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벗고 ‘리얼’ 입으니…호감 돋네~
고현정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통쾌한 성격대로 자신의 일상과 과거를 감추지 않고 풀어 놓았다. <현정의 틈, 보일락말락> 방송 화면 캡처.
연예계에서는 고현정의 최근 행보에 ‘의아함’을 동반한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대중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배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가장 내밀한 모습까지 보여준 적 역시 없기 때문이다. 고현정의 변화에 대해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 측은 “시청자와 대중에게 새롭게 다가갈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고현정의 변화’를 충분히 설명 못하는 분위기다.
#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 왜?
고현정은 최근 SBS플러스가 방송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현정의 틈, 보일락말락>에 출연했다. 드라마나 영화 출연 이외에 예능 프로그램과는 벽을 뒀던 고현정이 자신의 일상을 숨김없이 공개해야 하는 리얼리티에 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렵게 출연을 결심한 만큼 고현정은 마치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과거 신혼생활은 물론 아들과 딸, 두 자녀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고현정은 애초에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 자체를 자신의 ‘일’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다. 2년 전부터 제작진의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번번이 거절해왔다. “왜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가장 컸다고 했다.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되자 방송사는 해당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연출자와 작가를 교체하기까지 했다. 그런 뒤에 다시 고현정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SBS플러스 측은 “2014년 고현정의 프랑스 파리 여행길에 동행해 촬영을 하고 싶었지만 실패했고 제작진을 바꿔 다시 기획했다”며 “한 달에 한 번꼴로 고현정에게 출연을 제안하며 설득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제작진이 출연에 공을 들인 최근 2년 동안 고현정은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을 하지 않던 잠행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기 활동은 2013년 출연한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 이후로 멈춘 상태였다. 공백이 길어지면서 변화에 대한 부담과 책임도 뒤따랐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작품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하면서 의류 사업에 매진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연기자로 꾸준히 활동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는 결심이 섰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 제작진과 손잡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처럼 보인다.
일단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한 고현정은 통쾌한 그 성격대로 자신의 일상과 과거를 감추지 않고 풀어놓았다. 심지어 전 남편이 이끄는 이마트와 SSG를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이마트에서 간식을 사온 회사 매니저에게 “(이마트에) 그만 좀 가라”며 “내가 민망해서 살 수가 없다”고 내뱉기까지 했다. 제작진은 이런 내용을 방송에 그대로 담아야 할지 고민했지만 고현정은 뜻밖에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꾸미지 않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고현정은 또 2003년 이혼 직후 쓴 일기장의 내용도 공개했다. 또 1995년 5월 결혼해 1년 6개월 동안 신혼을 보낸 일본 여행을 제작진과 동행하면서 “결혼해서 처음으로 일상적인 나의 생활을 시작했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추억도 있고, 아픈 추억도 있다”고도 말했다. 지금도 일본을 자주 찾는 그는 “(과거에는) 나름 심각해 하면서 돌아다녔지만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같이 있던 어떤 사람들 그리고 나의 자식들이 생각나기도 한다”고 돌이켰다. 고현정은 이혼 이후 두 자녀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늘 안타까운 시선이 그를 따른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그는 방송에서 “내 안에서 아이들은 자라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슬프다”는 말도 했다.
# 코스닥 상장, 연기 도전까지…도약하는 2016년
사실 고현정에게 올해는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를 코스닥 상장사인 포인트아이와 합병시켜 우회 상장에 성공하면서 과거보다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현정은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최대 주주다. 이 회사 대표는 그의 동생이 맡고 있기도 하다. 소속 배우인 조인성과는 특히 막역한 관계다. 조인성 역시 회사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만큼 상장에 따라 약 9억 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현정이 지난해 자신의 디자인에 참여한 의류브랜드를 론칭한 배경도 이런 과정에서 벌이는 ‘활동 다각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고현정은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과 철저한 ‘패밀리십’으로 뭉쳐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때문에 고현정과 소속사 동료인 조인성과의 각별한 신뢰는 연예계의 시선을 받고 있다. 고현정이 이혼하고 연예계로 돌아오면서 선택한 작품인 드라마 <봄날>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이후 10년 동안 서로에게 믿음을 나누고 있는 사이다. 둘은 워낙 격의 없이 지내는 탓에 지난해에는 함께 일본을 방문한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공개되면서 열애설에 휘말리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현정은 올해 연기 변신에도 적극 나선다. 5월 케이블채널 tvN이 방송하는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의 복귀작이다. 이 드라마는 황혼에 이른 주인공들이 다시 청춘을 꿈꾸며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즉, 고현정이 중심인 드라마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동안 줄곧 원톱 주연 드라마와 영화만 고집해왔던 고현정의 ‘반전 선택’이다. 노희경 작가가 극본을 쓰는 이 드라마에는 김혜자와 나문희, 고두심 등의 배우들이 주축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