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은 용서해도 조작은 용서 못해!
KBO 상벌위원회는 해외 원정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투수 임창용과 오승환에 대해 KBO리그 복귀시 첫 시즌의 50%(72경기)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사진은 오승환 임창용 합성.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KBO 상벌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KBO 총재의 자문기관 가운데 하나인 KBO 상벌위원회는 1990년 5월에 출범했다. 야구 규약에는 상벌위원회의 구성 목적에 대해 ‘프로야구 발전과 명예를 위해 현저하게 공헌을 하거나 KBO 정관, KBO 규약, KBO 리그 규정, 야구규칙 등을 위배해 KBO 및 KBO 리그의 품위를 손상시킨 구단 및 개인에 대해 적절한 상벌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돼 있다. 상벌위원회는 총재가 위촉하는 야구 관계 인사로 구성된다. 전직 감독이나 경기 감독관, 야구 해설위원 등이 모두 포함된다. 임기는 1년이지만 중임도 가능하고, 대신 활동 보수가 따로 지급되지 않는 명예직이다. 과반수가 출석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고, 출석 위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된다. 위원장은 KBO 사무총장이 맡는다.
상벌위원회는 특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 5일 이내에 위원들을 소집해 의결한다. 대부분 상벌위원회의 자체적인 심사로 진행되지만, 참고인 진술이 필요할 경우 관련 당사자들의 참석을 요구할 수 있다. 제소나 몰수경기에 대한 판정, 감독·코치·선수·심판위원·기록위원의 표창과 제재, 기타 총재가 위임하는 사항 등이 주요 안건이다. KBO 규약과 리그 규정에 명시된 벌칙 내규를 기준점으로 삼는다.
# 가장 엄중한 잘못, 승부조작
지난 8일 KBO에서 임창용 징계 관련 상벌위원회 시작 전 양해영 KBO 사무총장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체육진흥법에 위배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도 빼놓을 수 없다. 불법 스포츠 도박 운영 및 이용, 시스템 및 사이트 설계·제작·유통, 홍보 및 구매 중개 알선, 경기 관련 정보 제공이 모두 금지 사항에 해당된다. 스포츠토토와 같은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대상 경기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의 연계는 엄격하게 금지된다. 승부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없어져야 한다는 뜻에서다.
2012년 당시 LG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조작으로 ‘영구실격’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연합뉴스
# 점점 더 중요해지는 가치, 품위 유지
승부 조작과 같은 엄청난 스캔들보다 선수들의 피부에 더 와 닿을 만한 금지 조항은 ‘품의 손상 행위’에 대한 제재다. 야구선수들의 인기와 명성이 높아질수록 경기 외적의 비도덕적 행동과 사회적 물의에 대한 제재의 범위가 넓어지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일단 향정신성 의약품과 대마를 비롯한 마약류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면, 영구 실격이나 직무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다행히 현역 시절 마약 문제로 문제를 일으킨 선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1983년 삼미에서 30승을 올렸던 재일교포 투수 장명부가 은퇴 이후인 1991년 마약사범으로 구속돼 KBO에서 영구 제명됐고, 일본으로 추방된 적이 있다.
병역 비리, 인종 차별, 폭행, 가정폭력, 성폭력을 비롯한 반사회적 사건에 연루됐을 때도 수위나 강도에 따라 실격이나 직무정지, 참가활동 정지, 출장 정지, 제재금 부과 등 다양한 제재가 뒤따른다. 정수근은 롯데 시절이던 2004년 7월 부산 해운대에서 시민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다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고, 2008년 7월에는 만취 상태로 부산의 한 아파트 경비원과 경찰관을 폭행해 무기한 실격 처분을 받았다. 11개월 뒤 소속팀 롯데의 징계 해제 요청이 받아들여져 선수로 복귀했지만, 2009년 9월에 다시 한 번 해운대의 한 호프집에서 술에 취해 소동을 피웠다. 롯데는 정수근을 퇴출했고, KBO도 한 선수에게 두 번째 무기한 실격 징계를 내렸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자주 발생했던 사건은 다름 아닌 음주운전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적발된 선수가 부쩍 늘면서 KBO의 징계 수위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솜방망이 징계로 끝나던 과거와는 다르다. 지난해 LG 정찬헌은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접촉 사고를 낸 뒤 시즌 75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잔여 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13년에는 당시 넥센 소속이던 SK 신현철과 KIA 김민우가 각각 4개월과 3개월 출장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사실 프로야구에서도 ‘자수’는 정상참작이 된다. 당사자가 자진해서 규약 위반을 구단이나 총재에게 신고하면 징계가 감면된다. 반대로 구단이 소속선수의 부정행위를 인지하고도 그 사실을 은폐하려 했을 때는 제재가 내려진다.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나 소속 구단 이외의 인물이 총재에게 신고 또는 제보하면 최대 1억 원까지 포상금을 주는 ‘신고’ 조항도 존재한다.
