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넘긴 사모펀드 2년 만에 5배 ‘잭팟’
카카오가 단기 시너지 기대도 어려운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 8700억 원에 인수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카카오
동부증권 권윤구 연구원은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로엔 인수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보유현금 약 7500억 원이다”며 “보유현금을 모두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외부 조달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금융수익은 감소하고 금융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물론 카카오 측은 사업 시너지를 강조한다. 로엔 인수를 통해 향후 콘텐츠 플랫폼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포부도 밝혔다. 로엔은 아이유, 피에스타 등의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고 산하에 스타쉽엔터테인먼트(씨스타 몬스타엑스), 킹콩엔터테인먼트(이광수 유연석), 에이큐브(에이핑크 허각)가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 전문가 대부분이 두 회사의 시너지는 ‘중장기’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로엔 콘텐츠의 가장 큰 잠재시장으로 꼽히는 중화권 사정에 정통한 유안타증권의 이창영 연구원은 “현재 벅스뮤직을 통해 카카오 뮤직이 특별한 문제없이 서비스를 하고 있는 데다 동시에 특별히 뮤직 콘텐츠와 메신저 플랫폼의 결합이 이렇다 할 만한 차별화 효과를 내지도 못했다”면서 “기존 카카오뮤직은 공유모델(무료)이어서 수익성이 낮다는 점에서도 로엔-카카오의 단기 시너지 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익명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때도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중장기 시너지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직접적인 평가를 회피했다”면서 “이번에도 한결같이 양사의 시너지에 대해서는 중장기라고 입을 모은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의문은 이번 딜로 대박이 난 곳은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SIH)라는 점이다. SIH는 2013년 SK플래닛으로부터 2659억 원에 1329만 4369주를 인수했다. SIH는 이후 또 다른 투자자 보유지분 223만 주를 주당 1만 4000원에 매입했다. 매입대금은 2972억 원인데, 1조 5063억 원을 받고 파는 셈이다. 어마어마한 수익이다.
문제는 2013년 왜 SK가 로엔 지분을 매각했느냐다. 로엔은 1978년 설립된 서울음반을 모태로 성장했다. 2005년 SK텔레콤이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서울음반 지분 60%를 매입하면서 멜론이 탄생했다. 2008년 SK텔레콤이 멜론 영업권을 자회사인 서울음반에 양도했고, 서울음반 사명을 로엔엔터테인먼트로 변경했다.
로엔과 멜론은 SK텔레콤의 시장 1위 점유율을 발판으로 전자 음원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다. SK텔레콤도 멜론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며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멜론은 현재 무려 28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로엔은 2011년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 강화를 위해 물적분할한 SK플래닛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이후 ‘SK㈜→SK텔레콤→SK플래닛→로엔(증손회사)’의 출자 고리가 형성됐다. 문제는 공정거래법이었다.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SK는 로엔의 지분을 전량 확보하든지 매각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초우량기업인 SK텔레콤이 모회사인 SK플래닛이다. 돈을 구하자면 얼마든 가능했을 수 있다. 그런데 SK는 지분 매각을 선택한다. SK가 팔고 나서 주가가 훌쩍 뛰었다. 회사 실적이 획기적으로 좋아진 것도 아니다. 경영실적은 2013년에 매출 2526억 원에 영업이익 373억 원, 2014년에는 각각 3233억 원 585억 원이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매출 2576억 원, 영업이익 455억 원이다. 꽤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주가가 4배 이상 뛸 정도의 재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사모투자펀드의 특성상 SIH에 돈을 넣은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파악이 어렵다. 엄청난 수익을 거두게 된 것만은 뚜렷하다. 다만 최태원 회장과 그 측근들의 경우 사모펀드 등 해외투자에도 깊숙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져 SIH 사정에도 정통했을 것이란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왜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연매출 4500억 원짜리 회사를 인수했는지도 의문인데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대목도 있다. 1조 8700억 원의 인수대금 가운데 1조 1200억 원은 현찰로 줘야하지만, 나머지 7500억 원은 주주들과 부담을 나누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번 딜을 하면서 로엔 주식을 파는 SIH와 SK플래닛에게 7500억 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SIH와 SK플래닛으로서는 현금 대신 카카오 주식을 받는 구조다. 앞으로 카카오 주가가 더 오른다면 이들이 받은 신주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당장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기존 카카오 주주들에게는 분명 부담이다. SIH는 사모펀드다. 언제까지 주식을 보유할 수는 없다. 보호예수 기간(1년)만 넘기면 덩어리로 넘기든 쪼개 팔든 매각은 시간문제다. 카카오 주가가 오를수록 차익실현의 욕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기존 주주들에게는 물량부담인 셈이다. 시너지 발현이 더뎌 카카오 주가가 더 떨어진다고 해도 큰 손해를 보는 쪽은 기존 주주들이다.
그나마 기대할 부분은 카카오가 최근 들어 공격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 확장에서 성공한다면 이번 딜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고, 그만큼 주주들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이베스트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현시점 카카오 관련 최대 이슈는 로엔 지분 인수인 것처럼 보이지만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뷰티 등 각각 기존 2조 5000억~3조 원, 7조 원(헤어살롱만 4조 원)의 시장규모가 형성되어 있는 분야에 대한 진출 이슈를 더 주목해야 한다”면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뷰티는 카카오택시, 카카오택시블랙과 달리 론칭 후 비교적 이른 기간 내에 상당한 수준의 매출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