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정옥근 전 총장에 대해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는 정 전 총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4억 원, 추징금 4억 4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옥근 전 총장이 방위사업 수주와 관련해 STX에 압력을 행사한 부분은 1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지만, 뇌물 가액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고 보고 특가법 대신 형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정옥근 전 총장은 해군참모총장이라는 지위를 내세워 방위산업체로 하여금 거액의 후원금을 지급하도록 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방산물자 도입 업무 등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정옥근 전 총장이 범행에 관여했고 직무 관련성이 있는 건 명백하다”면서도 “(STX 뇌물) 범행으로 얻은 이득액이 7억 7000만 원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군 정보함 사업 수주 관련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돈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진술 등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정옥근 전 총장은 지난 2008년 현직에 있을 당시 고속함 및 차기 호위함 등의 수주 편의제공을 대가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 등으로부터 장남 명의의 요트회사를 통해 4회에 걸쳐 7억 7000만 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혐의로 지난해 2월 기소됐다.
이어 해군 정보함에 들어갈 통신·전자정보수집 장비 납품업체 선정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지난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현금 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이에 1심은 정옥근 전 총장이 STX그룹에 후원 요구를 했고, STX그룹은 함정 등 수주에 있어 편의를 제공 받기 위해 뇌물을 줬다고 판단하는 등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한편 정옥근 전 총장과 함께 기소된 장남 정 아무개 씨(38)에 대해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5년에 벌금 2억 원, 추징금 3억 8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씨에 대해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했음에도 부인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면서도 주로 정옥근 전 총장의 부당한 행위가 문제된 점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아들 정 씨가 받은 이익은 현금이 아니라 가치”라며 범죄수익을 숨겼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한 1심과 달리 무죄로 봤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