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안산M밸리록페스티벌 사진=안산시청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서 열린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은 펜타포트 페스티벌과 함께 국내 2대 록페스티벌로 꼽힌다. 실제로 CJ E&M과 함께 공동으로 페스티벌을 주최했던 안산시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7월 열린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에는 총 8만 5000명의 관객들이 공연장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안산시는 “안산 지역 경제파급 효과가 166억 원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메르스, 장마 등의 여러 어려운 제반 환경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황리’에 마친 이번 행사는 대학생 장 아무개 씨(26)에겐 악몽으로 남아있다. 장 씨는 3일 간 열린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인 지난 2015년 7월26일, 현장 경호요원에게 두 차례 얼굴을 가격당해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 왼쪽 눈 아래 뼈가 함몰된 것. 장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력이 현저하게 나빠졌다. 눈 아래쪽 시야가 초점이 잡히지 않는다. 사건 발생 당시 보다는 완화 됐지만 아직도 불면증과 우울증 증상이 있다”고 말했다.
장 씨의 부상은 이날의 헤드라이너였던 영국 메탈 밴드 ‘모터헤드’의 공연 중 발생했다. 이날 관객석에는 페스티벌 첫 날 무대에 올랐던 가수 장기하가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석에 모습을 보였다. 이 때 장기하를 발견한 관객들이 그를 알아보고 들어 올리려 했다. 머리 위로 둥둥 떠다니는 일명 ‘서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기서 페스티벌 주최 측의 경호원이 장기하의 목을 뒤에서 끌어 당겨 관람 지역 밖으로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관람객과 뒤엉켰다. 앞서의 대학생 장 씨가 골절상을 입은 것도 이때다. 장 씨가 기자에게 보내온 당시 현장 촬영 영상을 보면, 경호원이 자신을 잡고 있던 장 씨의 안면을 두 차례 가격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장 씨는 “당시 넘어진 관객도 없었고 안전사고가 일어날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호원은 장기하 씨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경호원은 그를 끌어내며 관람객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흥분한 경호원에게 ‘진정하라’며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는데 경호원은 자신을 저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듯, 갑자기 머리를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힘차게 젖혔다. 이런 식으로 두 차례 ‘박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씨는 사건 당일인 7월 26일부터 페스티벌 공식 SNS 계정에 경호원으로 인해 눈에 부상을 입었다고 알렸지만, 주최 측은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3일 뒤 장 씨가 CT 사진을 올리고 당시 현장 영상이 공개되고 나서야 공식 사과문이 올라왔다. 영상을 본 일부 관람객들이 “경호원들의 위협적인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등 해당 논란이 SNS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7월 30일 공동 주관사인 CJ E&M과 나인ENT는 “안전 통제 과정에서 부상을 입으신 관객 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해당 경호원이 속한 강한친구들도 같은 날 “불미스러운 일로 피해를 입으신 관객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라며 사과문을 올렸다. 장 씨의 폭행 사건도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장 씨가 공개한 CT 사진. 왼 쪽(사진에서 오른 쪽) 눈 아래 뼈가 함몰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난 지금도 해당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있다. 장 씨는 폭행했던 경호원에 대해 형사고소 했고, CJ E&M 등 주최사들에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장 씨는 “피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적극적으로 사과를 하고 합의를 진행하려던 CJ 측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장 씨에 따르면, CJ와 강한친구들 측 관계자들과의 합의는 시간이 갈수록 지지부진 했다. 양 측 확인 결과 사건 발생 이후 완만하게 합의가 진행 됐으나 이 과정에서 장 씨의 장애 판정 여부, 논란이 일었던 과잉진압 재발 방지 등에서 이견을 보인 것이다. 장 씨는 우선 향후 장애가 예상된다는 의사 소견을 고려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재발 방지와 다소 과격할 수 있는 페스티벌 문화 존중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반면 CJ 측은 형사 합의금, 수술비 등에서 최소한도의 보상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장 씨가 강력하게 요구한 재발방지 등에 대해선 약속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장 씨가 “다시 고민해 보자”고 밝혔는데 3주 뒤 CJ 측은 “직접 합의안을 제시하라”고 통보해 왔다고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 지속적인 업무방해로 맞고소를 할 수 있다”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장 씨는 “사건 발생 3일 뒤, 안산시와 시의원들에게 민원 메일을 한 통 씩 보냈다. 이를 두고 수개월이 지나 업무방해라고 말한 것”이라며 “더 이상 합의가 진행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 씨는 CJ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지난 5일 CJ 측이 해당 소송에 대해 제출한 준비서면을 보면 “장 씨의 주장을 모두 부인한다. 장 씨의 과실비율이 90%”라고 명시돼 있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사과를 하고 합의를 진행하던 모습과는 정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준비서면을 통해 CJ 측은 “CJ와 강한친구들은 폭행 당사자인 경호원과 직접 고용형태가 아닌 임시용역 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해 현장에 투입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CJ와 9ENT는 지휘‧감독하는 관계가 전무하다”고 밝혔다. 즉, 사고와 관련해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CJ 측은 “경호원이 ‘임의로’ 관객석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주최 측은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이라며 “당시 관객들도 극도의 흥분상태였으며, 음주가 가능한 공연 특성상 안전 문제에 대해 극히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장 씨는 CJ 측이 준비서면에서 자신의 SNS까지 언급한 부분을 지적했다. 준비서면에서 CJ 측은 장 씨가 SNS에 올린 일상생활 게시물들을 근거로 제시하며 “장 씨는 활동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고, 즐기고 있다. 장 씨가 주장하는 불면증 및 우울증 증상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 씨는 “피해자는 SNS에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모습과 쌓아둔 수면제만을 올려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CJ 측은 나의 주장에 대해 그저 합의금을 높게 받으려고 논란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CJ 측에 합의금 이야기 보다 먼저 재발 방지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통제를 강요한 책임에 대해 강력히 주장했다”고 말했다.
준비서면의 내용 등 장 씨와의 소송에 대해 문의했지만 CJ E&M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해자의 주장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만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