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복지는 안되고 나의 복지만 되는 양당제 현실 참 웃긴다”
김성식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합류와 관련해 “기득권을 가진 양당 담합체제를 깨뜨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같다 다르다’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나의 간절하고 일관된 꿈이 있지 않나. 우리가 총선(직선제)을 7번이나 치렀다. 때마다 의석 30~50%가 갈렸지만 정치는 더 나빠졌다. 이는 역시 기득권을 가진 양당 담합체제 때문이다. 나는 이를 깨뜨릴 수 있는 신당 창당과 다당제 구조의 실현을 줄곧 주장해 왔다. 나는 그 꿈을 위해 제 자리에 있었다. 민주당과의 합당에도 승선하지 않았다. 그저 이번에 다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면서 내게 다가온 거다. 나의 소명과 관련한 부분이다.”
―소명의 문제란 말인가.
“그렇다. 사실 이번 합류도 국민의당이 잘될 것 같으니까 내가 살짝 승차하는 차원은 아니지 않나. 이미 국민의당이 험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때쯤 나는 창당대회를 통해 합류했다. 이전에도 난 특별히 안 대표를 비판하지도 않았다. 그 이전에 정치를 변화시키는 데 나의 한계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 대표의 설득이 있었을 텐데.
“안 대표는 당시 민주당과 합당했을 때 ‘합당을 통한 내부개혁으로 (정치개혁이) 가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안 대표도 우리 정당의 적대적 공생 구조에선 당내 혁신만으론 어렵다는 결론은 내린 거다. 안 대표는 내게 이번 총선을 통해 신당의 성공에 본인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견고한 마음가짐을 전달했다.”
―20대 총선을 통해 국민의당이 원내에 진입한다면.
“우선 교섭단체 의석을 넘겨 의회의 한 축이 되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린 복지와 재정에 대한 10년 플랜을 여야가 한 자리에 앉아서 함께 짤 것을 제안할 것이다. 야당은 무상급식으로 재미를 봤고, 여당은 무상보육으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즉흥적으로 나온 공약이었다. 증세 등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선 표가 안 되니까 입을 닫는다. 그래서 현재의 무상보육이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만약 표를 의식하지 않고 딱 머리 맞대서 10년 복지 및 재정에 대한 로드맵을 짠다면 국민은 걱정을 덜 하게 될 것이다. 남의 복지는 안 되고, 나의 복지만 되는 이 우스꽝스러운 현재의 정치는 곧 양당제의 폐해다.”
―국민의당이 오는 총선에서 목표로 하는 의미 있는 의석수는.
“아직 구체적으로 계산하진 못했다. 어쨌든 원내 교섭단체 의석수는 넘겨야 한다. 상황에 따라선 정말 제1야당까지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19대 교섭단체 구성엔 실패했다.
“20대 총선 결과를 통해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것이지 우린 애초 19대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한 적이 없다. 그래도 17명 의원들의 결단 속에서 35억 원의 소중한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이를 통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안 대표는 창당 선언 당시부터 부정부패 인사들에 대한 입당 및 영입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작 (입법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현역 신학용 의원의 입당은 받아들였다. 이 잣대의 차이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엔 100명이 넘는 의원이 계시지만 우린 17명이 계시다. 그 17명은 한결같이 탈당과정 속에서 개인적 손해를 감수하신 분들이다. 기존의 패거리 정치와 혁신되지 않는 정치의 상황을 깨뜨리고자 결단하신 분들이다. 큰 틀에서 17명의 결심을 봐주셨으면 한다. 한 분의 문제를 갖고, 더군다나 불출마 선언까지 한 분을 갖고 우리에게 ‘숫자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평가는 좀 아닌 것 같다.”
“이번에 이준서 청년 최고위원을 영입했다. 지방대 출신에 취업이 어려워 대리운전까지 한 분이다. 지금은 소셜 벤처 사업가로 역할을 다하면서 희망을 보여주고 계시다. 이처럼 우린 그저 유명한 명망가보단 사회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하시고, 그 과정의 스토리가 있는 분들을 원한다. 또한 보통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분들을 영입하고자 한다.”
―기성 정치인들의 영입을 놓고 보자면, 상당히 이질적인 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큰 틀에서 온건 보수와 건강한 진보가 모여 합리적 개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보수 인사 중에서 권위적이거나 국가주의적인 수구 인사는 없다. 어제 합류한 정동영 전 의장도 합리적 온건 진보주의자라 자칭한다. 우린 좌우의 극단 세력과는 손잡지 않는다. 화이부동의 기준이 있다.”
―오는 총선에서 더민주와의 단일화에 대한 논의 가능성은.
“적어도 신당을 만들어서 새판 짜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기존 정당구조를 바꾸겠다고 했다. 그럼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겠나. 어렵고 힘들지만 좋은 후보 발굴해서 노력해야 한다. 이 당 저 당 후보 섞겠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전 많은 야권연대가 있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정책 연대는 언제든 필요하다. 야권은 물론 안보의 경우는 초당적 연대가 가능하다.”
―6인회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정장선 전 의원은 더민주의 총선기획단장을 맡게 됐다. 이젠 경쟁하는 입장인데.
“6인회는 정치변화를 위한 내부 공감을 형성한 모임이었지 정치적 결사체는 아니었다. 다만 우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참 고맙게 생각한다. 난 지금의 야권 재편 과정이 분열이 아닌 전체적인 정계개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야권에서 시작됐지만 새누리당도 공천 문제로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그쪽도 분화가 있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6인회를 포함해 우리 정치를 바로 하고자 하는 분들이 좋은 역할을 하길 바란다. 어젠 트위터에 ‘국민의당의 김성식, 더민주의 김부겸이 당선되면 그림 좋지 않나’ 하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더라. 현재는 함께하지 못하고 각자 위치에 있지만 끝내는 큰 변화를 함께 만들 수 있으면 한다. (6인회가) 한 자리는 아니지만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맞다.”
―장기적으론 여권의 소장파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인가.
“지금 시작이라 너무 말을 앞세울 수는 없다. 다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말 소중한 분들이 있다. 그 분들 나름대로 역할을 하길 바라고 먼 훗날 얘기는 우선 각자 맘속에 담고자 한다.”
―오는 총선에서 본인의 계획은.
“관악구민들이 오랫동안 저를 아껴주셨다. 오늘 (서울 관악갑에) 예비후보 등록했다. 곧 출마 기자회견을 열 생각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