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보다 더 낡은 배가 한강에…
영동대교를 건너던 한 시민이 침몰하는 코코몽크루즈호를 바라보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달 26일 이랜드그룹의 계열사인 이랜드크루즈의 한강 유람선 코코몽크루즈호(125톤, 정원 216명)가 성수대교에서 영동대교를 지나던 중 기관실부터 침수되기 시작해 5시간 만에 침몰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시 27분 수난구조대에 침수 신고 접수 11분 만인 2시 38분 코코몽크루즈호에 탑승했던 미국인 3명, 태국인 2명, 통역 1명, 승무원 4명, 기관장 1명 등 11명 전원이 수난구조정에 의해 안전하게 구출됐다.
사고 발생 직후 이랜드크루즈 측은 “한강 결빙 등으로 스크류에 있는 고무패킹이 빠지면서 물이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고 국민안전처 측은 “원인 미상이라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코코몽크루즈호가 무려 30년 동안 운항된 선박이라는 점이다. 코코몽크루즈호는 지난 1986년 8월에 진수됐다. 지난 2014년 4월 21일 침몰한 세월호는 1994년 4월, 지난해 9월 침몰한 돌고래호는 2005년 3월에 진수됐다. 결국 코코몽크루즈호는 세월호보다 7년 8개월, 돌고래호보다 18년 7개월 앞서 진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내수면 유람선의 선령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바다에서 운항하는 해상 선박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여객 및 화물 겸용 여객선의 선령기준은 25년 이하, 여객 전용 여객선의 선령기준은 30년 이하로 제한됐다. 그렇지만 강에서 운항하는 내수면 유람선은 현재까지 선령 제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실제로 전국 11개 지방청이 관리하고 있는 95개 항로(일반항로 69개, 보조항로 26개)의 168척 연안여객선 가운데 운항된 지 30년이 넘은 연안여객선은 한일카훼리3호(606톤, 정원 255명)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1986년에 진수된 한일카훼리3호는 지난해 3월 선령 기간 만료로 운항이 중단돼 사실상 30년이 넘은 연안여객선은 단 한 척도 없는 셈이다.
내수면 유람선의 선령 제한 규정이 없는 것도 이번 사고의 간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반면 내수면 유람선 선령 제한이 30년으로 제한될 ‘유선 및 도선사업법’ 개정안은 이달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서도 7년간의 유예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에 코코몽크루즈호는 2022년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이랜드크루즈가 보유하고 있는 한강 유람선 7척 가운데 휴지 신고된 아라리호(1992년 9월 진수)를 제외한 6척 모두 1986년에 진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현재 운항 중인 6척의 유람선은 모두 30년 동안 한강에서 운항돼 온 것이다.
한편 이랜드크루즈가 한국해운조합에 가입한 KSA 해상보험은 계약기간이 오는 2월말까지라서 보상을 받을 수 있긴 하나, 노후화에 의한 사고로 밝혀질 경우 제한적으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다.
한 손해사정사는 “운항된 지 30년이나 된 유람선이기 때문에 노후화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를 통해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만약 침수가 노후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인양 비용조차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태라 갱신을 요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번 사고로 갱신 시 보험료는 기존 납부 보험료보다 높게 책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랜드크루즈 측은 “매년 안전점검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6월에도 점검을 마친 만큼 노후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고 원인에 따라 보상을 둘러싼 양측의 진실싸움이 법적공방으로 번질 수도 있다. 코코몽크루즈호는 매년 1회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안전점검을 지난해 6월 실시했으며, 올해 안전점검은 내달 예정돼 있다. 선박 안전점검은 5년에 한 번씩 한국선박안전기술공단의 특별점검을, 1년에 한 번씩 소방방재청의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유시혁 기자 evernu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