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광적인 인기 속에서도 문대성은 이것이 곧 꺼질 거품임을 알고 있는 똑똑한 청년이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궁금했다. 도대체 그의 어떤 점이 국민들,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의 심리를 움직이고 있는지 직접 만나서 풀고 싶었다. 그의 매니저로 나선 매형 한태성씨와 스케줄을 맞춰 보았지만 도저히 짬이 나지 않았다. 더욱이 문대성은 더 이상의 과외 활동을 접고 이젠 운동에만 전념하겠다며 다른 일정을 잡지 말아달라고 매형 한씨에게 특별 부탁을 했다고 한다. 며칠 동안 한씨의 휴대폰을 시간 날 때마다 눌러대며 스토커처럼 따라 붙은 끝에 마침내 문대성을 만날 수 있었다.
비록 인터뷰하기까지엔 오랜 ‘작업’이 필요했지만 정작 기자 앞에 나타난 문대성은 소문대로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에다 말을 가려하지 않는 시원시원함이 돋보였다. 깍듯한 인사성과 예의바름은 그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옵션’이었다. 지금의 인기를 거품이라고 단정 짓는 똑똑한 남자, 문대성은 올림픽 이후 ‘행복 만땅, 기쁨 충만’이 지금은 정반대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어휴 죽겠어요. 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아테네에서 귀국한 지 10여 일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정신이 없어요. 부상당한 다리요? 글쎄요, 병원엘 가야 하는데 지금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에요. 요즘엔 만나는 사람들한테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아요. 올림픽 금메달? 정말 후유증 만만치 않네요.”
아마도 이번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 가장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는 선수가 바로 문대성일 것이다.
방송, 신문, 잡지 등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매니저인 매형 한태성씨는 휴대폰 두 개로도 다 소화 못하는 엄청난 통화량에 혼이 쏙 빠져 있는 상태.
“욕도 많이 먹어요. 선수가 운동할 생각 안하고 방송국에 돌아다닌다고요. 많이 거절하고 정리했는데도 이 정도예요. 올림픽 때 응원 보내준 국민들에게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이런저런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 어떤 분은 제가 방송을 통해 돈을 벌려고 그런다며 비난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셨더라구요. 차라리 이렇게 다니면서 돈이라도 번다면 조금 나을 수도 있겠죠. 출연료가 있는지는 몰라도 직접 돈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문대성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귀국할 때만 해도 간단하게 방송 출연 몇 번하고 잡지나 화보 촬영 정도하면 끝날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귀국 후 현실은 운동 잘 하는 태권도 선수 문대성을 인기 연예인 뺨치는 ‘대성 오빠’로 신분 변화를 시켜놓았다. 문대성은 이런 세상의 반응을 ‘거품’이라며 애써 무관심하려 노력했다.
▲ 지난달 29일 아테네올림픽 남자태권도 80kg급 결승전 | ||
문대성이 방송국에 나타나면 여성 작가들은 물론 여자 연예인들까지 사인을 요청하는 바람에 당황하기 일쑤라고. 그렇다면 그가 이토록 여자들한테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제가 잘생겨서, 멋있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빛내줘서 고마워하는 차원이 아닐까요? 지금은 문대성이란 남자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것 같아요. 좀 전에도 말했잖아요. 이 모든 현상들이 완전 거품이라고.”
