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18일)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나마 다행이죠. 별다른 치료 없이 다시 뛸 수 있게 됐으니까. 아직까지 온전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수술을 하는 등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켜갔다는 안도감이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합니다.
왼쪽 무릎 부상은 지난 7일 FC 위트레흐트전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당시만 해도 크게 아프거나 뛸 수조차 없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팀 닥터와 상의 후 계속 게임에 출전했던 거예요. 참았던 증상이 14일 페예노르트전 이후 악화됐고 결국 왼쪽 무릎에 또 물이 차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거죠.
MRI(자기공명영상)검사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고 지난해 오른쪽 무릎 수술 이후 혹독한 재활 훈련 끝에 간신히 ‘지푸라기’를 잡았다고 잠시 안도했던 제 자신을 돌이켜 보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기사 검색을 해보니까 히딩크 감독이 팀 전력 누수를 방지하고 이란행을 막기 위해 일부러 저의 부상을 확대 보도했다는 내용의 글이 눈에 띄더라고요. 이거 정말 아닌데…. 아니라는 건 여러분도 잘 아시죠? 그동안 상당히 힘든 스케줄을 소화했고 그 여파로 경미한 부상 부위가 더욱 크게 진행된 것이었어요.
어쨌든 한국올림픽대표팀이 ‘적지’ 이란에서 1-0의 귀중한 승리를 거둔 것은 그 어떤 일보다도 기쁘고 행복한 소식이었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하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올림픽대표팀에서 뛰어 보니까 선수들의 능력이 아시아권 어느 팀과 붙어도 전력상 뒤질 게 없다고 여겨졌어요. 현재 조 1위로 좋은 위치를 선점해 놓은 상태라 남은 게임에서도 전력질주한다면 본선 진출은 ‘당근’ 아닐까요?
요즘 에인트호벤이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리그 1위팀인 아약스와 승점이 너무 크게 벌어져 역전에 대한 희망을 불태우기가 조금은 힘들어요. 그렇다고 2위 자리를 안심할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3, 4위팀과 불과 6, 7점 차이밖에 안 나거든요. 주전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인해 히딩크 감독님도 상당히 예민해지신 것 같아요.
다행히 제 부상이 생각보단 경미한 터라 21일 NAC브레다전이나 다음주(26일) 홈에서 열리는 오세르(프랑스)와의 결전에는 출전할 수 있을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 한 달 동안 한국에 두 번, 이탈리아와 프랑스 각각 한 번 등 경기하느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경기의 흐름을 읽는 리듬감은 상당히 좋아졌지만 체력이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남은 시간 동안 다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체력을 온전한 상태로 회복시켜놓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제가 ‘얼짱’ ‘몸짱’은 안되는데 ‘체력짱’은 좀 되거든요. 앞으로 그 ‘명성’을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3월18일 에인트호벤에서
온라인 기사 ( 2024.12.08 1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