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유럽 멤버끼리 어깨동무도 아서라!
단둘이는 하지마~ 미주나 유럽에서는 동성 멤버 간 지나친 스킨십은 피해야 한다. 동성애자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2014년 ‘제23회 서울가요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엑소가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연합뉴스
한류는 국경 밖의 일이다. 국내의 기준과 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 또 다른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고 철저한 교육과 사전 학습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우, 양안 문제 외에도 한류 스타들이 조심해야 할 몇 가지 현안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과 일본이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 관한 것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독도를 두고 분쟁을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한류 스타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직접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건드릴 경우 언제든 크게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인 만큼 사전 교육을 통해 피해가야 할 걸림돌이다.
또 하나는 한국과 관련된 아주 예민한 문제다. 지난 2014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며 대표적 한류 스타로 급부상한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중국의 한 생수회사의 모델로 발탁됐는데 이 생수의 수원지가 ‘장백산’으로 표기돼 있었기 때문이다.
장백산은 한국의 영산이라 불리는 백두산의 중국식 표기다. 중국이 한국의 영토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려는 시도인 동북공정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수현과 전지현은 급히 광고 철회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아 광고는 그대로 송출됐고 한국과 중국 네티즌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당시 “두 배우가 중국 생수회사의 수원지까지 체크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두 배우의 소속사가 더욱 사려 깊게 모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빚어진 불상사라는 지적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대만 만큼이나 민감하게 바라보는 지역이 있다. 바로 티베트다. 지난해 유명 록밴드 본조비와 마룬5는 중국 공연이 돌연 취소되는 상황을 겪었다. 중국 당국의 결정이었다.
과거 그들의 행적이 문제가 됐다. 본조비는 2010년 대만에서 공연하며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의 사진을 사용했다. 마룬5는 달라이라마의 80세 생일파티에 참석한 것이 미운털이 박히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 유력한 추측이다.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 비요크도 2008년 달라이라마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후 지금까지 중국에서 콘서트를 열지 못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놓고 티베트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티베트의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분리주의자’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대만 민진당이 쯔위를 대만 독립의 아이콘으로 삼고, 중국이 그를 분리주의자로 낙인 찍은 것을 감안하면 중국으로서는 쯔위를 인정하기 힘든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 정통한 한 연예 관계자는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제든 정부가 통제하기 시작하면 어떤 한류스타도 활동할 수 없다”며 “중국에서 지속적 활동을 원한다면 먼저 중국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B1A4가 무슬림 소녀팬을 포옹해 논란이 됐다. 아래는 전지현 김수현의 문제의 생수 광고.
이 관계자는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현지 문화와 관습을 미리 알고 지키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라며 “작은 부주의 하나가 엄청난 논란으로 이어지며 한류 전체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이유로 미주나 유럽 지역에서 공연하는 한류 스타들은 동성 멤버간 지나친 스킨십을 피해야 한다. 동성애자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비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관대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찬성주의자 못지않게 극도로 이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동성 친구까지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을 잡고 길을 걷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한류스타들은 해외 활동을 위해 지나치게 챙겨야 할 것이 많다고 투정을 부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 역시 외국의 시선으로 볼 때 녹록지 않은 나라다. 북한과 일본 등 금기시되는 몇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했던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일본의 전범기인 욱일승천기를 연상케 하는 옷을 입고 입국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팝스타 마돈나 역시 콘서트를 열며 일본 사무라이와 욱일승천기를 콘셉트 삼은 이미지를 사용했다가 일부 국가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한 후 한국에서도 개봉됐던 영화 <버드맨>은 극 중 “여기서 더러운 김치 냄새가 진동해!”(It all smells like fucking kimchi)라는 대사로 인해 뭇매를 맞았다.
비슷한 이유로 한류의 시발점이었던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류스타들은 몇 가지 첨예한 문제 때문에 항상 골머리를 앓는다. 독도와 위안부 관련 발언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삼가는 편이다. 한국에서의 소신 발언이 일본 활동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한국 사람으로서 독도와 위안부에 관한 주장을 당당히 펴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일본에서도 활동을 해야 하는 개개인으로 놓고 봤을 때, 논란이 불거질 것을 알면서도 소신 발언을 강요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