인기가 많다보니 이런저런 구설수에도 자주 오르게 됐다고 한다. 그중에서 압권은 개그우먼 양재희와의 스캔들. 양재희의 친구라는 사람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양재희 언니 애인 태권도 금메달 획득 축하’라는 글과 또 다른 친구가 ‘서방님이 금메달 딴 것을 축하한다’며 문대성과 양재희가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을 올려놓으면서 발단이 됐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문대성의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양재희의 미니홈피는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어수선했다. 이에 대해 문대성은 <일요신문>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2001년인가요? 동아대 선배의 여자친구가 코미디언이에요. 그 누나의 후배가 저희랑 밥 먹는 자리에 나왔다가 알게 된 건데 그 후배가 바로 재희 누나였죠. 그게 전부예요. 가끔씩 통화하고 안부 인사 나누며 그렇게 지냈더랬어요. 사진요? 몰라요. 저도 보지 못했고 언제 찍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기자님, 꼭 연인 사이만 어깨동무하고 사진 찍나요? (남자 후배들과 팔짱 끼고 사진도 찍는다는 기자의 말에 탄력 받은 문대성) 맞아요. 전 여자 후배들한테 뽀뽀도 하고 그래요. 후배고 친하니까. 만약 재희 누나랑 연인 관계였다면 솔직히 인정을 하죠. 제가 무슨 연예인입니까? 있으면서 아닌 척 숨기게.”
문대성은 기자와 만나기 전날 양재희랑 그 ‘사건’ 이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양재희도 이번 일로 문대성 팬들로부터 이런저런 상처를 많이 받은 터라 대화가 원만히 이뤄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저도 누나를 오해했고, 누나도 저한테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 사진 올린 친구한테 배상을 1백억씩은 받아야 해요. 저도, 그 누나도. 그 사람이 국민들을 다 속인 거나 마찬가지니까. 어떻게 해서든 잡아낼 겁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과 글로 인해 무척 시달림을 받은 모양이다. ‘환장하겠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더 이상 양재희와 자신과 무슨 사이인 것처럼 연관짓지 말아달라고 특별 부탁을 할 정도였다.
한때 좋아하는 후배는 있었지만 사랑이란 감정을 공유하며 만난 여자는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여성상은?’이라는 상투적인 질문을 던져야 했다. 문대성은 한 연예 방송 프로그램의 주선으로 연기자 장서희와 일일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었다.
▲ 승리한 문대성이 기뻐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
몇 년 전만 해도 연애 따로, 결혼 따로 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사랑할 여자가 나타난다면 연애 잘해서 결혼하겠다며 오로지 ‘충성’만을 맹세한다.
문대성의 외모는 ‘고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일 만큼 준수하다. 그런데 문대성이 직접 밝히는 가정환경은 이와 다르다. 당연히 옷차림은 수수하다 못해 ‘경제지수’가 훤히 드러나는 빈곤의 극치를 나타냈다고.
“속된 말로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예요. 전 옷이 별로 없어요. 운동복이 일상복이었죠. 그래서 옷을 진짜로 못 입어요. 남들이 웃을 정도로 옷 입는 게 형편없어요. 그런 사람이 요즘 화보 촬영하며 비싸고 좋은 옷 많이 입어보니 황송할 따름이죠.”
그래서인지 방송보다는 패션 무대 쪽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패션모델로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도 있다. 조만간 앙드레 김으로부터 자신의 패션쇼 무대에 서 달라는 강한 ‘러브콜’을 받을 것만 같다. 뜨는 스포츠 스타라면 ‘판타스틱한’ 그 무대를 비켜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대성 신드롬이 일어나면서 한 스포츠 신문에서는 문대성이 운영하는 경기도 시흥의 ‘문대성 태권 스쿨’이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며 띄운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문대성은 “문의 전화만 많았을 뿐 관원들은 많이 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태권도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얼마전 국기원에서 만난 경남지회장이 악수를 청하며 경남 지역 태권도 관장들이 돈을 걷어 문대성에게 보내주고 싶어할 만큼 관원들이 늘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럴 때 문대성은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올림픽 금메달로 제 인생의 제1막이 막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남은 2막과 3막을 위해 또 다시 절 일으켜 세울 거예요. 지금 절 위해 기도하고 걱정해주시는 분들 많은 거 알고 있어요. 그분들 기대와 우려 잘 새기고 어긋남 없이 제 생활로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이런 부탁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네요. 절 남자로 좋아해 주시는 것보다는 태권도 선수로 응원 보내고 격려해 주신다면 저도 더 힘이 날 것 같아요.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