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환경 중복 조사·자격 심의 기한 부재로 대기 장기화…운영 기준·절차 정비와 민간 전문성 활용론 제기
2025년 7월 국내 입양이 국가 책임 아래 운영되는 공적입양체계가 시행됐다. 민간입양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제도를 국가가 맡아 입양 절차의 투명성과 아동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현장에서는 입양 절차가 오히려 길어지고, 심사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사이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입양가정 모두의 시간이 멈췄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일요신문i’는 공적입양체계 시행 1년을 맞아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드러난 한계는 무엇인지,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현장에서는 단순한 절차 지연을 넘어 제도 운영 방식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가 입양 절차를 직접 맡으면서 기존에는 없던 행정 절차가 추가되고 업무가 여러 기관으로 분산됐다. 여기에 반복되는 조사와 예측하기 어려운 심사 과정까지 겹치면서 입양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A 씨는 “예전에는 민간 입양기관이 이런 절차까지 모두 처리했기 때문에 없던 과정”이라며 “이 때문에 3~4주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늘어난 행정 절차뿐 아니라 업무 처리 방식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연이 확정된 뒤에도 결과가 우편으로 통보되는가 하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절차까지 순차적으로 처리되면서 불필요한 대기 시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가정환경 조사도 절차를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예비입양가정은 국내입양분과위원회의 입양 적격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최소 2회 이상의 가정환경 방문 조사를 거친다. 이후 가정법원이 입양 허가와 임시양육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입양 동기와 양육 능력, 양육 환경 등에 관한 조사를 다시 받는다. 예비양부모는 입양 절차를 밟는 동안 최소 세 차례의 가정환경 조사를 받게 된다. 각 단계에서 이뤄지는 조사가 내용상 상당 부분 중복돼 행정 부담만 늘리고 절차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절차가 길어지는 것 못지않게 심사 과정의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예비입양부모들은 어떤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지고 앞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더 걸릴지 알기 어려워 긴 시간을 불안 속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사례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보건복지부가 일요신문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적입양체계가 도입된 2025년 7월부터 올해 7월 24일까지 입양 신청은 784건이었지만 자격 심의를 마친 경우는 119건, 결연 완료는 98건, 법원 입양허가 신청은 64건이었다. 최종 입양이 완료된 사례는 3건에 그쳤다.
보건복지부는 “공적입양체계는 아동 최선의 이익 관점에서 단계별로 순차적 절차를 거쳐 아동 특성에 맞는 가정을 신중하게 찾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연 심의와 자격 심의 결과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결연이 성사되지 않거나 부결되더라도 구체적인 사유를 안내받기 어려워 심사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적입양체계 개편 1년, 남겨진 문제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상경 변호사는 “왜 특정 예비양부모와 결연이 된 것인지, 왜 미결연 또는 부결됐는지에 대해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과 예비양부모의 양육 여건 등을 근거로 서면으로 된 구체적인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결연 심의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높이고 예비양부모와 국내입양분과위원회 간 신뢰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심사의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절차는 보다 효율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절차 개선을 위해 입양 업무 경험이 풍부한 민간 입양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일요신문i’에 “국가가 입양 업무를 60~70년간 민간에 맡겨온 만큼 행정부에는 관련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다”며 “국가는 지원과 관리·감독을 맡고, 결연 등 실무는 경험을 갖춘 민간기관에 위임·위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입양 절차뿐 아니라 입양 이후 사후관리 체계 역시 공적입양체계가 안착하기 위해 보완이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사후관리는 입양 신고일부터 1년간 이뤄진다. 보건복지부는 위탁기관을 통해 총 6회의 대면 상담을 실시하며 아동과 양부모의 적응 및 양육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이 입양 초기 1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아동의 성장 과정에 맞춘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영아기 애착 형성과 발달을 고려해 아동이 가능한 한 빨리 안정적인 양육 환경에 놓여야 한다는 점에 깊이 동의한다”며 “정부는 아동에게 적합한 가정을 찾기 위한 검토는 충분히 하되, 그 과정이 불필요하게 길어지지 않도록 절차를 계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4월부터 입양신청 온라인 신청 방식을 개통하고 진행 상황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국내분과심의위원회를 월 1회에서 2~3회 확대 운영하고 결연 확인서를 즉시 발급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