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환 | ||
본프레레 징계 보도의 진실
지난 7월27일 AFP는 공식인터뷰를 거부한 본프레레 감독이 징계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중국 지난발로 각국에 타전했다. 실제로 본프레레는 쿠웨이트전 하루 전날인 7월26일 공식인터뷰에 참석하지 않았다. 감독이 나타나지 않자 AFP 기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관계자에게 항의했고 둘의 대화가 오간 뒤 다음날 이와 같은 기사가 실리게 됐다.
하지만 본프레레의 인터뷰 불참은 사전에 양해가 된 것이었기에 협회 관계자들은 징계를 운운하는 기사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협회측은 경기 이틀 전인 25일 AFC측에 감독인터뷰를 하겠다고 전달했고, 인터뷰 룸은 A조 바레인-인도네시아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 훈련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AFP 기자는 경기 전날 인터뷰가 없자 의아해했고 어떤 연유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내용의 기사를 쓰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까지 징계위원회가 열렸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고 협회 또한 이와 관련해 어떤 공문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본프레레도 나중에 이 기사를 접하고는 어이없어했다는 후문이다. 사실과 다른 기사 때문에 협회 관계자는 이후 AFP 기자만 보면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빛’ 본 3시간 마라톤회의
요르단과의 1차전이 끝난 뒤 코칭스태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0-0 무승부도 마음에 걸렸지만 전력누수의 악재가 한꺼번에 터졌기 때문이다. 김태영은 오른 무릎에 물이 차 통증을 호소했고 최진철도 1차전 퇴장으로 2차전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안정환도 허벅지와 발목이 좋지 않아 선발출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UAE와의 2차전을 앞두고 수비와 공격 모두 비상이 걸린 셈이었다.
결국 본프레레는 UAE전을 이틀 앞둔 21일 코칭스태프를 불러 모아 3시간여에 걸쳐 머리를 맞대고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주전수비수들의 공백과 컨디션 난조에 빠진 안정환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회의의 주된 내용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이동국을 정점으로 설기현-차두리가 뒤를 받치는 ‘3-4-3’ 포메이션으로의 전환이었다.
▲ 본프레레 감독 | ||
이날의 긴 회의는 이후 조별리그 2연승으로 되돌아왔다. 안정환의 조커기용도 마라톤 회의 결과물 중 하나였다. 일부 팬과 중국 언론은 후반 교체투입을 ‘안정환 길들이기’가 아니었는지 추정하기도 했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선수를 선발로 내세울 수 없는 노릇이었다. 본프레레도 인터뷰에서 “안정환은 경기를 볼 줄 아는 감각이 뛰어난 선수다”고 칭찬하며 항간의 의혹을 일축하기도 했다. 안정환이 골을 넣은 뒤 무표정한 골 세리머니를 한 것이 조커기용에 대한 불만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는데 정작 본인은 “더워서 그랬다”며 피식 웃음을 짓기도 했다.
한국음식 학수고대했건만
대표팀이 중국에 와서 적응해야했던 것 중에 하나가 음식이었다. 대표팀이 해외원정에 나설 때 종종 따라붙던 조리사가 올림픽팀을 지원하기로 해 선수들은 중국 호텔이 준비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야했다. 하지만 음식이 거의 입맛에 많지 않았던 게 문제. 그나마 먹을 만한 볶음밥에 선수들의 줄이 가장 길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대표팀은 주중 칭다오 영사관의 추천으로 UAE전에서 승리한 다음날 한식당으로 초대됐다. 하지만 오후 훈련을 마친 뒤 힘이 쭉 빠진 선수들은 40분 남짓 걸리는 장거리 이동에 슬슬 짜증이 일기 시작했다. 도착한 뒤 선수들은 더 당황스러웠다. 훈련이 길어져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게 오기는 했지만 밥 찌개 등이 식어있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가 “무슨 나훈아 쇼에 온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실내조명이 밝지 않았고 대표팀 옆에 마련된 한인상회 등 교민들이 식탁 주변에 앉아 구경하는 바람에 식사도 부자연스러웠다. 먹는 둥 마는 둥 숙소로 돌아온 뒤에 일부 선수는 익지 않은 고기를 먹은 듯 설사를 하며 한참 고생을 해야 했다. 이후 영사관측이 “식당에 한번 또 와 달라”고 부탁했지만 선수들은 그 곳에 다시 가기 싫다며 협회를 통해 거절의 뜻을 전달했다.
중국 산신령은 역시 중국편
선수단은 조 1위로 8강 진출을 노려야 했다. 만약 조 2위가 된다면 한국은 지난→충칭(8강)→지난(4강)→베이징(3·4위전, 결승전)으로 장소를 변경해 다녀야 하고 특히 8강전에서 지난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충칭의 ‘무더위’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 1위를 하면 지난에 남아 8강을 치른 뒤 베이징으로 이동해 한결 여정이 수월해지는 이점이 있었다. 대표팀의 이동편의를 위해 신경을 써야할 게 많은 아닌 협회관계자들도 조 1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바람은 마찬가지였다.
쿠웨이트와의 3차전을 앞두고 요르단과 공동1위였던 한국이 조1위를 확정짓기 위해서는 대량득점으로 승리해야 했다. 애가 타던 협회 관계자들은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로 유명한 그 태산을 찾아가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쿠웨이트전 대승을 기원하며…. 효험이 있었는지 한국은 쿠웨이트전에서 전반 소나기 골을 퍼부으며 4-0으로 승리, 조 1위를 확정지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일대에 폭우가 쏟아져 비행기 착륙에 애를 먹으며 8강전 전날에야 가까스로 이란이 도착하자 기도의 효험을 떠올리며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도는 조별리그까지만 효험이 있었는지 한국은 장소이동을 하지 않은 유리한 조건에서도 이란에 3-4로 패하며 분루를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