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사상 공·수·주 ‘3박자’를 거의 완벽하게 갖춘 선수는 역시 이종범이 꼽힌다. 더욱이 인간성도 좋아 4박자를 갖춘 선수라는 평을 받는다. 예전에 내 친구 중 한 명이 이종범이 정말 야구를 잘하는 거냐고 묻길래 그건 조용필이 노래 잘하느냐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두말하면 ‘멍’소리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종범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무슨 생각이 드느냐. 바로 자신감과 적극성이 철철 넘쳐난다는 거다. 야구 실력은 많은 훈련과 경험으로 향상되지만 자신감은 훈련으로 생기는 게 아니다. 또 자신감이라는 감독의 사인도 없다. 그걸 보면 타고난 천재성과 자신감이 지금의 이종범을 만든 거라 할 수 있다.
90년대 초 LG에 조필현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는 어깨 좋고 발도 엄청나게 빠른 기대주였다. 타격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연습 때는 곧잘 하다가도 시합만 나가면 ‘버벅거렸다’. 타석에서는 멍하니 서 있다가 나오기 일쑤였고 수비 때도 발은 빠르지만 긴장을 해서 타구를 지나치는 경우도 있었다. 한마디로 타구보다 더 멀리 뛰고 더 빠르게 뛰는 거다. 당시 백인천 감독은 소심한 그 선수의 성격을 고치기 위해 기막힌(?) 아이디어를 냈다. 매일 밤마다 아무한테나 시비를 걸어 싸움을 하라는 거다. 특히 젊고 술 먹은 사람을 골라서 붙으라는 거였다. 백 감독은 싸움을 통해 배짱을 키우라는 의미에서 했던 말인데 조필현은 싸움은커녕 말다툼 한번 안해보고 얌전하게 은퇴했다.
요즘 이승엽·심정수가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두 선수의 배팅 실력은 내가 평가할 수준은 아니고 분명한 것은 둘 다 타석에서나 수비할 때 거의 완벽하다는 거다. 두 선수가 지명타자로 나온 적이 없다는 게 그 증거다. 또 슬럼프 기간이 짧다는 건 훈련량이 많은 까닭도 있지만 타석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다는 게 가장 돋보이는 점이다. 또 투수들의 견제가 심해 볼넷으로 수도 없이 걸어나가지만 언제든지 좋은 공이 들어오면 치겠다는 자세가 돼 있다. 삼진을 먹을망정 기다렸다 걸어나가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 트레이드된 P선수가 부진한 이유는 팀 분위기에 적응 못한 게 아니고 시즌 초에 성적이 부진하자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서 나온 결과다. 그래서 볼넷으로 걸어나갈 때 아까워해야 되는데 속으로 ‘땡큐’하고 걸어나가는 거다. 내가 중계하면서 여러 번 지적한 선수 중에 H팀의 K선수가 있다. K는 좌타자면서 빠른 발을 갖고 있다. 그런데 타석에 서면 치겠다는 마음보다 어떡해서든 걸어나가려고 애를 쓴다. 매 타석마다 번트 자세는 기본이고 항상 볼카운트를 자신한테 불리하게 만든다. 타격도 자신 있는 스윙을 하는 게 아니고 1루쪽으로 뛰어가면서 방망이를 내미는 스타일이다. 결국 투수들한테 완전히 ‘호구’ 잡혀 손해를 보고 있다. 그런 야구는 절대로 늘지 않는다.
선수 여러분, ‘깡’으로 덤비는 사람한테는 주눅들게 마련입니다. 그러면 50%는 먹고 들어가는 거 아닌가요. 일단 덤벼 봅시다!! 야구 해설가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