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대통령’ 감투 경쟁 진흙탕 정치판 오버랩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 선거가 당선자의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4년 만에 다시 법정 공방전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서울개인택시조합 사무실 앞 임원 후보자 공고가 붙은 모습. 고성준 인턴기자
지난해 11월 25일과 26일 이틀간 제18대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 선거가 있었다. 당시 선거에선 이연수 신임 이사장이 1만 3700여 표를 얻어, 현직이었던 국철희 전 이사장을 500여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17대 선거와 재선거에 이어 세 번째 도전에 나섰던 김종수 후보는 8000여 표를 얻어 3위를 기록하고 다시 낙선했다.
문제는 선거를 치르고 난 이틀 뒤 벌어졌다. 이 이사장의 당선에 불복해 국 전 이사장, 김 후보, 두 후보가 조합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조합 규정 상 낙선자는 선거에 문제가 있을 시 2일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다. 또한 선관위는 이의 제기를 받고 역시 2일 안에 기각 혹은 당선무효 결정을 내려야 했다.
기자와 통화한 김 후보에 따르면 당시 이 이사장에 문제를 제기한 사항은 크게 네 가지 정도였다. 첫째 이 이사장이 과거 17대 이사장 재임 시 성과로 내세웠던 서울시의 디지털 미터기 지원 사업 유치가 금액 및 규모 면에서 과장됐다는 것, 둘째 이 이사장이 선거기간 동안 일부 지역에서 조합원들에 식사를 대접했다는 의혹, 셋째 규칙 상 불가한 예비후보 명함을 돌리고 다녔다는 것, 넷째 이 이사장 측근이 발행하는 전문지를 통해 우회적으로 국 전 이사장을 비방했다는 것 등이다.
이에 조합 선관위는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일이 터졌다. 조합 선관위는 선관위원장을 포함해 총 5명으로 이뤄졌다. 선관위원장은 당시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각처리를 하고 퇴장했다. 하지만 나머지 네 명 중 세 명의 선관위원들이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금 긴급회의를 연다. 세 위원은 곧 임시의장을 선출하고 앞서 선관위원장의 기각을 번복하며 이 이사장에 대한 당선무효 및 재선거를 결정하기에 이른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선관위원장은 이 이사장 측 사람이었기에 그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앞서 선관위의 결정을 옹호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어차피 선관위원장 및 위원들은 국 전 이사장이 선출한 인사들이다. 나로서는 억울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이 이사장은 앞서 조합 선관위 결정을 두고 법원(서울동부지법)에 ‘본안소송’을 조건으로 재선거 중지에 관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즉, 법원에 소장을 제출해 정식 재판과 그 판결을 통해 본인의 부정선거 여부 및 재선거 여부를 받아들이겠으니, 최종판결 전까지 재선거 결정을 유예하고 본인의 이사장 지위를 유지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고, 지난 1월 14일 이 이사장에게 소장을 제출해 정식재판을 치르라고 제소명령(소장을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1일 취임한 이연수 이사장과 국철희, 김종수 낙선자는 곧 법정 공방전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법원의 제소명령은 통보일 후 2주안에 이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첫 번째 공판은 내달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이사장은 앞서의 이의제기에 대해 “나는 절대 어떤 지역에서도 조합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사실이 없다. 또한 지역 전문지를 통해 상대후보를 비방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디지털 미터기의 서울시 지원 유치에 대한 문제는 내가 선거공보에 다소 표현을 미흡하게 적은 면이 있어 발생한 문제다. 예비후보 명함 역시 애초 조합 간사에 구두로 문의한 사항인데 다소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2011년 11월에 있었던 17대 이사장 선거 당시 당선자는 이번 18대 당선자기도 한 이연수 이사장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일부 지부 투표소에서 조작 의혹이 일어 몸싸움이 발생했다. 집계과정에서 10표가 사라진 것. 당시 26표 차로 석패한 김 후보는 조합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됐고, 곧이어 법원에 개표 조작 및 금품살포 의혹 등을 이유로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2012년 7월 27일 법원은 소를 제기한 낙선자 김종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패소한 이 이사장은 취임 9개월 만에 17대 이사장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 4월 치러진 재선거를 통해 국 전 이사장이 당선돼 남은 17대 이사장직 임기를 수행했던 것이다.
17대 이사장에서 9개월 만에 물러난 이 이사장은 이전 논란을 딛고 18대 이사장 선거를 통해 다시금 자리에 복귀했지만 또 다시 낙선한 김 후보와 재차 법정 공방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번 법정공방전엔 17대 남은 이사장직을 수행한 국 전 이사장도 김 후보와 연합해 이전투구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기자와 만난 한 조합원은 “조합 이사장 선거판은 대한민국 정치판의 축소판”이라며 “어마어마한 이권이 걸려있기에 매번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다”라고 말했다.
조합원 1인은 각종 명목의 조합비를 조합에 내게 된다. 이는 약 10만 원 남짓이다. 서울시 조합원 수는 5만 명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추산해보면 조합은 연간 600억 원의 어마어마한 조합비를 거둬드리는 셈이다. 조합 이사장은 이 어마어마한 조합비를 관할하며 사업 집행권한을 갖게 된다.
여기에 이사장은 판공비를 포함해 임기 4년 동안 2억 원에 가까운 연봉이 보장된다. 가스 충전소 등 조합의 각종 이권사업에도 관여할 수 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이사장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선관위로부터 도움을 받아 모바일 선거시스템 도입도 생각해봤지만 대부분 고령자가 많은 업계 환경상 이 역시 어려운 점이 많다”라며 “무엇보다 조합 내부 조직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총회 차원에서 다뤄야 하지만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