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웠던 연애
“그렇죠, 뭐 그냥. 그런데 저는 큰딸이 걱정되네요. 이달 중순에 사요나라 파티가 있는데…. 앨리스(큰 딸 이름)가 다니는 일본 외국인 학교에서 송별 파티를 하거든요. 그걸 어떻게 준비할까? 그 생각만 머릿 속에 맴돌아요.”
12월9일. 양키스 입단이 확정된 구대성(35)이 탬파 호텔 로비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아내 권현정씨(33)는 다른 걱정에 매달렸다. 강심장인지, 아니면 애써 태연한 척하는 건지 남편의 세 번째 직장이 뉴욕에 둥지를 트는 순간 권씨의 머릿 속은 친정에 두고 온 큰딸 생각뿐이었다.
이들 부부는 ‘대충’ 이렇다. 구대성이 한양대 재학 시절 친구의 소개로 만난 이들은 연애도 다소 싱겁게 했다. 국가대표 구대성이 해외 전지훈련, 또는 아마야구 국제대회에 나갔다 오는 기간이 잦았다. 이러면 ‘여친’은 속을 태우게 되는 법. 그러나 처음부터 물에 물탄 만남 같았다는 게 지인들의 평가다. 명색이 국제대회에 나가면 해외출장인데 사가지고 오는 선물은 생뚱맞게 야구 관련 용품이었다.
공처가 아닌 애처가
아내와 항상 상의하고, 함께 결론을 ‘뽑아내는’ 구대성에 대해 공처가 닉네임도 붙어있다. 양키스 입단 인터뷰 도중 이에 대해 묻자 ‘거 참, 질문 때맞춰 잘 하셨네’라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거 다들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이번 미국행도, 그리고 일본 오릭스행 결정에서도 집사람이 자녀교육을 위해 가자고 종용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사실과 많이 달라요. 야구로 먹고 사는 사람이 나인데 결국 결정은 내가 내릴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어요?”
어쨌든 그게 그거 아닌가. 좋아보였다. 구-권 커플은 양키스 선수 총괄 부사장 빌리 코너스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양키 구단의 환심을 샀다. 연출로 나올 수 없는 장면이다.
옷 대신 트로피
이 부부의 남 생각하는 마음은 끔찍하다. 구대성은 일본에 가기 전까지 대전의 13평짜리 아파트에서 살았다. 연봉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는 선수였다. 동료들이 “왜 그리 좁은 집에 사냐”고 해도 “이 정도면 된다”고 버텼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30평짜리 아파트에 모셨다.
오릭스 시절 전 소속팀 한화에서 대전지역 불우 청소년 돕기를 위해 구대성에게 연락을 하자 두 말 없이 수천만원을 쾌척했다. 남 돕는데 그렇게 큰손이 없다.
장롱에는 옷 대신 트로피나 상패 등이 잔뜩 쌓여있다고 한다. 옷이 별로 없는 것도 이 부부의 닮은꼴이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