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PAVV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안시현의 모습.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안시현은 강수연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아래 사진은 시상식 후 연못에 뛰어든 강수연과 안시현.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먼저 2004미LPGA 신인왕에 오른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투어중 불의의 손목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신인왕 0순위에서 송아리, 전설안 등에 밀려 잠시 주춤거렸다가 얻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행복했죠. 꽉 막힌 체증이 확 가시는 기분이었어요. 솔직히 미국이란 곳은 머리 털 나고 처음 가본 곳이었어요. 처음엔 잔디나 익히자며 가볍게 마음을 먹었죠. 그러나 예상하지 않았던 준우승에 오르고 톱10 안에 드는 등 성적이 좋게 나오자 조금씩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러다 막판에 ‘복병’을 만났지만 말예요.”
안시현은 지난해 CJ나인브릿지대회에서 깜짝 우승 후 스승인 정해심 프로와 미국 투어에 나선 초반엔 여러 가지로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특히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게 주위에 친구가 없다는 사실. 이미 미국으로 떠나기 전 모질게 각오를 다지고 무조건 악으로 깡으로 버티겠다고 결심했던 그였지만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 없다는 부분은 그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준 모양이다.
그러나 4월 초부터 부모님이 합류하면서 투어생활이안정되고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첫 경험이었던 올시즌 미국 투어는 안시현에게 ‘겁 없는 신인’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달게 해줬다. 정말 겁이 없었던 것일까?
“사실 저 겁 많은데…(웃음) 잘 모르는 곳에서 생활하는데 어떻게 겁이 없을 수 있겠어요? 특히 소렌스탐 같이 대선수를 만나면, 평소 그를 존경하는 팬이었기 때문에 더 떨리고 긴장돼요. 그럴 땐 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요. ‘떨지 말자. 연습 때처럼 맘 편하게 치자. 그리고 최선을 다하자!’ 시합이 잘 안 풀릴 때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무지 애써요. 한 마디로 연기하는 거죠.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스톱’입니다.”
‘신데렐라’ 안시현. 이름 앞에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이 수식어에 대해 정작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 질문을 하자 안시현식의 ‘신데렐라학개론’이 펼쳐진다. 그 내용을 들어본다.
“처음엔 솔직히 좋았어요.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다들 그냥 운 좋게 덤으로 얻은 행운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속상해졌다가 지금은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는 중이에요. 왕자님 눈에 띄어 행복을 찾은 동화 속 신데렐라도 하루아침에 꿈이 이뤄진 게 아니잖아요. 계모와 언니들의 온갖 모함 속에서도 참고 견디는 인내를 배웠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사랑하는 아름다움을 가졌고, 또 호박마차를 빌려준 할머니와의 약속을 잘 지킬 줄 아는 멋진 의리파 여성이었거든요. 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진짜 멋진 신데렐라가 되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언젠가 근사한 왕자님이 나타나겠죠?(웃음)”
자연스레 결혼 이야기로 질문이 이어졌다.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겠지만 언젠가는 꿈을 현실로 이뤄야할 시기가 올 것이고 그에 대한 평소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러자 안시현은 “본전 뽑기 전까진 결혼 못한다”며 우스갯 소리를 곁들였다.
“전 항상 엄마한테 결혼 빨리 할 거라고 말해요. 그럼 엄마는 본전 뽑아주고 결혼하라며 농담을 하시죠. 그러면 전 이렇게 말해요. ‘엄마, 아직도 본전 못 뽑았어?’라고. 결혼, 이상형, 이런 거 아직 생각 못했어요. 그런 건 둘째치고 당장 남자 친구 한 명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나이는 어리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성숙함으로 인해 안시현은 섹시한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골프채를 휘두를 때마다 보이는 배꼽은 그의 패션 아이콘으로 꼽힐 정도다. 사진에 배꼽이 자주 노출되는 부분에 대해서 처음엔 다소 민망했지만 지금은 ‘자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제 배꼽이 그렇게 예쁜가요? 난 별로던데…”라는 안시현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지난 번 어느 설문조사에서 ‘연예인이 됐으면 어울릴 것 같은 선수 1위’에 뽑혔을 때 한편으론 기분이 좋으면서도 얼떨떨했다고 말하는 안시현. 얼굴도 예쁘고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는 황송함에다 너무 겉모습에 편중된 관심과 기사들로 인해 약간의 속상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제 시작이에요. 제 별명이 ‘노가다’인 거 아시죠? 별명대로 근성 잃지 않고 정말 성공하고 싶어요. 과분한 사랑, 받은 만큼 돌려드릴 거예요. 그렇게 하기 전까지 개인적인 모든 것은 일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