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일주일 주요 항공사 주가 줄줄이 하락…항공유 가격 하락에도 달러 강세로 실질적 효과 못봐
#환율 직격탄 맞은 항공업계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시장은 급격하게 요동쳤다. 지난 12월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2원까지 치솟았다.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서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긴 것은 2022년 10월 26일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항공사들이 항공유, 항공기 리스비, 부품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고환율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각 항공사마다 환율 방어 전략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는데 항공기 리스비가 많이 들어가는 항공사들의 경우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국제 항공유 평균 가격은 지난 11월 8일 배럴당 91.87달러에서 지난 12월 6일 87.62달러로 4.63% 하락했다. 그럼에도 달러 강세로 인해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또 항공사들은 외화 부채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화 부채 상환액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5개 항공사의 순외화 부채는 지난 9월 말 기준 71억 달러에 달한다. 해당 부채를 지난 9월 30일 종가 기준 환율(1307.8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9조 3024억 원이다. 그러나 지난 12월 10일 환율(1426.9원)을 적용하면 10조 1310억 원 규모로 늘어난다. 8286억 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비상계엄 사태 후 일주일 동안 국내 항공사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지난 12월 3일 2만 5650원에서 12월 10일 2만 3600원으로 7.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1만 440원에서 9830원으로 5.84% 줄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해당 기간 동안 제주항공 주가는 9380원에서 8740원으로 6.82%, 티웨이항공 주가는 2835원에서 2685원으로 5.29% 하락했다. 또 진에어 주가는 1만 1210원에서 1만 290원으로 8.21% 감소했고, 에어부산 주가는 2365원에서 2240원으로 5.29% 하락했다.
#여행 수요 감소 우려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한민국이 ‘여행위험국’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항공업계로서는 환율에 이어 여행 수요 위축이라는 악재까지 맞이하게 됐다. 이서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혼란에 의한 단기 여행 수요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집단 시위 및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아직 대규모 예약 취소는 포착되지 않으나 정치적 혼란 장기화 및 확대 시 인바운드 수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한국 여행 주의령을 내렸고, 뉴질랜드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정상적)에서 2단계(신중)로 격상했다. 영국 외무부는 시위가 예상되는 광화문, 삼각지, 여의도 지역에 여행 경보 발령을 내렸다. 미국과 캐나다도 시위지역을 피하고,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곳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파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지난 5일 보고서를 통해 “2025년 1분기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이 83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 감소할 수 있다”며 “관광객들이 사회 불안에 대한 우려로 방한 시기를 미룰 것이며 이런 우려는 음력 설 연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엔화, 유로, 위안화 등 다른 외화 환율도 급등했다. 일례로 원·유로 환율은 11월 말 1478.06원에서 지난 12월 9일 1511.40원으로 상승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외국으로 떠나는 아웃바운드 여행 수요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형항공사(FSC)는 해외에서 발생하는 여객수익 비중이 40% 안팎이고, LCC는 국내 아웃바운드 수요에 기반하고 있다”며 “고환율은 아웃바운드 여행 수요를 위축시키는데 평균적으로 환율이 높았던 시기의 출국자 수는 과거 대비 감소하거나 증가폭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여행 축소가 가시화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한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예약 변동이나 취소가 숫자로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좋은 분위기가 아닌 건 사실이기 때문에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