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에 관한 완결판으로 간주되는 ‘마녀의 망치’라는 책은 “여성들이 주로 마법을 사용하는데 왜냐하면 여성은 잘 속아 넘어가고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다. 여성은 정욕에 취약하기 때문에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고 기술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이런 논리에 따르면 여성은 모두 잠재적인 마녀일 수밖에 없으며 남성을 유혹해서 마법이라는 죄악에 빠뜨리는 요물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다. 완전히 발가벗겨진 여성이 산 채로 매달려 화형을 당하는 장면은 당시 남성들의 최고 흥행거리였다”고 적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잔다르크를 비롯해 마녀사냥으로 희생된 여성의 수는 17세기까지 대략 20~50만 명을 헤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마녀사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인터넷이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도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속설을 따라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일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파고드는 예민한 문제에서 이같은 마녀사냥식 행태는 특히 더욱 도드라진다. 대한민국에서 폭넓은 관심사를 형성하는 몇 가지 사안 중에는 동성애 문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사진= 퀴어축제조직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퀴어퍼레이드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어린 시절에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다음세대를 이어간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변하지 않을 영원한 진리처럼 생각됐었다. 배움이 계속되고 나이가 들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 따르는 수많은 생각할 ‘꺼리’들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
동성애를 반대하느냐 혹은 옹호하느냐의 문제는 여기에서 다룰 일이 아니다. 전문가가 아닐뿐더러 개인적인 생각을 강요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논의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식 비난의 화살은 그만 쏘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동성애의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본격 부상한 것은 차별금지법이 발의되고 폐기되는 것을 반복한 시점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모두 세 차례나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었다.
차별금지법은 제정 시도가 있을 때마다 보수 기독교계 등 다양한 경로에서 ‘성적지향’이 포함되는 것에 대한 반대에 부딛혀 무산된 바 있다. 다시 한 번 더 언급하거니와 이 자리에서 차별금지법의 핵심으로 회자되는 동성애에 관해 찬성 혹은 반대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동성애 본질의 문제 보다는 동성애 관련 법안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를 논하는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들어 무차별로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국회에서 입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동성애 옹호자라는 낙인을 찍어 유포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쓰레기가 투입되어 더 많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곳으로 알려진 것이 인터넷 공간이긴 하지만 그곳에서 유통되는 소문과 진실은 그 파급력과 파괴력이 무시하지 못할 만큼 큰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하고 예의가 강조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동성애 옹호론자로 낙인찍힌 이들의 대부분은 야당 의원들이다. 일부 언론의 보도와 개인적인 차원에서 수집된, 검증되지 않은채 인터넷을 떠도는 ‘속설’을 적절히 버무려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는 행위는 또 다른 ‘자료’로 둔갑되어 ‘정보의 바다’를 오염시킨다.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해 현실에 적용되면 동성애가 법으로 보호받게 되고 그에 따르는 수많은 변화가 대다수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는 것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신앙의 양심을 따라 한 행동이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나 양성(兩性)을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살아온 전통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미 차별금지법으로 동성애가 합법화된 외국의 사례를 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 차별금지법을 통한 동성애 합법화를 반대하는 이들이 펴는 주장의 요지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국회의사당 전경
이같은 논리에 반박할 생각은 없다. 비록 일부에 불과한 일일지라도 차별금지법으로 나타나는 엄연한 현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주장에서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이들 중에는 동성애 합법화가 본질이 아닌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를 합법화하고 그에 따르는 혼란을 사회가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의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이나 군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동의한 의원들 중에는 오히려 동성간에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군형법 개정안은 개정된 형법을 따라 강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남성이나 성전환자가 강간을 당한 경우에 가해자를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에 따라 군형법에서도 강간사건의 피해자를 사람으로 확대해 동성간 자행되는 성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의 주장과 같이 남녀 혹은 여남을 사회 구성원의 기초로 알고 수 천년을 살아온 우리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은 자칫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법안이 확정되어 우리 사회에 적용되기 전에 바로잡으려는 소신을 펴는 이들을 비난해서도 안되겠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검증하지 않고 중세 마녀사냥식으로 매도하는 것도 자제할 일이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서명하는 의원들도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민족 인종 피부색 종교 사상 등에 더해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을 포함되는 것이 어떤 혼란을 불러올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 상식선에서의 평등을 이야기 하고 그것이 차별금지법의 본질이라고 항변해서는 동성애 합법화를 두려워하는 대중의 주장을 넘어설 수 없다.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보호, 군형법에서 동성간 성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강화 등 상식 사회가 수용할만한 법안에 비상식적으로 대응하는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차별금지법에 포함되는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의 평등이 불러올 동성애 합법화 또는 동성애 조장을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심사숙고할 일이다.
이우석/ 기독교 전문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