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 온기를 느끼고 싶었스므니다”
일본 유명 개그맨 다카하시 겐이치는 지난 20년간 여고생 교복 수백여 점을 훔친 혐의로 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일본 영화의 한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지난 12월 26일, 일본 경찰은 “인기 개그맨 다카하시 겐이치를 절도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다카하시는 4월 25일 오후 1시경 도쿄 세타가야구 도립고등학교에 침입해 체육관 여자 탈의실에서 여고생 교복 상의와 스커트, 양말 등 24점(40만 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의하면 “다카하시 용의자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정문으로 침입했고, 대형 배낭이 불룩해질 정도로 가방 안에 잔뜩 교복을 채워 넣었다”고 한다. 교복을 훔친 뒤에는 담을 뛰어넘어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다카하시가 여고생들이 동아리활동을 막 시작한 틈을 타 탈의실에 숨어든 걸로 봤을 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교복을 노린 것 같다”고 전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용의자의 덜미가 잡힌 건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이다. 인근 고등학교에서 교복이 도난당하는 유사 범죄가 자주 발생했는데, 당시 학교 부근 방범 카메라에 다카하시 차량이 찍힌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경찰은 다카하시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다카하시 집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려 70여 개의 커다란 비닐포대가 발견됐는데, 여기서 여고생 교복 600여 점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도쿄 시내와 인근 시에 위치한 학교 교복으로, 피해를 당한 곳은 5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다카하시가 ‘약 20년 전부터 여고생 교복을 훔쳤고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그랬다’며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다”고 밝혔다.
사실 다카하시는 2007년에도 만원전철 안에서 치한 혐의로 체포된 ‘전과’가 있는 인물이다. 그때는 불기소처분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대체 무엇이 그를 삐뚤어진 성욕의 소유자로 만들었을까.
알려진 바에 의하면, 다카하시는 아직 미혼으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특이할만한 사항은 아이돌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모모크로)’의 열광적인 팬이라는 것.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졌지만, 모모크로 이야기만 나오면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메이지대학 심리학 강사인 세키 오사무 씨는 이렇게 분석했다. “아이돌을 좋아하고 교복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한다는 것은 성인여성에 대해 별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훔친 교복을 통해 순수한 여고생에 대한 동경을 키워나간 듯하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건과 연관 지어, 다카하시의 가족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 가운데 <주간스파>는 다카하시의 변태적 성향을 두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어머니와는 어릴 때 사별했고, 부친에게는 거액의 빚이 있는 등 순탄치 않은 가정환경이 뒤틀린 성의식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2010년 코미디경연대회에서 다카하시가 받은 우승상금도 아버지 빚을 상환하는 데 모두 썼다고 전해진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유·소년기 발육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적응장애, 경계선 인격장애, 중독 등의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특히 ‘중독’은 고독감이나 열등감,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이 발병하기 쉬운데 비단 성중독뿐 아니라 알코올, 도박, 약물, 인터넷, 절도 등 다양한 형태로 의존성을 보인다. 다카하시의 경우 절도 및 성중독일 가능성이 짙다.
<주간스파>는 “성중독에 걸린 사람들은 대개 특정 성 기호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으며, 환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비상식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의지박약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재차 범죄를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대로 죗값을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 의료적인 연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일본 방송국이다. 다카하시는 26일 니혼TV 프로그램 <엔터의 신>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통편집 당했다. 소속사도 당혹스러운 건 마찬가지. 관계자는 “치한 사건 때는 직원들과 동료 개그맨들이 나서서 탄원서를 만들고 무죄를 호소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면서 “그는 또 다시 우릴 실망시켰고, 아무도 다카하시를 위해 나서지 않을 것”고 말했다. 29일 일본 매스컴에 따르면 “조만간 소속사는 다카하시와의 계약을 해지할 방침”이라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다카하시 주변 반응 ‘롤리타 콤플레스’ 동료들 사이 유명 지난 12월 26일 교복 절도 혐의로 개그맨 다카하시 겐이치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이돌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모모크로)’ 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다카하시 용의자는 모모크로의 팬임을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모모크로가 콘서트를 할 때마다 관람하는 것은 물론, 워낙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 팬들 사이에서는 다카하시를 ‘신(神)’ 등급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모모크로 팬들은 이번 체포에 대해 “정말 충격적”이라며 입을 모았다. 반면, 일부 동료들은 “다카하시가 롤리타 콤플렉스가 있다는 건 친한 동료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다카하시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등등 짐작하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 동료 개그맨은 “콩트 연습 때 다카하시가 물건을 집어 주머니에 넣는 타이밍이 무척 빨라 감탄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쁜 손버릇’을 직접 목격한 것이었다”며 씁쓸해했다.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