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리의 전담 캐디였던 콜린 칸(뒤). 사진은 지난해 5월 용인에서 열린 MBC XCANVAS여자오픈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 | ||
좀 생뚱맞은 표현이지만 요즘 골프계에서는 캐디가 화제다. 콜린 칸(영국)이라는 유명 캐디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박세리(28·CJ)를 버리고 다른 선수에게 가버렸고, 세계랭킹 1위인 비제이 싱(42·피지)의 캐디 데이브 렌윅(영국)은 1년에 1백만 달러도 넘게 벌더니 ‘고달퍼서 못하겠다’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어쨌든 캐디는 골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아니 최근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물론 타이거 우즈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처럼 개인 홈페이지(www. kiwicaddy.com)를 운영하는 재벌급 스타 캐디도 있지만 이들의 존재는 그 중요성에 비해 대중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미 LPGA를 중심으로 캐디의 세계, 그 천태만상을 들여다본다.
콜린 칸(36)은 지난해 가을 아내의 출산을 이유로 박세리의 한국행에 동행하지 않더니 12월 슬그머니 미국 아마추어랭킹 1위 폴라 크리머(18)의 미 LPGA 퀄리파잉스쿨을 치르는 것을 도왔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한국낭자부대에 주도권을 내준 미국 여자 골프계가 ‘희망’으로 삼고 있는 크리머는 보란 듯이 수석합격으로 2005시즌 미 LPGA 풀시드를 땄다. 동계훈련을 위해 지난 11일 출국한 박세리는 한마디로 “어이 없다”는 반응.
알고 보면 칸은 원래가 변신의 천재다. 99년까지 소렌스탐과 호흡을 맞춰 16승을 일궜고, 2000년 박지은을 거쳐 2001년 박세리에게로 건너온 것이다. 모두 돈이 될 만한, 가능성 있는 최고의 선수들을 택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미 LPGA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캐디는 보통 1백60여 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시즌 약 1백40명 정도로 풀시드 멤버로 뛰니 선수 수보다 약간 많은 편이다. 보통 한 선수와 계약 관계를 형성해 전담으로 따라다니는데 특별한 계약서 같은 건 쓰지 않는다. 구두계약이 일반적이다.
골프장에서는 선수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지만 이동 숙소 등 생활은 철저히 별도다. 보통 일요일 대회가 끝나면 ‘월요일이나 화요일 어디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후 헤어진다.
선수와 마찬가지로 투어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사생활이 없고, 전문지식과 장비를 이용한 코스 및 날씨 파악 등 할 일도 많다. 대개 선수보다 먼저 대회장으로 이동, 코스에 관한 세부적인 정보를 취합해 연습 라운드부터 선수에게 이를 전달해야 한다.
주로 선수 출신 혹은 골프와 관계된 일을 하다가 캐디를 하는데 앨리 깁슨(미국)처럼 선수로 뛰다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자 캐디로 방향을 바꾼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니 대개 실제 골프 실력도 뛰어나다. 스티브 윌리엄스의 경우 프로 선수급인 핸디1의 실력을 갖췄고, 칸도 싱글 핸디캡 수준이다.
한국선수들이 한민족 특유의 정이 많아 밥도 사주고 보너스도 많이 주는 등 대우가 좋아 캐디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일부는 간단한 한국말과 한국식 골프 용어인 ‘빠다(퍼터)’ ‘빵카(벙커)’를 일부러 배우기도 한다. 여자선수의 경우 가끔 캐디와의 염문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실 무근인 경우가 많다.
보수는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능력에 따라 다르다. 위의 칸처럼 A급 캐디는 경우 주급 9백달러를 받는다. 최소는 5백달러선. 한국 돈으로 치면 월급 2백만∼5백만원을 받는 것이다. 경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소렌스탐이 한층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99년 미 PGA에서 스카우트해온 테리 맥나마라(미국)의 경우 독특하게 주급이 아닌 고정 연봉(5만 달러로 추정)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선수의 상금과 연계된 보너스. 프로대회에서 선수가 컷을 통과하면 상금을 받는다. 보통 캐디는 컷 통과시 상금의 5%, 톱10은 7%, 우승의 경우 10%를 분배받는다. 여자프로들도 톱랭커인 경우 2백만 달러를 넘게 번다. 1년에 많게는 2억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셈이다. 물론 여자보다 5배 정도 상금 규모가 큰 미 PGA는 캐디 수당도 훨씬 더 많다.
유병철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