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지난해에는 프로팀에서 대표팀 소집을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프로=돈’이라는 공식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듯 대표팀의 무차별적인 선수 차출에 구단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협회의 대표선수 차출과 구단들의 거부, 그리고 단골로 차출되는 스타 선수들에 얽힌 뒷얘기들을 따라가봤다.
현재 올림픽대표팀과 국가대표팀에 모두 소속된 K리그 선수는 최성국(울산 현대), 최태욱(인천 유나이티드), 최원권, 김동진(이상 서울 LG), 조병국, 김두현(이상 수원 삼성), 김영광(전남 드래곤즈) 등 모두 7명. 여기에 국가대표팀의 터줏대감 격인 김남일, 김태영(이상 전남 드래곤즈), 최진철(전북 현대) 이운재(수원 삼성), 이을용(서울 LG) 등과 올림픽대표팀의 킬러 조재진(수원 삼성)까지 포함시키면 단골 차출 선수는 십수 명에 이른다.
▲ 각종 대표팀에서 맹활약을 펼치느라 소속팀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최성국. | ||
결국 구단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리그 성적과 돈 문제다. 최성국(22·울산 현대)의 예를 들어보자.
최성국은 지난 한 해 가장 바쁜 선수 중 하나였다. 국가대표팀, 올림픽대표팀, 청소년대표팀에 모두 부름을 받으면서 눈코 뜰 새 없는 한 해를 보낸 것. 물론 본의 아니게 자신의 소속팀 울산 현대의 경기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성국은 지난 시즌 K리그에선 27경기(7골 1도움)밖에 뛰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해 그의 연봉이 신인 상한선인 2천만원이었기에 구단과 대표팀 사이에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하지만 최성국의 연봉이 1억5천만원이나 되는 올해,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재현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성적을 올린다는 가정하에 연봉으로 계산하면 ‘1공격 포인트당 1천8백75만원’이란 수치가 나온다.
▲ 지난해 대표팀을 은퇴한 성남의 김도훈은 빼어난 활약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 ||
전남 드래곤즈의 최고스타 김남일(26)과 김태영(32)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수비수라는 점 때문에 공격수와 기준이 다를 수는 있으나 월봉 2천만원씩을 받는 고액 연봉 선수들이 대표팀 차출로 각각 23, 29경기밖에 뛰지 못했으니 구단은 배가 아플 수밖에.
지난해 대표팀을 은퇴하고 K리그에만 전념하면서 팀 우승을 이끈 2003득점왕 김도훈(34·성남 일화)을 보면 팀 공헌도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지난 시즌 김도훈의 성적은 41경기 출장에 28골 13도움. 김도훈의 연봉은 무려 4억원이나 되지만 1공격 포인트당 9백70만원 수준으로 1천만원을 넘지 않는다. 대표팀 차출로 소속팀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선수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더욱이 김남일, 최태욱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한다면 경기의 승패에 많은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관중 감소 현상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선수들의 부상에 대한 우려도 차출을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올림픽 예선이나 월드컵 예선과 같이 국가 대항 경기에서는 경기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생기게 마련. 그러나 부상 선수들의 처리 문제는 고스란히 구단의 몫으로 돌아온다.
최혁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