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YP 유튜브 채널
지난 15일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유튜브 채널과 공식 웨이보 등에 쯔위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중국이 인정하지 않는 대만국기를 흔든 것과 관련해 공식 사과 영상을 게재했습니다.
영상 속 쯔위는 검은색 옷을 입고 파리한 얼굴로 선 채 담담하게 사과문을 읽어내려갔습니다. “빨리 사과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말문을 연 그는 “중국과 대만은 단일한 국가로서 저 자신을 늘 중국인이라 생각해 왔다”고 밝힌 뒤 “중국에서의 활동을 중단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며 공손하게 머리 숙입니다.
이 짧은 영상으로 비난 여론이 가라앉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장 유튜브 댓글란은 ‘좋아요’와 ‘싫어요’가 뒤엉켜 전쟁터를 방불케합니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단일 중국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불순한 반역자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말을 바꾼 아첨꾼이 되버린 모양새입니다.
더욱이 오늘(16일)은 대만 총선일이기도 합니다. 각종 보도에 따르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제1야당 민진당의 정권교체가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당과 야당인 민진당 모두 ‘대만 국기를 흔든 쯔위’를 정치싸움에 이용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사과 영상은 대만 야후 톱뉴스에 링크돼 버렸습니다.
정치·경제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만 16세 소녀를 희생양처럼 소비해버린 어른들의 선택이 아쉬울 뿐입니다. 쯔위는 그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제작진이 건넨 출생지 깃발을 흔들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사진=MBC ‘마이리틀텔레비전’
국내팬들은 해당 영상이 미성년자인 쯔위에게 가혹하다며 비판합니다. ‘#쯔위는_잘못이_없다’는 해시태그도 등장했습니다. 같은 날, JYP엔터테인먼트 대주주인 가수 박진영 역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박진영은 쯔위를 가리켜 “13살이란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한국에 왔다”면서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저희 회사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박진영과 소속사 측이 쯔위에 대한 억측과 오해를 바로잡는 대신 발빠르게 사과하도록 앞세운 결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이미 2차례에 걸친 공식 사과에도 여론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쯔위가 속한 트와이스만이 아닌 다른 그룹들의 중국 행사 및 스케줄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2300만 대만 대신 13억 중국의 마음을 달래는 것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결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끄자는 생각에서 한 개인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운 것은 아닐까요. 평소 “공기반 소리반”과 함께 아티스트의 인성 교육을 강조해온 그의 눈에 쯔위는 보호해야 할 아티스트가 아닌 잘못을 만천하에 공표해야 할 소녀로 보인 것일까요. 부모의 마음으로 가르치고 싶었다면 울타리가 돼 감싸주거나 함께 나서는 길을 택할 수는 없었을까요.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는 없으나 쯔위의 공식 프로필 속 국적은 ‘대만’에서 ‘중국대만’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쯔위가 속한 트와이스는 박진영과 소속사가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만든 대형 신인입니다. 이번 논란을 딛고 재기하더라도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고난의 여정을 함께하며 JYP에게 ‘비정치적 제스처’를 바라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요. 사려깊은 후속 대응을 기대해 봅니다.
김임수 온라인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