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죄인 취급… 무혐의 땐 누가 책임지나
지난해 6월 소환조사를 받기 위에 중부경찰서에 입장하는 전창진 전 감독. 작은 사진은 KT 감독 시절 모습.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전 전 감독이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5월이다. 한 달 전인 지난 해 4월 KGC 인삼공사 감독으로 취임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린 전 전 감독은 취임 한 달 여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게 된다. 부산 kt 감독 시절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전 전 감독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렇지만 이미 여론재판은 곧바로 유죄를 선고했다. 경찰 소환 조사도 시작되기 전에 이미 인터넷 댓글에는 전 전 감독의 승부조작이 사실이라는 내용이 거듭 이어졌다.
전 전 감독이 경찰 소환 조사를 받는 등 본격적인 경찰 조사가 이어졌다. 당시 경찰 조사에서 승부조작 의혹을 산 경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전 전 감독과 지인들은 지난 해 2월 20일 kt와 SK 경기에서 ‘kt가 6점 이상 차로 진다’에 3억 원을 걸어 총 5억 7000만 원을 손에 넣었다. 이날 경기는 SK가 75-60으로 이겼다. 또 2월 27일 경기에선 kt가 6점 이상 차로 진다에 3억 원을 걸었지만 kt가 오리온스에 5점 차로 지면서 돈을 모두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3월 1일 kt와 KCC의 경기에서는 베팅 금액을 모으지 못해 미수에 그쳤다.
그렇지만 전 전 감독은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경찰은 전 전 감독이 사용한 대포폰의 통화기록과 승부조작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록 등을 확보해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전 감독이 몽골인 명의의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난 해 2월 15일부터 3월 2일까지 불법도박에 참여한 지인 3명과만 통화한 것이 드러난 것. 또한 경찰은 경기가 지고 있음에도 전 감독이 주전 선수들을 대신 후보 선수들을 과도하게 기용하는 등 평소와 다른 선수 기용을 하는 등 속임수를 쓴 혐의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앞서 전 전 감독의 지시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3억 원을 대신 건 혐의로 전 전 감독의 지인 2명을 구속했으며 자금 조달과 대리 베팅 혐의 등으로 연예기획사 대표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반전은 검찰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7월 서울중부경찰서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전 전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검찰이 전 전 감독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어 수사보강을 지시했다. 결국 경찰은 두 달 가량의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해 9월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재송치했다.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며 빠르면 이달 안에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5월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5개월여의 경찰 수사를 거쳐 사건은 다시 검찰에서 4개월가량 머물고 있다. 이렇게 9개월여의 수사가 이어지는 동안 전 전 감독은 프로농구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우선 감독직을 내려놨다. 지난해 8월 안양 KGC 인삼공사는 보도 자료를 통해 “전 감독이 감독직 사퇴 의견을 전해왔다. 구단도 그간 수사결과를 지켜보며 전 감독의 복귀를 기다려온 상황이었으나 약속된 등록마감 기한과 수사진행 상황의 종합적 판단에 따라 사의를 수용했다”며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으나 KBL에서 요청한 등록 유예 마감 기한 이전까지 사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최근 검찰로의 사건 송치도 지연되는 등 수사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더 이상 구단과 연맹에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직은 감독 대행직을 맡았던 김승기 감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도 사실상 퇴출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KBL은 재정위원회를 열어 전 감독에게 ‘무기한 KBL 등록 자격 불허’라는 조치를 내렸다. 이는 프로농구와 관련해 어떠한 직책도 맡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무죄추정원칙을 감안하지 않고 전 전 감독에게 사실상의 프로농구계 퇴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KBL은 지난 5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아 농구계의 명예실추와 막대한 불이익을 초래한 점, KBL 재임기간 중 불성실한 경기 운영을 포함해 KBL 규칙 위반 및 질서 문란 행위로 개인 최다 벌금을 납부한 점,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사회적 공인으로서 주변 관리 및 행위(불법 스포츠도박 연루자와 친분 및 불법 차명 핸드폰 사용)가 부적절한 점 등을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 조치의 근거로 들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서 전 감독에 대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면 이 달 안으로 소환 조사에 이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 감독의 법무대리인인 이정원 변호사는 “일부 언론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가 됐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기각됐음에도 재송치했지만 몇 달째 나오는 게 없으니 질질 끌고 있기만 하다. 입증할 것이 없으니 조사기간만 길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또 이 변호사는 “프로농구연맹에서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데 등록면허를 취소한 부분은 면피용으로 보이는 섣부른 판단이다”며 “무혐의로 결과가 나와 전 감독의 명예회복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