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경찰은 자칫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해당 무기 수입을 편법적으로 허가해 주고 있다. 그동안 경찰 내부에서 이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최근 관련법이 개정됐지만, 이마저도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 등에 사용되는 기관단총, 저격총, 권총 등 대부분은 모형 총기와 같은 소품이 아닌 실제 총기다.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총을 쓰는데, 모두 수입이 불가능한 ‘인명 살상용’ 무기다.
그런데 그동안 경찰이 이 총들에 대한 수입을 허가해 왔다. 촬영용으로 수입된 총기는 총구 근처에 1㎝ 크기의 ‘어댑터’ 또는 ‘플러그’라는 이름의 나사 모양의 장치가 있어 안전하다는 게 허가 이유다. 해당 장치가 제대로 부착돼 있으면 공포탄만을 쏠 수 있다.
하지만 ‘텅스텐’으로 만들어진 총기 재질 특성상, 장치를 용접해 총구에 부착해도 육각 드라이버 등으로 힘주어 흔들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장치를 제거하면 실탄 발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안전장치인 ‘어댑터’
문제는 경찰은 ‘예술 촬영용 총’은 일반 총포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청 총포화약계 관계자는 “영화 촬영에 쓰이는 총기들은 기타 뇌관의 원리를 이용한 장약총으로 분류한다. 장치가 부착돼 있어 실제 총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13일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유지돼 온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총단법) 3조에도 각각 종류가 분류돼 있는 권총, 소총, 기관총과 달리 ‘예술촬영용 총’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경찰 내부에선 “촬영용 실제 총기가 도난, 분실, 피탈 등으로 각종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수입하더라도 실제 총기와 같이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끊이질 않았다.
결국 해당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의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총단법)’이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안법)’로 개정돼 지난 7일부터 시행 됐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총안법 시행 이후인 지난 12일 공포된 총안법 시행규칙을 보면 “실탄이 총구 밖으로 발사되지 않도록 약실과 가까운 부분을 용접 등과 같은 반영구적인 방법으로 막을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총구에 쉽게 제거 가능한 앞서의 장치를 부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개정된 법에서도 ‘예술촬영용 총’은 총포로 따로 구분되지 않았다.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는 ‘편법적인 무기 수입’도 달라지지 않았다. 앞서의 총안법과 기존의 총단법 모두 “총기의 수입은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법을 보면, 권총, 소총, 기관총 등 총기의 경우엔 허가 권한의 위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예술 촬영용 총기’는 ‘소품’으로 분류 돼 수입허가권을 지방경찰청장에게 위임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수입된 무기는 허가 절차도 까다롭고, 이후에도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소품용으로 분류되면 상대적으로 대부분의 절차가 허술해 지고 ‘가짜 총’이라는 인식이 생겨 안전 불감증 우려도 커진다”며 “지방청장의 허가를 받아 총기를 수입하는 것은 명백한 법 조항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실제 총기를 소품용으로 들여오는 것은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게 열쇠 구멍을 막아 두고 ‘완구용 차’라고 수입해 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소품용으로 수입 돼도 격발이 가능한 실제 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최근 개정된 법은 예술 촬영용 총을 임대업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제기돼 온 문제를 보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완화 한 것”고 지적했다.
한편 일요신문 취재 결과 경기도의 영화 세트장 인근 한 파출소에 총기 22정이 ‘촬영용 소품’으로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 됐다. 확보한 총기 목록을 보면, 16정이 실제 총이었다. 이들 총기는 지난해 12월 24일 서울지방청장에 수입 허가를 받고, 용산경찰서장을 통해 소지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