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돌아온 ‘예비역’ 박지성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은 영국 런던이에요. 전지훈련차 오늘(7월30일 현지시각) 이곳에 도착해서 연습경기를 ‘관전’하고 숙소 호텔 방으로 돌아와 여러분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어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이유는 수술한 무릎 부위에 물이 차는 등 통증이 재발됐기 때문이에요. 팀 닥터 얘기로는 피로 누적에 의한 것일 뿐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 피스컵대회 동안 멀쩡했던 무릎이 네덜란드에 오자마자 ‘가동’이 중단됐다는 게 좀 신경이 쓰이네요.
요즘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진출한 이천수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 것 같아요. 천수라면 정말 유럽에서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어떤 상황, 어떤 장애물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은 스페인에서도 잘 통할 테니까요. 전 예전에 네덜란드에 진출하자마자 부상을 당해 심리적인 위축감이 상당히 컸어요. 무릎 부상이 완쾌되면서 가장 기뻤던 일이 자신감 회복이었으니까요.
천수랑 저랑 81년생으로 동갑이긴 하지만 대표팀에서 만나면 천수는 저한테 깍듯하게 “형”이라고 불러요. 천수는 00학번이고 전 99학번이거든요. 동갑인데 무슨 ‘형’이냐고요? 학번이 다른데요, 당연히 제가 선배 대접을 받아야죠.
지난번 한국에서 (황)선홍이 형이 제 인터뷰 스타일에 대해 쓴소리를 했더라고요. 한마디로 인터뷰 내용이 별로 재미없다는 거죠. 인정합니다. 공식 기자회견장에선 저도 모르게 경직되곤 하거든요. 그런데 대답이 재미없다는 부분에선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질문하는 내용이 뻔한 대답을 하게끔 만들거든요.
예를 들면 이렇죠. “경기 소감은?” “열심히 뛰었습니다”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뭐, 이렇거든요. 그런 자리에서 말을 재치 있고 재미나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편한 자리도 아니고. 하지만 노력은 할 거예요. 말솜씨가 없다는 건 득보다는 실이 많잖아요.
비록 4주간의 짧은 군사훈련이었지만 마치고 나니 후련하네요. 이젠 휴가 기간 동안 군대에 갈 일도 없고 완전히 쉴 수 있잖아요.
전 다시 ‘감옥’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그 ‘감옥’은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탈출할 수도 있고 주저앉을 수도 있는 곳이에요. 자유와 기회가 있는 네덜란드의 ‘감옥’에서 박지성이 펼칠 힘찬 활약을 기대해 주세요.
런던에서
부산 이붕장학회 KBF바둑리그 우승 ‘꼴찌’의 반전 드라마
온라인 기사 ( 2024.12.31 1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