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근현대사 비중 20%→30% 이상 추진…정치 편향 민원 속 교사 보호·콘텐츠 비판 교육 필요

앞서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 과목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현행 20%에서 30%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의 개정 요청안을 국교위에 제출했다. 전근대사에 비해 근현대사 비중이 낮은 데다 관련 내용이 주로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배치돼 고입 등 학사 일정으로 충분한 수업이 어렵다는 취지다.
국교위는 6월 11일 전체회의에서 교육부 요청안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근현대사 비중이 지나치게 낮고, 역사 왜곡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잦은 교육과정 개정이 교육과정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면서다. 이에 국교위는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2030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배재고 야구부의 이른바 ‘스타벅스 응원’ 사건이 발생하면서 근현대사 교육 강화 논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6월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일부 학생 선수들은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를 외쳐 5·18 민주화운동과 광주를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은 청소년들의 역사 왜곡·혐오 표현 문제로 확산하면서 역사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현행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중 민주화 관련 내용이 차지하는 분량은 20% 미만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중학교 ‘역사2’ 교과서 7종을 분석한 결과 근현대사 분량은 평균 17.2%였다.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민주화 과정을 다룬 분량도 평균 10.5쪽에 불과했다. 일부 교과서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서술이 두 문장으로 구성된 한 문단에 그쳤다.
반면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역사를 접하는 주요 경로는 유튜브와 숏폼 등 온라인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다. 박진동 강원대 교수 연구팀이 중·고생 1만 17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3%가 학교 밖에서 역사를 접하는 주요 경로로 유튜브·숏폼을 지목했다. 교과서나 수업에서 배운 내용과 다른 정보를 접했을 때 교사에게 질문하거나 책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학생은 26.8%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5·18 민주화운동이나 일제강점기, 민주화 관련 내용을 가르칠 때 정치 편향을 문제 삼는 민원과 신고를 우려해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오늘날 학교는 정치적 논란과 양육자 민원에 의해 민주주의와 역사, 인권 교육이 위축되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며 “이로 인해 교사들은 교육적 필요보다 민원과 갈등 해소를 우선시하는 자기검열에 내몰리고 있으며 민주시민교육의 정상적 실천이 제약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해 전국 교사 19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사 교육권 침해 및 정치 관련 민원 사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2%는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했음에도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이유로 항의나 민원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민원 사례로는 학생들의 일베 용어 사용이나 지역 비하 표현, 나치 찬양 발언을 한 것을 지도한 뒤 ‘가스라이팅’,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항의를 받은 경우 등이 포함됐다.
교육 현장에서는 역사교육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과목 간 형평성과 실효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은 중학교 역사 과목을 204시간 이상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데, 이 경우 다른 교과의 수업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역사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읽고 분석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교육부는 고등학교에 역사 콘텐츠를 비평하는 탐구·체험 중심 선택과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고교학점제 아래 선택과목으로 개설될 경우 이를 수강한 학생에게만 교육 효과가 제한될 수 있는 만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통 교육과정에서도 관련 역량을 다룰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역사 교육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교사를 위한 제도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혜자 광주 각화중학교 교장은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만드는 사회적 대화’ 토론회에서 “교실 차원의 즉각적 대응을 넘어 학교·교육청·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학교는 혐오·차별 대응 원칙을 명문화하고, 교육청은 교사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교육부는 혐오 대응을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의제로 설정하는 등 다층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