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12일, 14일, 그리고 17일. 이게 무슨 숫자냐고요? 지난번 중국전 이후 네덜란드와 프랑스, 그리고 다시 네덜란드와 이란을 오가며 치렀거나 치르게 될 경기 날짜입니다. 그 전의 경기도 연속적으로 이어져 왔던 터라 일주일에 보통 2게임을 뛰는 게 일상이 돼 버린 생활이 반복돼 솔직히 지치고 힘든 게 사실이에요.
요즘엔 에인트호벤 동료들이 자주 제 어깨를 두들겨 줘요. ‘힘들겠다’ ‘고생한다’는 격려의 제스처겠죠. 외국팀에선 저와 같은 케이스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거든요. 아마도 그들 눈에는 ‘홍길동’처럼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는 제가 좀 신기해 보였을 거예요.
참, 여러분들이 정말 좋아해주셨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제가 지난 7일 FC 위트레흐트와의 리그 경기에서 시즌 4호골을 넣었잖아요. 팀이 2-0으로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드라마는 없었지만, 그리고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골에 대한 스트레스나 부담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베리 굿’이었어요. 제 플레이에 대한 만족보다는 그동안 박지성의 ‘우울한 나날’을 인내를 갖고 지켜봐 주신 <일요신문> 독자 여러분과 그리고 제 팬 여러분께 약간의 ‘선물’을 안겨 드린 것 같아서요.
이 골이 시작도, 끝도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아요. 지난해보다 제 몸 상태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졌다는 데에 짜릿한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요….
이란전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과 주문이 많은 것 같아요. 고지대에서 뛰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그러다보면 체력적인 소모가 훨씬 크죠. 한순간의 방심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순 없지만 그렇다고 살살 하고 싶진 않아요.
지금 이 일기를 쓰는 곳은 에인트호벤 홈구장 부근의 한 호텔이에요. 원정경기 왔냐고요? 그런 건 아니고 내일(14일) 페예노르트와의 홈경기가 펼쳐지는데 아약스나 페예노르트와 경기를 하게 되면 비록 홈구장이라고 해도 반드시 경기 전날 합숙을 하는 게 이곳 규율이죠. 그만큼 라이벌간의 대결이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어요. 전 그 경기 마치자마자 곧바로 이란으로 날아갑니다.
<3월13일 에인트호벤에서>
※박지성은 페예노르트전 이후 왼쪽 무릎의 통증악화로 이란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페예노르트와의 경기가 워낙 격렬한데다 그동안 계속된 출장으로 부상이 심해진 것. 박지성은 15일(한국시각) 에인트호벤 구단 지정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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