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특효약인 ‘상장주사’ 맞아볼까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이랜드그룹에 대해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킴스클럽 매각 외 이랜드리테일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공개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지난 12월 15일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이랜드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를 비롯해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등 이랜드그룹 계열사들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랜드그룹의 핵심 유통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도 마찬가지였다. 이어 12월 31일에는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렸다. 한신평은 이랜드파크 기업어음(CP) 신용등급에 대해서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이랜드 신용등급을 내리는 이유는 이랜드그룹의 재무건전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M&A 등으로 재무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사업 수익성·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졌다는 것. 특히 중국 내 패션사업의 성장과 영업이익률이 현저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해 영업이익률이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신용평가사들이 이랜드에 대해 걱정스러운 평가를 내리는 이유가 됐다.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기업본부팀장은 지난 12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차입금의존도 40%가 넘는 기업을 ‘재무 위험이 높은 그룹’으로 분류하고 한진그룹, 두산그룹과 함께 이랜드그룹을 꼽은 바 있다. 강 팀장은 “재무 부담이 과중한 그룹은 위험 발생 시 계열사 간 전이가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시장의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던 이랜드도 최근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랴부랴 움직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방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킴스클럽 매각이다. 이랜드는 지난 11월 30일 연매출 1조 원대에 달하는 흑자 사업 부문 킴스클럽을 공개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랜드 측은 “(사업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지만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식료품·공산품 위주의 할인마트인 킴스클럽은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NC백화점, 뉴코아아웃렛, 2001아웃렛, 동아백화점 등 37개 점포에 입점해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현재 각 업체에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보낸 상태고 여러 업체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에서 이만큼 많은 매장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아 매각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랜드 측은 킴스클럽 매각 가격으로 1조 원 내외를 생각하고 있다.
이랜드 패션 브랜드 ‘뉴발란스’ 명동점. 오른쪽은 킴스클럽 매장 내부.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마트, 롯데마트, GS리테일, 현대백화점 등 대표적인 유통업체는 물론 농협까지 킴스클럽에 눈독을 들이고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거론되고 있는 유통업체들은 정작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중 한 업체 관계자는 “갖고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비싸게 인수할 생각은 없다”며 “인수한다고 해도 남의집살이를 해야 하는데, 부동산으로서도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킴스클럽이 이랜드가 운영하는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 입점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한 팀을 꾸린 일도 없다”며 “왜 우리 이름이 거론되는지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랜드의 바람대로 킴스클럽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1조 원대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랜드의 중국 패션사업이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좋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랜드 관계자는 “킴스클럽 매각 외에 내부적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몇 가지 준비하고 있다”며 “시스템의 문제이지 (인적) 구조조정 차원은 절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이랜드리테일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상장)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의 기업공개가 진행된다면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단번에 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안 그래도 2017년까지 상장하기로 계획돼 있다”며 “지난해 좋지 않았던 신평사들의 평가가 올해 정기 평가에서는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올라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