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따라쟁이네”… 이보다 악랄할 순 없다
뉴질랜드 오디션 프로 <엑스 팩터> 생방송 화면 캡처. 나탈리아 킬스(왼쪽 두 번째)와 그의 남편 윌리 문(맨 왼쪽)이 참가자들에게 퍼부은 인격 모독 발언에 관객들은 크게 화를 냈다.
가수를 발굴하는 오디션의 시작은 아마도 2001년 영국에서 시작된 <팝 아이돌>일 것이다. 독설로 유명한 사이먼 콘웰이 기획한 쇼로 이후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아이돌>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콘웰이 기획한 또 하나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2003년에 시작한 <엑스 팩터>였다. 멘토가 가세하는 방식으로, 예전에 MBC에서 방송되었던 <위대한 탄생>을 연상하면 될 듯하다. <엑스 팩터>는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전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뉴질랜드에선 2013년에 첫 시즌이 시작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방송사인 ‘TV3’은 시즌 2를 기획했다. 2014년에 예선을 시작해 2015년에 본방이 이뤄지는 스케줄이었다. 참가자들은 남자, 여자, 25세 이상, 그룹 등 네 개의 카테고리에 속하고 심사위원도 네 명이었다. 영국의 인기 걸 그룹 ‘올 세인츠’의 전 멤버인 멜라니 블랫과, <팝 아이돌>의 호주 버전인 <오스트레일리안 아이돌>의 승자였던 스탠 워커는 시즌 1에서도 참여한 바 있던 심사위원들이었다. 여기에 두 명의 심사위원이 새로 참여했다. 우선 나탈리아 킬스는 2011년에 데뷔 앨범을 낸 영국 가수다. 1986년생으로 윌 아이 엠에 의해 발탁되었으며, TV를 중심으로 간간이 연기 활동도 하고 있는 엔테테이너다. 그녀의 남편인 윌리 문도 심사위원으로 합류했다. 나탈리아보다 3살 연하인 윌리 문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었다.
순탄할 줄 알았던 시즌 2는 주최 측도, 참가자도 아닌 ‘부부 심사위원’ 때문에 논쟁에 휩싸였다. 그 중심은 나탈리아 킬스였고 첫 번째 ‘사고’는 2014년 12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있었던 마지막 심사위원 오디션에서 일어난다. 샐리 파허티라는 여성 참가자가 등장했다. 길에서 공연하는 버스커였던 파허티는 무대에서 프랭크 오션의 ‘Thinking About You’를 불렀다. 담백한 음성이었고, 객석의 관객들도 환호했다. 하지만 나탈리아 킬스의 심사평은 가혹했다. 킬스는 파허티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월플라워 같다”고 표현했다. ‘월플라워’(wallflower)는 파티에서 파트너가 없어 춤을 추지 못하는, 그저 벽 앞에 서 있는 인기 없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 파허티의 무대 매너가 엉망이라는 지적이었다. “버스커들은 종종 관객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퍼포먼스를 한다. 오늘 당신도, 마치 자신의 뒤에 있는 무대 배경 속으로 숨어 버리려는 듯 행동했다.”
관객들은 야유를 퍼부었지만 킬스는 의연했다. 일단 블랫과 워커, 두 심사위원은 ‘YES’를 주었고, 나탈리아의 남편인 윌리 문은 ‘NO’ 버튼을 누른 상황이었다. 나탈리아가 ‘YES’를 눌러야 파허티는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녀를 통과시키라고 관객들이 웅성거리자 나탈리아 킬스는 객석 쪽으로 몸을 돌리며 “그만! 당신들이 그녀를 망치고 있어!”라고 소리쳤다. 문제는 그녀의 말에 ‘Fuck’이라는 욕설이 섞여 있었다는 것. 과격한 언행에 관객들은 충격을 받았고 아이를 데리고 나가 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오디션은 다음 해 2월에 TV에서 방영되었는데, 당연히 그녀의 욕설은 묵음 처리가 되어야 했다.
나탈리아 킬스 부부에게 모욕을 당한 샐리 파허티(왼쪽)와 조 어바인.
두 부부의 독설, 아니 내키는 대로 퍼부은 인격 모독에 관객들은 크게 화를 냈고 고함을 질렀다. 나탈리아와 윌리 부부에게, 심사위원 자리에서 내려와 쇼를 떠나라며 호통 치는 사람도 있었다. 방송이 끝나고 뉴질랜드 <엑스 팩터> 공식 페이스북은 들끓기 시작했고, 두 사람의 사퇴를 요구하는 누군가의 글에 12시간 동안 5만 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렸다. 서명 운동마저 일어나 하루 동안 7만 7000명이 서명했다.
결국 나탈리아 킬스와 윌리 문 부부는 생방송 하루 만에 심사위원을 그만두었고, 호주의 <엑스 팩터> 심사위원인 나탈리 배싱스웨이트와, 뉴질랜드 출신으로 영국의 록 그룹 ‘아이 엠 자이언트’의 드러머로 활동하던 쉘턴 울라이트가 긴급 투입되었다. 독설로 인해 관객과 시청자의 거센 항의를 받은 심사위원이 자리에서 쫓겨난 초유의 사태였다. 다행히 이후 오디션은 큰 문제없이 진행되었고, 나탈리아 킬스에게 모욕을 당했던 조 어바인은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해 전체 8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