 출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16곳 중 4곳에서 이기는 데 그쳤고,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를 포함해도 전반적으로 패배했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왔다. 부산을 제외한 영남권과 서울을 지켜냈지만 장 대표 체제가 중도층 확장에 성공했는지를 두고 당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사퇴 요구가 먼저 터진 곳은 지도부였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제안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피해서는 안 되며, 다음 총선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새 지도부가 총선 체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는 장 대표 개인의 거취 문제를 넘어, 한동훈계 등 당내 비주류와 현 지도부 간 주도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장 대표 체제를 옹호하는 최고위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우 최고위원의 사퇴 요구를 비판했고, 김민수 최고위원도 당원이 선출한 지도부는 당원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논리로 장 대표를 방어했다. 최고위 공개 설전은 국민의힘 내홍을 그대로 드러냈다. 선거 패배 이후 당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두고 지도부 내부에서부터 충돌이 벌어진 셈이다.
장 대표가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전면에 내세우며 재선거를 강하게 주장하자 선거 책임론을 회피한다는 당내 비판도 적지 않다. 장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해결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당내 거취 논의에 선을 그었다. 장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국정조사나 특검보다 재선거가 먼저라며 전국 재선거 특별법 추진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재선거론이 선거 패배에 대한 평가를 가리고, 강성 지지층 결집에 기대는 전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선거 패배 평가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재선거론을 전면에 내세울수록 중도층과의 거리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당내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