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돈이 쌈짓돈이냐”승자의 저주 현실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에서 금호재단 등 공익법인을 동원한 주식 고가매입 의혹으로 검찰 고발 위기에 몰렸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지난해 12월 29일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채권단에 인수대금 7228억 원을 모두 납입하며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을 되찾았다. 지난 2009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이후 6년 만에 그룹 재건을 위한 큰 틀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박 회장의 컴백은 워크아웃으로 해체된 기업의 오너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그룹을 되찾은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불안한 재무 상태와 고강도 구조조정이 예상됐지만 어찌됐건 승자는 박 회장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심상치 않은 얘기가 들렸다. 금호산업 인수과정에서 위법행위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과 금호재단 이사 등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인수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한 결과 배임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자료는 취합됐으며 현재 공식 고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1월) 중에는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은 그룹 공익법인의 ‘주식 고가매입’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금호기업을 설립했다. 전략적 투자자를 금호기업에 끌어들이고 자금을 충분히 확보해 금호산업을 인수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박 회장과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보유하던 자사 주식을 매각하고 금호기업에 13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때 금호재단, 죽호학원 등 그룹 공익법인도 각각 400억 원, 150억 원을 금호기업에 출자했다. 또 이들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케이에이(주), 케이에프(주), 케이아이(주)도 금호기업에 100억 원을 출자했다. 이를 종합하면 그룹 재단법인 및 그 자회사가 금호기업에 출자한 총액은 ‘650억 원’이다. 박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금호기업에 총 2321억 원을 출자한 것을 감안하면 2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후 지난해 12월 금호기업이 금호산업 지분(50%+1)을 인수한다. 당시 금호산업의 주가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붙어 ‘4만 1213원’이었다. 현재 금호산업의 주가가 1만 4800원인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비싸게 산 셈이다. 의혹은 여기서 제기된다. 당시 그룹 공익법인이 여기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금호재단 등 공익법인과 자회사들이 금호기업에 출자해 이처럼 높은 가격에 금호산업 주식을 사들일 아무런 이유가 없다. 결국 이러한 고가매입은 재단 이사장인 박삼구 회장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재단 이사회에서 금호기업의 주식매입을 승인한 것이라면 이사들의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맞물려 금호재단 등의 기부금 수익도 심상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호재단의 기부금 내역에 따르면 기부금 수익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46억 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기부금 수익은 ‘115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체 기부금의 97%인 112억 원은 그룹 계열사로부터 지급됐다. 기부금을 지급한 대부분 계열사들이 2014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죽호학원 역시 마찬가지다. 죽호학원의 기부금 수익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19억 원을 기록한 반면, 2014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의 기부금 수익은 평균 48억 원으로 2배 이상 훌쩍 뛰었다. 이 역시 대부분 그룹 계열사로부터 지급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를 두고 주식매입을 앞두고 그룹 계열사들이 더 많은 기부금을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만약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금호재단에게 금호산업 주식 매입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기부금을 증가시킨 것이라면 결국 박삼구 회장은 계열사의 자금으로 재단을 경유하여 금호산업의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공익법인이 박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동원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금호재단, 죽호학원 등이 재산 처분과 관련해 주무관청에 승인을 받았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공익법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기본재산을 처분하는 경우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즉 금호재단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에, 죽호학원의 경우 광주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승인을 받았는지, 어떻게 받았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고 있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내용이 무엇인지 잘 파악을 못 하겠다”라는 입장이고, 특히 광주교육청의 경우 “죽호학원이 재산처분 승인신청을 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공익법인의 경우 기본재산(재단 출연금, 기부금 등)과 보통재산(기본재산으로 발생되는 이익금 등)으로 나뉘는데 기본재산을 처분할 경우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보통재산의 경우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죽호학원의 주식매입은 보통재산으로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문제가 있는지 한번 검토할 예정이다. 8일 교육부에 문의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고발을 예고한 경제개혁연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교육청 측에 금호재단, 죽호학원 재산처분 승인 과정과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해 놓은 상황이라 조만간 진실은 밝혀질 전망이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금호재단 및 죽호학원 등이 금호기업의 주식을 매입한 것은 모든 절차를 밟아서 진행하였으므로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며 “재단 및 학원이 투자한 증권은 보통주가 아닌 상환전환우선주(RCPS)로서 상환 및 배당(2%)이 보장된 주식이다. RCPS는 만기에 상환이 보장되어 있고 회사가 잘되면 배당을 더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최소 2% 이상의 배당이 보장돼 있어 정기예금금리(1.5%)보다 훨씬 유리하다. 이를 종합할 때 금호재단이나 죽호학원에 절대 불리하거나 피해가 가는 거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회장님 든든한 지원군…공익법인 맞아? ‘금호재단’ 주식 운용 살펴보니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문화예술 분야의 영재 발굴과 육성을 위해 1977년에 설립됐다. 2014년 말 현재 금호재단이 보유한 주식은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KDB 생명보험, 서울신문 등이 있다. 금호재단이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동원됐다는 의혹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주식 매입 과정 등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금호그룹 ‘형제의 난’이 터지고,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박찬구 회장과 박삼구 회장 간 지분경쟁이 발생한다. 이때 박찬구 회장 측이 금호석유화학 주식 214만 주를 매입하자, 박삼구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금호재단 역시 금호석유화학 주식 43만 주를 매입한다. 하지만 결국 금호석유화학 지분경쟁에서 밀린 박삼구 회장 측은 2011년 보유하던 금호석유화학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 이윽고 2012년 4월경 금호재단 역시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금호재단은 2012년 5월 금호타이어가 실시한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금호타이어의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당시 3자 배정 유상증자에는 박삼구 회장과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참여했다. 금호재단은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각대금 555억 원을 금호타이어의 주식 매입(600억 원)에 사용한다. 이후 금호재단은 지난해 10월 금호타이어 주식을 전량 매각(327억 원)했다. 매각손실이 273억 원에 달했지만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 주식을 매각한 대금으로 박삼구 회장이 설립한 금호기업에 출자했을 것이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금호재단의 주식 처분 흐름을 분석한 경제개혁연대 측은 “재단의 고유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운용되어야 하는 자산이 지배주주 또는 이사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용되는 것은 공익법인의 취지를 오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의혹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별다른 공식 입장은 없다”라고 밝혔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