# 돈 거래도 조심, 도핑도 조심
이 외에도 한 구단에 소속된 임직원, 감독, 코치, 선수는 또 다른 구단에서 같은 일을 겸직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명의를 불문하고 소속구단 외의 다른 구단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는 조항도 눈에 띈다. 구
정수근(왼쪽), 정찬헌
금지 약물 복용도 이미 한 차례 리그를 떠들썩하게 했던 규약 위반 사항이다. 이 부분은 상벌위원회가 아닌 반도핑위원회 소관이다. 징계 수위가 이미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처음으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는 ▲생식호르몬 물질일 때 10경기 ▲흥분제 물질일 때 20경기 ▲경기력 향상 물질일 때 30경기 출장이 각각 금지된다. 선수 본인에게 귀책 사유가 명백할 때는 출장 정지 기간 동안 1일 연봉의 300분의 1을 삭감한다. 또 도핑테스트에서 2회 적발되면 50경기 출장 정지가 부과되고, 3회 위반 시에는 영구 제명이라는 철퇴를 맞는다.
# 야구장 안에서 물의를 빚었을 때는?
경기 외적인 물의 외에 야구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벌칙 내규는 따로 정해져 있다. 주로 경고,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제재금, 출장정지 등의 제재가 따른다. 2회 이상 내규를 위반하면 가중 처벌하는 게 원칙이다.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 판정에 불복해 퇴장 당했을 때는 경고와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100만 원 이하의 벌금, 5경기 이하의 출장정지가 부과된다. 대신 퇴장선고를 받고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즉시 더그아웃을 떠나면 다른 제재는 추가하지 않는다. 또 상대편 선수나 심판을 구타해 퇴장 당했을 때는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500만 원 이하의 벌금, 30경기 이하의 출장정지가 떨어진다. 심한 욕설과 폭언으로 인한 퇴장 때도 경고, 유소년야구 봉사활동과 함께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상대 타자에게 부상 위험을 안기는 빈볼도 금지사항이다. 빈볼과 폭행을 비롯해 스포츠정신을 위배하는 행위로 퇴장 당했을 때, 또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에게 빈볼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고 간주됐을 때 모두 유소년야구 봉사활동과 300만 원 이하의 벌금, 10경기 이하의 출장 정지가 떨어진다.
그라운드 안에서의 품위도 중요하다. 관객과 싸우거나 스탠드에 뛰어 들어가 소란을 피우다 퇴장 당했을 때는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300만 원 이하의 벌금, 30경기 이하의 출장정지를 감수해야 한다. 경기 중 관객들의 질서문란행위를 선동하거나 원인을 제공했을 때도 경고,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무엇보다 경기장 안팎에서 공개적으로 정보통신망(소셜네트워크서비스 포함)을 통해 KBO리그나 리그 관계자를 비방하는 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 그리고 성별·외모·장애·혼인·인종·피부색·종교·출신 국가·지역 등에 따른 차별·비하·편견을 조장하는 일을 할 때는 경고, 유소년야구 봉사활동과 함께 5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적정 수준의 출장 정지가 뒤따른다.
배영은 스포츠 자유기고가
경기 중 금지행동 담배 질겅질겅, 침 찍찍…‘쫌!’ 1번은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비신사적인 플레이와 고의적 빈볼투구, 슬라이딩 시 발을 높이 드는 행위 금지’다. 상대 선수의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플레이는 하지 말자는 의미다. 욕설과 침 뱉는 행위도 금지된다. 한 선수는 넘치는 승부욕 탓에 습관적으로 욕설로 보이는 단어를 내뱉다가 수년째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꼬리표처럼 달고 있다. 또 경기 중 씹는담배의 휴대와 사용도 자제 권고 사항이다. 실제로 한 베테랑 선수는 유독 씹는담배를 질겅거리는 모습이 TV 중계 카메라에 자주 잡혔는데, 이후 구단 고위 관계자가 “팀 이미지에 좋지 않으니 트레이드시키라”는 주문을 내렸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경기 도중 관중, 심판, 상대구단 선수에게 위화감과 불쾌감을 주는 언행도 금지된다. 지난 시즌에는 수도권 구단의 한 코치가 경기 도중 타석에 들어선 상대팀 주장에게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야유를 퍼붓는 바람에 경기 직후 양 팀 선수들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뻔했던 적도 있다. 이 외에도 경기 도중 심판이나 상대구단 선수에게 친밀한 태도를 보이는 것, 더그아웃이나 경기장 내에서 유니폼과 더그아웃 재킷 이외의 복장을 착용하는 것, 유니폼을 입은 채로 관객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흡연하는 것, 끝내기 홈런이나 안타를 친 선수에게 물통이나 쓰레기통 등을 사용해 과도한 세리머니를 하는 것, 헬멧이나 모자 같은 야구용품에 지나치게 개인적인 표현이나 특정 종교를 나타내는 표식을 붙이는 것, 경기 개시 전 애국가가 나오는 동안 더그아웃 안에 앉아 있거나 돌출 행동을 하는 것 등이 모두 금지 사항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문신의 외부 노출 금지도 권고 사항이다. 문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점점 팔뚝과 등을 비롯한 몸의 여러 부위에 큼지막한 문신을 새기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바른생활 사나이로 소문난 한 스타플레이어는 “술, 담배를 비롯해 다른 유흥 대신 문신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팬들이 보고 있는 그라운드에서 굳이 화려한 문신을 내보일 필요는 없다는 게 각 구단의 합의다. 일본의 명문구단들도 선수들의 문신 노출을 금지하고 있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