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ESPN 메이저리그 담당 차명석 해설위원이 특유의 입담으로 시청자와 네티즌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차명석 위원이 야구팬들뿐만 아니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바로 ‘차명석 어록’ 때문이다.
‘차명석 어록’은 차 위원이 생방송으로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진행하면서 즉흥적으로 했던 말들을 모아둔 것. 현재 팬들 사이에 10여 가지 ‘차명석 어록’ 에피소드가 나돌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종류가 늘고 있어 조만간 수십 가지에 이를 전망이다.
이 어록의 키워드는 ‘웃음’. 예를 들면 애리조나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 구속이 88마일이 나오자 아나운서가 “와! 직구도 아니고 슬라이더가 88마일까지 나오면, 도대체 얼마나 빠른 겁니까?”라고 말하자 차 위원이 “예, 제 현역 때 직구 최고구속보다 빠르군요”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식이다. 얼굴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자신의 현역시절을 빗대 ‘썰렁개그’식으로 말하기 때문에 ‘자기비하 해설’로도 불린다.
‘차명석 어록’의 압권은 부인에 대한 이야기다. 메이저리그 중계 도중 카메라가 관중석에 있는 한 선수 부인의 모습을 클로즈업했다.
차 위원: 아! 저 선수 부인 참 미인입니다.
아나운서: 그런데, 스포츠 선수들 부인들이 대부분 미인 아닙니까? 왜 그럴까요?
차 위원: 그런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참히 깨버렸죠.
아나운서: 집에 가면 아무 일 없을까요?
차 위원: (침묵)
차 위원은 이 에피소드 이후 팬들과 지인들로부터 “정말 아무 일 없었느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았다고 한다. 그의 답변도 걸작이다.
“집안 이야기 밖에다 하면 맞거든요. 근데 진짜 때리지는 않고 아침밥만 안 주던데요(웃음).”
지난 7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중계 당시였다.
아나운서: 기억나는 올스타전 추억이 있습니까?
차 위원: 네, 저는 올스타전 추억이 아주 많습니다. 올스타로 뽑힌 적이 없어서 그 기간 중엔 늘 가족들이랑 여행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나운서: ….
차 위원은 “야구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평균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중계를 끈기 있게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은 별로 없다”며 “그래서 가능하면 솔직하면서도 재미있게 중계를 하려다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번은 중계 도중 아주 큰 홈런이 나왔다.
아나운서: 아! 정말 큰 홈런이군요. 혹시 현역시절 때 경험했던 홈런 중에 기억나는 것 있습니까?
차 위원: 제가 장종훈 선수한테 홈런을 엄청 크게 맞은 적이 있는데요. 어디 잘 찾아보면 아직도 날아가고 있을 겁니다.
이밖에도 차 위원의 ‘폭탄 어록’은 부지기수.
아나운서가 ‘야구 감독 중 낚시가 취미인 경우가 많다’고 하자 그는 “제가 모시던 감독님도 좋아했는데, 낚시를 하면서 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시더군요. 저 놈을 잘라야 되나 말아야 되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고, 또 연장17회까지 간 경기를 중계하다 너무 화장실에 가고 싶어 방송이 나가는 줄 모르고 ‘미치겠네’라고 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차 위원은 지난해 8월 보이지 않는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다. 그가 새벽 경기를 중계하던 중 아랫배가 갑자기 답답해졌다고 한다. 체한 것이었다. 꾹 참고 해설을 계속했지만 속은 더욱 부대끼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해설 도중 중계석에서 전날 저녁에 먹은 것을 모두 ‘반납’하고 말았다. 다행히 화면이 경기장면을 잡고 있어서 시청자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중계석은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는 후문.
이런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솔직, 대담’이라는 차 위원의 승부수는 결국 적중했다. 차 위원은 “그전에 해설하시던 분들은 ‘야구천재’같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씀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실수담을 섞어서 솔직히 진행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 신조가 욕을 먹더라도 남과 똑같이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인기에 즐거워했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