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직전과 사망 직전에 폭행당해...쇼크사 가능성 있어
“아이 아빠가 옷을 맡기러 세탁소에 여러 번 온 적도 있어요. 바로 요 앞에서 1년 가까이 시신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네요.”
변사로 발견된 여중생 이 아무개 양(13)이 발견된 집 근처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 아무개 씨는 이 양의 아버지인 이 아무개 씨(47)를 기억하고 있었다. 주 씨는 “이 씨가 말수가 적고 점잖게 생겨서 이런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 씨는 아내와도 사이가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면서도 “아이들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주민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들의 부부 사이가 좋았다고 했으며 이 씨가 목사지만 교회는 이 동네에 있지 않는다는 것까지만 알고 있었다.
이 씨에게는 1남 2녀가 있었다. 다만 세 자녀의 어머니는 지난 2007년 유방암으로 사망했고 이 씨는 지금의 부인인 A 씨(40)와 지난 2009년 재혼했다. 아들(20)과 둘째 딸(18)과 막내딸인 이 양은 지난 2012년부터 부모와 살지 않고 각자 별거 중이다. 지금까지 이 씨는 A 씨와 단 둘이서 만 살고 있다. 주민들이 이 씨의 자녀들을 보지 못했다는 증언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출해서 별거를 하게 됐지만 이후 이 씨가 따로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인 이 양의 언니인 둘째 달도 지인의 손에 맡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계모인 A 씨와 2년 정도 같이 살았지만 불화가 잦았고 이로 인해 A씨가 이를 힘들어했다고 한다. 결국 이 양은 A 씨의 동생인 B 씨의 집으로 보내졌다.
이 양은 평소에도 가출을 자주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12일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처음에는 그 이유가 사실 가출 때문이었다. 가출한 이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담임교사를 찾아갔다. 가출한 이 양을 만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그날 밤 이 양을 부모가 사는 집에 인계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다음 날인 17일 오전 7시부터 다섯 시간에 걸쳐 이 씨와 A 씨 부부는 이 양에게 왜 가출했는지 이유를 물으며 때렸다. 이 씨는 나무막대로 이 양의 손바닥과 종아리, 무릎 위쪽을 때렸고, A 씨 역시 나무 막대와 빗자루로 팔과 허벅지를 수차례 폭행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심지어 이 양을 대신 맡아 키웠던 A 씨의 동생인 B 씨 역시 이 양을 폭행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 양이 가출하기 전날인 지난해 3월 11일에도 B 씨는 언니인 A 씨와 함께 회초리로 이 양의 손바닥을 때렸다고 한다. 당시 B 씨의 집에는 B 씨의 딸도 함께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훈계를 목적으로 때렸다지만 폭행의 정도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이 양의 1차 부검 결과 시신 대퇴부에서 선명한 출혈이 보여 외상성 쇼크사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이 양의 아버지인 이 씨의 극악무도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숨진 이 양의 시신에 이불을 덮어둔 이후 10여 개월 동안 작은 방에 방치해 둔 것. 이 양이 사망한 지 보름가량 지난 지난해 3월 31일에야 자택 인근 지구대에 가출신고를 한 것 또한 의문으로 남는다. 이 씨와 A 씨는 사망 사실을 들킬 것 같아 사망 이후 가출 신고를 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기도를 하면 이 양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시신을 방치했다고 변명한 바 있다.
경찰은 지난해 이 씨가 이 양의 가출 신고를 한 뒤 피해자 수색을 한데 이어 친구들을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이 양의 친구 C 양과의 면담에서 “이 양이 가출한직후 만났을 때 종아리와 손에 멍자국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이 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이 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천소사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완전히 백골화된 상태는 아니고 약간 밀랍화된 상태였다”며 “방 안에서 냄새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한 방향제와 향초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부터 무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집에 딸의 시신을 방치했음에도 외부에선 교수와 목사로 태연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이 씨는 부천 소재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모교에서 겸임교수직으로 고대 헬라어 등을 가르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기자가 해당 대학교를 찾아 만난 학생과 교직원 들은 대부분 이 씨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이 씨는 부천 원미구 소재의 한 개척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지내기도 했다. 자신의 SNS에는 이 양과 이 양의 언니가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하고 함께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이런 사진을 통해 외부에 자신을 딸들을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라고 포장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들에게 딸들을 맡기고 폭행까지 가했던 것이다. 한편 A 씨는 같은 대학교 평생교육원을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둘은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됐고 가출 직전까지 이 양과 동거했던 B 씨도 폭행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아동인 점을 감안해 상해치사의 가중처벌 규정인 아동학대특례법 상 아동학대치사죄로, 이모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살인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현재 법률지원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