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과 내연관계였다” 검찰이 수사까지…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2에서 자격박탈로 하차한 코리 클라크는 2년 뒤 자서전을 통해 당시 심사위원인 폴라 압둘과 내연의 관계였다고 주장해 큰 파문이 일었다.
다음 해, 14세의 나이에 그는 ‘엔비’라는 이름의 R&B 보컬 그룹의 리드 보컬이 된다. 또래 틴에이저들로 결성된 이 그룹은 수많은 경연 대회에 참여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렸고, 할렘의 아폴로 극장에서 열리는 유명한 ‘아마추어 나이트’에 참여하게 된다. 이후 비욘세가 속해 있던 데스티니스 차일드 콘서트의 오프닝 팀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2000년, 스무 살이 된 코리 클라크와 팀 ‘엔비’는 음반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결국 팀은 8년 동안의 활동을 접고 해체된다.
이때 클라크의 눈에 들어온 건 바로 <아메리칸 아이돌>이었다. 그는 2002년 10월 30일에 있었던 내쉬빌 지역 예선에 참여했고, 가볍게 본선에 올랐으며, 세미파이널을 거쳐 ‘톱 12’에 안착했다. 생방송 첫 무대에서 아일리 브라더스의 ‘This Old Heart of Mine’을 부른 클라크는 ‘톱 11’에 올라갔다. 이번엔 필 콜린스의 ‘Against All Odds’를 불렀고, 끝에서 두 번째였지만 아슬아슬하게 ‘톱 10’에 올라가 도비 그레이의 ‘Drift Away’를 불렀다. 역시 통과였다.
폴라 압둘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 클라크는 이미 아메리칸 아이돌 쪽과 계약서를 쓴 상태였다. 프로듀서인 나이젤 리스고는 클라크가 계약 이전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그가 경찰 조서에 이름 철자를 다르게 적어 뒷조사 과정에서도 범죄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클라크는 계약서에 사회보장번호가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뒷조사에서 누락되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결과는 가혹했다. 그의 과거가 알려진 지 9시간 만에 결과는 번복되었고, 그는 ‘자격 박탈’이라는 이름으로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하차해야 했다.
이에 클라크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사실은 계약서를 둘러싼 참가자와 방송사의 분쟁이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파이널 12’가 결정되자 폭스TV는 두 명의 변호사를 내세워 반강제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는 것. 이에 클라크는 심사위원이자 멘토의 역할을 했던 폴라 압둘에게 연락했고, 압둘은 여섯 명 이상이 합세해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할 변호사를 선임한 후 방송사와 협의하라는 조언과 함께, 자신의 변호사인 하워드 시겔을 추천했다. 이에 자신들 맘대로 계약을 추진하지 못하게 된 방송사가 저항의 중심인 클라크를, 과거 범죄를 빌미로 쇼에서 하차시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일은 2년 뒤에 일어났다. 클라크는 이북으로 자서전을 냈는데, 여기서 자신이 폴라 압둘과 내연의 관계였다고 주장한 것. 그는 2005년 ABC의 <프라임타임 라이브>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며 2002년 12월 12일부터 관계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압둘은 자신에게 선곡부터 패션, 헤어스타일 등을 충고했고, 그들은 3개월 동안 연인과 같은 관계였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음성사서함에 남겨진 메시지, 두 사람이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심야의 통화 기록 등을 제시했다. 당연히 폴라 압둘은 강하게 부인했고, <아메리칸 아이돌>의 프로듀서 나이젤 리스고도 “조잡한 저널리즘”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2년의 시간이 지난 후 이런 폭로를 하는 건, 곧 나올 자신의 1집 앨범을 홍보하기 위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18세 연상의 심사위원 압둘이, 22세의 참가자와 그렇고 그런 관계였을까? 소문은 걷잡을 수 없었고, 과거 몇몇 참가자는 클라크의 편을 들기도 했다. 결국 폭스TV는 법적 조치를 취해, 특별 검사에게 사건 수사를 의뢰했다. 모든 수사를 마친 검사는 “두 사람이 성적 관계를 맺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클라크는 자신의 첫 앨범에, 연상의 팝스타와 사랑에 빠진 청년의 이야기인 ‘Paulatics’라는 노래를 실었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관계였을까? 그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가운데, 안타깝게도 클라크의 범죄 행각은 이어졌다. 2005년엔 호텔 룸에서 음반사 스태프들과 함께 음식과 접시를 집어 던지는 난동을 부려 경찰이 출동했고, 2006년엔 아내 모니카로부터 가정 폭력으로 고소당했다. 이후 법원 명령을 어기고 아내가 있는 장인의 집에 무단 침입을 했다. 과거 월마트에서 부도 수표를 사용했던 것도 적발되었다. 그리고 한때 화제의 중심이었던 그는, 이젠 잊힌 반짝 가수가 되고 말았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