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바둑 이벤트로 화제가 되었던 ‘빅4 연기(連棋)대결’이다. 복식 게임이다. 조훈현-이창호, 유창혁-이세돌이 각각 한 편. 유창혁 팀이 흑. 착수는 유창혁→조훈현→이세돌→이창호 순이었다.
상변에서 전투가 불붙고 있다. 백1(실전 38, 조훈현)로 단수를 쳤는데, 이세돌 9단은 외면하고 흑2로 건너붙였다. 끊어서 잡겠다는 것. 이세돌다운 격렬함.
[2도] 가차없는 유창혁
실전진행이다. 백은 1∼5로 연결시켜 주면 고맙겠다고 하건만, 흑은 가차없이 6으로 끊어 버린다. 유창혁이다. 백은 속절없이 잡히고 마는 것인가.
백7은 절대수. 편을 먹고 바둑을 둘 때, 자기 차례에서 잘 모르겠으면, 이런 식으로 절대 선수(상대가 안 받을 수 없는 수. 예컨대 단수 같은 것)를 두고 공을 우리 편 선수에게 넘기는 것도 요령이다 …^^ㅎㅎ….
백9로 찝은 것이 절묘한 수였다. 흑이 뭔가 착각하고 있었던 것.
[3도]교묘한 이창호
계속되는 실전진행. 흑1로 나오면서 단수. 그런데, 단수는 흑이 치고 있는데, 백2에 거꾸로 흑이 응수가 없다. 고작 흑3으로 잇는 정도일 때, 백4로, 백을 끊어 잡으러 갔던 흑 석 점이, 거꾸로 떨어졌다. 형세가 백에게 크게 기운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흑3으로 A에 때리는 것은? 흑 석 점이 잡히는 것은 변함이 없는데, 백3으로 한 점이 선수로 따먹힐 뿐이니 논외.
[4도] 멋진 장문
그냥 흑1로 잇는 것은? 백도 2로 잇는다. 이래서 그만이다. 흑3이면 백4의 멋진 장문이 대기중. 흑7에는 백8로 늦추어 계속 역시 장문인 것.
흑1로 젖히는 것이 강수 같지만, 소용 없다. 백2에서 4로 끊으면 흑5로 되단수치고, 백6에는 다시 흑7로 몰아 패로 버티는 저항인데, 백8에 흑9로 1의 RTH을 먼저 때리는 패이기는 하지만, 백은 10의 절대 팻감이 있는 것. 흑이 받으면, 백은 무론 패를 되때린 후 만패불청이다.
2도의 수순 중 흑4로, 5의 곳으로 나오는 것도 흑이 잘 안 된다.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아무튼 백이 절대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종당에는 흑의 역전 불계승으로 끝나고 만다. 중간에 유창혁 9단이, 계시원이 “아홉 …, 열!”을 부른 다음에 착수를 해, 사실은 흑의 시간패였지만, 조-이 팀은 이를 문제삼지 않는 대범함을 보여 주면서 분위기를 돋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